2010년 6월호

여론조사 분석으로 본 ‘집값의 정치사회학’

“가격 두 배 되면 유주택자 여당 지지 17% 증가, 무주택자도 3.2% 증가”

  •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rcmlee@hanmail.net |

    입력2010-06-01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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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리적으로만 보자면 부동산 문제는 한쪽이 손해를 보면 한쪽이 이득을 보는 제로섬 게임이다. 정치적 효과의 정부(正負) 또는 찬반이 최소한 반반이라야 맞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집 없는 사람들이 환호하는 게 아니고, 집값이 오른다고 가진 사람들이 박수 치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부의 대응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정책에 대한 신뢰 여부, 즉 사람들의 마음이다.
    여론조사 분석으로 본 ‘집값의 정치사회학’

    2005년 8월31일 오전 서울역에 있는 시민들이 과천 재경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부동산종합대책 관계부처 합동기자회견` 뉴스특보를 시청하고 있다.

    ‘불경기일수록 치마는 짧아진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맞는 이야기일까?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 속설을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먹고사는 데 적발라 치마도 원단이 적게 들어가는 미니스커트를 선호한다는 논리까지 곁들여진다. 옷이 작고 가볍다고 어디 값이 싸든가. 논리치고는 참 어설프고 엉성하다.

    이 이론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1920년대 미국의 니스트롬(Paul H. Nystrom) 교수가 쓴 ‘패션 경제학(The Economics of Fashion)’이라는 책이 거론된다. 그러나 니스트롬 교수는 무죄다. 그는 말했다. “여성들의 치마 길이는 경기와 아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경기가 호황일 때는 치마 길이가 짧아지는 반면 불황기에 접어들수록 치마 길이가 점점 길어진다.” 속설과 정반대다.

    문제는 진실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는다면 그것이 현실적인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경험에 의해 확인된 것처럼 생각되면 그 신뢰는 더 강해진다. 치마 길이 속설을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막연한 생각과 엄연한 사실이 다른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18대 총선에서 맹위를 떨쳤던 뉴타운 열풍이다.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개발 공약이 발휘한 효능은 엄청났다. 가히 ‘마법의 손(magic hand)’이었다. 당시 서울의 한나라당 소속 28명 후보가 뉴타운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얼마나 매력적이었던지 이 속에는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한나라당의 현 대표 정몽준 의원도 들어 있다. 그뿐이랴. 민주당 후보도 23명에 달했다.

    결과도 놀라웠다. 뉴타운 추가지정이나 확대 공약을 내걸어 당선된 한나라당 후보는 13명이었다. 이들이 승리한 지역 중 대부분이 17대 총선에선 민주당 승리지역이었다. 그만큼 뉴타운 공약이 몰고 온 파장은 컸다. 그 어떤 단일 공약도 이처럼 여러 지역구에 걸쳐 동일한 효과를,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끌어낸 적은 없다.



    뉴타운 개발 공약이 힘을 발휘한 것은 개발 대상지역 주민들이 경제적 이득에 대한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개발 대상지역으로 지정된다는 것은 노후하고 불량한 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지역에는 못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뉴타운 개발로 돌아온 이득이나 혜택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표를 몰아줬다. 부동산을 매개로 한 일종의 경제투표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이 완료된 지역의 사례를 보면, 원주민 재정착률은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못사는 사람은 개발 혜택은커녕 살던 곳에서도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속설과 현실은 달랐다.

    부동산 문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이슈다. 예컨대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에 고려왕조를 개혁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왕조의 창업으로 이어지는 대변혁을 만들어낸 동력은 부동산 문제였다. “부자는 땅이 더욱 불어나고 가난한 자는 송곳을 꽂을 땅도 없다.” 정도전의 묘사다. 산과 내를 경계로 삼을 정도로 기득권층의 부동산 독점(대농장 체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있었기에 조선의 개국이 가능했다. 정도전과 이성계가 민심을 얻는 계기도 바로 과전법이란 부동산 개혁 프로그램이었다.

    부동산과 민심의 함수는?

    과거에만 혹은 우리 경우에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본의 장기불황도 부동산 거품 문제를 잘못 다뤄 야기된 측면이 크다. 장기집권을 이어오던 일본 자민당이 1994년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정권을 잃은 것은 부동산 거품 붕괴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미국에서 2008년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에도 그 이전에 있었던 부동산 파생상품의 파산으로 시작된 혼란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말할 때는 통상 부동산 가격안정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락이라고 할 수도 없고 상승이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겠다면 집 가진 사람들이 저항할 것이다. 반대로 끌어올리겠다고 하면 집 없는 사람들이 반발할 것이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안정’이란 말을 쓰는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 문제는 득실의 대상이 분명하게 나뉘는 이슈다.

