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일본인의 DNA 속엔 위기를 견디는 남다른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다섯 시간 줄을 서서 기름을 20ℓ밖에 사지 못해도, 버스가 오지 않아 네 시간을 기다려도, 지진으로 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일본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폐허 속에서 지친 어깨를 서로 기대며 희망의 모닥불을 피워 올렸다.
다시 희망이다!
유리창 안 방사능 피폭 진단을 받은 딸이 엄마에게 속삭인다. “엄마, 힘내요!” 바깥의 엄마가 가슴을 친다. “살아야 돼!” 살아남았지만 슬픈 이 모녀를 위해,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을 위해 인도 알라하바드 학생들이 위로의 촛불을 켰다. 복구 성금과 구조대 지원, 자원봉사…. 일본이 하루빨리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도움의 물결이 밀려든다. ‘전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일본이지만 일본판 뉴딜 정책으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진단도 없지 않다. 피난처에서 잠시 한숨 돌린 아이의 웃음. 다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