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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리비아사태-포스트 카다피

“리비아의 미래는 밝다. 왜? 카다피가 사라졌기 때문에”

현지르포 - 리비아 내전

  • 유재동│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jarrett@donga.com

“리비아의 미래는 밝다. 왜? 카다피가 사라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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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미래는 밝다. 왜? 카다피가 사라졌기 때문에”
취재진과 가이드, 운전사 등 일행은 27일 다시 제르바를 출발해 당일 오후 튀니지의 내륙국경도시인 데히바에 도착했다. 중간에 차를 한 번 갈아타고 5시간이 넘게 걸렸다. 우리의 계획은 국경을 넘은 다음 리비아 국경 인근도시인 날루트에서 반군 병사 한 명과 접선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차량 3대로 호위 행렬을 이뤄 중간에 아무런 제지 없이 트리폴리까지 직행할 수 있었다. 마치 액션 영화에 나오는 첩보 작전 같았다.

데히바 국경에선 과연 반군의 삼색 깃발이 보란 듯이 펄럭이고 있었다. 분위기는 생각보다 평화로워 보였지만 마음 한쪽의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국경 통과에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튀니지 검문소에서 여권에 출국도장을 받고 그대로 50m 앞의 리비아 반군 검문소로 향했다. 마치 간이 이동식 화장실을 연상시키는 낡은 리비아 검문소에서 총을 든 반군 병사가 나오더니 여권을 대충 훑어보고 그냥 취재진에게 건넸다.

“웰컴 투 프리 리비아(Welcome to free Libya).” 그는 외신기자인 우리에게 매우 호의적인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본격적인 리비아 여행의 막이 올랐다. 국경을 지나 약 10분도 안 되서 기자의 휴대전화에는 문자메시지가 한 건 찍혔다. 발신인은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귀하는 여행제한지역 포함국가 여행 중. 긴급용무 아닌 한 출국 요망. 무단 입국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우릴 보호해주기는커녕 벌을 준다고 생각하니 부모에게 버림받은 미아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총성은 멎었지만 치열했던 교전 흔적

“리비아의 미래는 밝다. 왜? 카다피가 사라졌기 때문에”

8월31일 리비아 순교자광장에서 트리폴리 함락 이후 첫 이슬람 기도회가 열렸다. 반군들이 테러를 막기 위해 기도회장 주변을 겹겹이 둘러쌌다. 시민들은 카다피 정권의 종말을 자축하며 기도회 중 여러 차례 환호성을 질렀다.

리비아 국경지대엔 치열했던 교전의 흔적이 산재했다. 길가엔 정부군이 버리고 간 탱크 여러 대가 방치돼 있었고, 부서진 AK-47 소총, 전복된 차량, 고철더미들도 곳곳에 보였다. 이곳을 지키던 한 반군에게 물어보니 올 4월경 인근 나푸사 산 일대를 둘러싸고 정부군과 반군의 치열한 쟁탈전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일대 어딜 가도 삼색 깃발뿐이었다. 반군들은 빌딩 위에도, 차량에도, 심지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의 언덕 위에도 깃발을 꽂아놨다.

국경을 지나 약 1시간 동안 차를 내달려 도착한 한 검문소에는 반군깃발과 함께 아랍에미리트(UAE) 튀니지 카타르 유럽연합(EU)의 국기가 동시에 걸려 있었다. 모두 카다피의 축출과 반군의 승리를 위해 직간접적인 지원을 했던 나라들이다. 국경 근처의 작은 도시 날루트 마을에도 곳곳에 “사르코지(프랑스 대통령) 고맙습니다” “나토가 우리를 살렸습니다” 등의 문구가 영어로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보통 서방에 대한 적대감과 독립 의지가 높은 중동 지역에선 보기 드문광경이었다. 이처럼 리비아 반군과 국민은 카다피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외세를 등에 업은 혁명’도 얼마든지 용인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여기엔 카다피가 1969년 친(親)서방 왕정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것에 대한 반발심리도 투영돼 있는 것 같았다.

인구 1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소도시 날루트는 이미 일상을 되찾은 듯했다. 거리엔 이프타르(라마단 금식 후 첫 식사)를 위해 빵과 과일을 사려는 주민이 많았다. 또 리비아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교통경찰의 모습도 보였다. 공권력이 가동된다는 것은 나라가 어느 정도 정상을 찾아간다는 신호였다.

기자는 이곳에서 주민들과 이프타르를 함께하면서 트리폴리로 가려는 각국의 외신기자도 여럿 만났다. 반군이 기존 건물을 개조해 시내에 차려놓은 간이 ‘미디어 센터’에도 미국과 일본 폴란드 등 각국의 특파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리비아 현지 취재를 위해 목적지와 루트의 안전 여부, 이동수단 등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했다. 이곳에서 만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는 “이 마을에서 어제 하루 묵었다. 반군의 도움을 받아 트리폴리로 가는 차편을 알아보고 있다”며 우리 일정도 되물었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면서 취재진도 날루트에서 하루를 묵을 수밖에 없었다. 밤 시간에 트리폴리로 이동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현지 리비아인들의 조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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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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