    여론조사 분석으로 본 ‘집값의 정치사회학’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면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예상은 쉽다. ‘집 있는 사람은 오르는 걸, 없는 사람은 내리는 걸 좋아한다.’ 부동산 가격 동향과 여론 동향 간의 상관성에 대해 엄밀하게 연구된 자료는 아직 없다. 현재로서 가능한 방법은 부동산 가격 추이와 대통령 지지율의 추이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전년에 대비해 처음으로 떨어진 것은 1991년이었다. 1990년까지 계속 상승하던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주택 200만호 건설공약을 실천에 옮긴 데 따른 효과였다. 부작용도 많았다. 그러나 정책효과는 여론에 호응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그때까지만 해도 노태우 정권의 여론지지 토대는 제법 탄탄했다.

    더 좋은 사례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2003년 2월~2008년 2월)이다. 을 보면 2004년을 기점으로 2006년까지 집값이 큰 폭으로 뛴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서울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는 노 대통령의 지지도 추이를 보여준다. 2004년 4월의 총선 이후 일시적인 진폭은 있었지만 대체로 하락기조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흐름 속에 대통령 지지도는 계속 하향세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예상과 다르다. 의문이 생긴다. 집값이 오르면 집 가진 사람만큼은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시 부동산 폭등이 대통령 지지도에 끼친 영향을 가늠할 때는 정치적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이게 포인트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야당 및 주류언론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와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세금폭탄이라는 담론공세로 이어졌다. 더불어 양극화 심화 담론도 적극 제기됐다. 이러한 이슈 프레임이 미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집값 상승으로 덕 본 계층까지 돌아선 것이다.

    2006년 말과 2007년 초 강력한 부동산대책이 잇따라 제시됐다. 이후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성난 민심은 여전했다. 다시 의문이 생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득을 본 계층이야 세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집 없는 서민층은 집값 떨어뜨리겠다는 왜 매를 드나? 그들은 집값조차 잡지 못하는 무능에 화를 냈고, 그로 인해 날로 악화되는 양극화에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결국 양쪽으로부터 버림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여론 흐름은 대선과 총선까지 이어졌다.

    정리하면 이렇다. 논리적으로만 보자면 부동산 문제는 한쪽이 손해를 보면 한쪽이 이득을 보는 제로섬 게임이다. 따라서 정치적 효과의 정부(正負) 또는 찬반이 최소한 반반이라야 맞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서 집 없는 사람들이 환호하는 게 아니다. 집값이 오른다고 가진 사람들이 박수 치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 문제와 여론 사이에 사람의 심리나 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나타난 부동산 효과

    여론이나 민심을 드러내는 최고의 지표는 선거다. 선거가 왕이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가장 싸고 쉽고 분명한 의사표현 수단이다. 오죽하면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키(V. O. Key) 교수가 투표자들을 가리켜 ‘보복과 보상의 합리적 신들’이라고 했으랴.

    여론조사 분석으로 본 ‘집값의 정치사회학’


    선거에서 나타나는 부동산 민심에 관해서는 최근 발표된 한 연구자의 조사연구가 자못 흥미롭다. 손낙구의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다. 주택 보유율이 높고 아파트 거주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투표율이 높고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다는 내용이다.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서울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송파구 잠실7동)과 가장 낮은 지역(강남구 논현1동)의 차이는 30%포인트였다. 투표율이 높았던 지역은 낮았던 지역에 비해 한나라당 지지율도 22%포인트 더 높았다. 그들 지역의 주택 보유율 차이는 65%포인트였다. 그의 설명이다.

    “투표를 가장 많이 한 동네와 가장 적게 한 동네가 모두 강남권에서 나온 것인데, 두 동네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우선 주거생활의 격차가 눈에 띈다. 잠실7동에 사는 3163가구 가운데 90%인 2849가구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반면, 논현1동은 1만2514가구 가운데 75%인 9432가구가 무주택자다. 집을 두 채 이상 소유한 가구도 각각 17%와 3%로 잠실7동이 6배에 달한다. 잠실7동은 동네 사람 전부가 아파트에 사는 반면 논현1동은 76%가 단독주택에 살고, 14%는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등에 살며, 아파트 거주 가구는 10%에 머문다.” (‘투표장 가는 잠실7동, 일하러 가야 하는 논현1동’, 경향신문 2010년 4월27일자)

    손낙구의 분석은 유용하지만 양자 간의 기계적 인과관계를 단정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 어쨌든 한국사회의 이러저러한 양상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변수가 부동산이고 따라서 대한민국은 부동산 계급사회라고 하는 그의 분석은 경청할 만하다. 다만 부동산, 특히 집 소유 여부에 따라 투표율이나 지지성향이 다르다는 주장은 앞으로 더 검증돼야 할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선거정치에서 경제투표 요인으로 분류된다. 학계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경제투표적 성향은 아직 약하다. 정당 당파성이나 지역주의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2007년에 EAI(동아시아연구원) 등이 실시한 패널여론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국가경제가 나빠졌다는 평가에 대해 한나라당 지지층은 64.4%가 그렇다고 대답했고 비한나라당 지지층에선 44.5%였다. 정치성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기류가 바뀌고 있다. 최근 들어 조금씩 경제투표의 흐름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뉴타운 개발 공약의 효과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역시 EAI가 18대 총선 직후 실시한 패널조사에서 이런 흐름이 포착됐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한국경제에 만족할 때 한나라당에 투표한 비율은 91.9%였지만, 한국경제에 불만족할 경우에는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한나라당에 투표한 비율이 77.8%로 떨어졌다. 경제에 대한 인식 때문에 정당일체감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가 선거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조사나 연구 역시 제대로 제시된 것이 거의 없다. 최근 플로리다대학의 박원호 교수가 부동산 가격 변동을 변수로 2000년대의 한국 선거를 설명하려는 보기 드문 시도를 했다. 2009년 나온 그의 논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다.

    “가장 최근의 2008년 국회의원 선거의 예를 들어보자. 만약 집값이 두 배로 상승한다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부동산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거의 17% 상승하는 것으로, 반면 미소유자들 사이에서는 3.2%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부동산 가격 변동과 2000년대의 한국 선거: 지역주의 ‘이후’의 경제투표에 대한 방법론적 탐색’, ‘한국정치연구’ 제18집 3호: 1-28)

    이중적 태도의 비밀

    이제 부동산에 대한 여론조사를 볼 차례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10월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부동산 투자의향을 묻는 조사였다. ‘부동산은 반드시 오를 것이므로 투자할 것’이라는 의견이 41.1%, ‘투기로 인한 거품이 크므로 투자하지 않음’이란 의견이 57.1%였다. 이런 ‘정상’ 심리 또는 인식이 2005년 6월의 조사에선 많이 바뀌어 있었다. 부동산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동산가격 불패론에 대한 조사였다. 불패론에 대해 ‘공감한다’ 64.4%, ‘공감하지 않는다’ 32.9%로 공감 응답이 비공감 응답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두 조사의 질문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여론의 ‘이상’ 조짐으로 읽기엔 전혀 무리가 없다. 조사 결과는 부동산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는 일종의 일기예보였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2005년이었다. 그해 8월 KSOI가 다시 부동산 관련 여론을 청취했다. 정부가 추진 중이던 1가구 2주택 보유자에게 양도소득세 부담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물었다. 찬성이 53.2%, 반대가 43.3%로 찬성 우위의 여론구도를 보였다. 그런데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에는 찬반비율의 격차가 다르게 나타났다. 즉 비소유자의 경우 찬성이 59.1%이고 반대가 36.6%였다. 반면 소유자의 경우 찬성이 51.9% 반대가 44.8%였다. 주택을 가진 사람이 상대적으로 덜 찬성하고, 더 많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때까지는 그래도 일반인의 부동산 세금관련 심리는 정상이었다. 이미 비정상으로 돌아선 부동산 가격에 대한 심리와 달랐다.

    여론조사 분석으로 본 ‘집값의 정치사회학’
    그러나 이 정상 상태도 곧 뒤집혔다. 한 달 뒤 조사에서였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한 효과에서도 응답이 엇갈렸다. 전체적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56.9%, ‘효과가 있을 것이다’ 32.8%로 부정적 전망이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효과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 저소득층의 경우는 39.3%에 불과했으나, 중간소득층과 고소득층에선 각각 60.5%와 61.3%로 나타났다. 이미 중간층까지 부동산 상승의 구심력에 강하게 끌려가는 흐름으로 바뀐 것이다. 즉 중간층의 세금심리가 비정상으로 변한 것이다.

    8·31 조치 직후인 9월, 그 성과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상황은 더 심각해져 있었다. 저소득층에서 오히려 더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성공했다’는 응답이 저소득층, 중간소득층, 고소득층 순으로 각각 17.8%, 23.9%, 26.5%였다. ‘성공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같은 순서로 각각 67.7%, 58.4%, 60.5%였다. 이로써 세금관련 이상심리가 모든 계층으로 확산된 것이다. 저소득층의 이러한 열패감이 이후 정부의 부동산 세금정책에 대해 계층 배반적 반응을 보이는 배경으로 작용하게 된다.

    2006년 3월의 KSOI 조사는 부동산(아파트)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심리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주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살펴본 결과 ‘돈이 많이 들더라도 내 소유의 아파트를 갖고 싶다’ 55.3%, ‘꼭 내 소유일 필요는 없으므로 임대아파트를 이용하고 싶다’ 41.7%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것은 소득별로 인식에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1년 전 조사에 비해 내 아파트 소유 의향이 49.8%에서 44.4%로 5.4%포인트 떨어졌다. 중간소득층의 경우는 47.3%에서 56.4%로 9.1% 포인트 상승했다. 고소득층은 60.1%에서 60.0%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저소득층이 부동산 열풍을 지켜보면 속병을 앓는 사이 중간소득층은 부동산에 강한 애착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심리는 2006년 6월의 지방선거에서 투표로 극명하게 표출됐다. ‘싹쓸이만은 막아주십시오.’ 당시 여당의 비참한 구호였다. 한데 2006년 8월에도 부동산 관련 민심은 갈수록 악화됐다. 에서 보듯 1년 전의 8·31 부동산대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 평가가 대폭 줄었다. 대신 부정 평가는 확 늘어났다. 그 증감률은 저소득층보다 중간·고소득층에서 더 높았다. 부동산 규제와 관련해서는 고소득층에서 규제완화를 원하는 의견이 9%포인트 늘어난 반면 저소득층은 규제강화 의견이 7.4%포인트 늘어났다. 중간소득층의 경우 완화의견은 조금 늘고 강화의견은 조금 줄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소득층에선 규제강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남아 있었다.

    부동산 관련과 관련한 ‘이상’ 여론은 2006년 하반기가 되면서 완전히 굳어졌다. 우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여론이 거의 대세로 굳어졌다. 2006년 11월 조사에서 향후 부동산 가격에 대해 ‘상승할 것’이라는 응답이 68.5%로, ‘안정될 것이다’라는 응답 24.2%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같은 해 12월 조사에서 부동산정책방향에 대해 물었더니, 저소득층이 가장 강하게 세금인하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반응했다. 규제완화론이 저소득층에선 59.0%였고, 중간소득층과 고소득층은 각각 46.8%와 49.4%였다. 저소득층에게서 이제 규제에 대한 기대심리마저 사라진 것이다. 2007년 3월 조사에서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의 인상에 대해 가장 비판적인 층이 저소득층이었다.

    ‘더운 날씨’의 역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집이 없거나 살기 힘든 저소득층이 아니다. 따라서 이들은 부동산 가격에 대해 가장 반발하고 상승을 막을 규제강화나 세금인상을 지지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저소득층은 규제강화나 세금인상에 반대하는 여론을 표출했다. 정부정책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공자의 경고가 새삼 실감나는 대목이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돈을 번 사람은 많다. 그런데도 그들은 상승을 방치한 세력을 고마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금을 때린다고 비난했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마음 상한 사람은 많다. 그런데도 그들은 상승을 제어할 정책을 믿지 않았다. 되레 무능하다고 손가락질했다. 아직까지는 부동산 문제가 경제학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학의 영역에 가깝다는 것이다.

    끝으로 뉴스 하나. 통계적으로 뉴욕 맨해튼의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증가할 때 범죄율도 같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스크림과 범죄라니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을 것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뉴스지만 이번에도 진실은 허망하다. ‘관련이 없다.’ 그럼 뭔데? 날씨였다. 바로 뜨거운 여름 기온 때문이었다. 더운 날씨로 인해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고, 같은 시기에 범죄가 늘었다는 것이다. 더위와 범죄증가율은 일본의 기후학회와 독일의 기후연구소가 제시하는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부동산 가격동향과 여론동향의 관계는 아이스크림과 범죄의 관계처럼 무관하지는 않다. 그러나 부동산과 여론에도 ‘더운 날씨’ 역할을 하는 변수는 필요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여부, 즉 사람의 마음이 그것이다. 한국의 부동산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는 데 있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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