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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바이러스 전쟁 7년

  • 유의주 연합뉴스 사회부 기자

수돗물 바이러스 전쟁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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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7일 서울대 기자실에서는 서울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과 수돗물의 원천인 상수원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심각한 병원성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됐다.

이날 기자회견의 주인공은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상종(金相鍾·48) 교수로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관악구와 잠실, 논현동 일대에서 채취한 수돗물의 바이러스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무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엔테로 바이러스와 급성 장염의 원인이 되는 아데노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발견됐다”는 것이 회견의 골자였다.

김교수는 “팔당과 잠실 상수원에 대해서도 매달 바이러스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경우에서 2종의 병원성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잠실 상수원의 경우 두 가지 바이러스가 100ℓ당 20MPNIU(감염지수 단위·확률적으로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 개체수)까지, 팔당은 100ℓ당 10MPNIU까지 검출됐다는 것.

서울의 수돗물 생산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는 김교수의 회견 후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해 1년간 72회에 걸쳐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지만 상수원에서 100ℓ당 최대 3MPNIU의 바이러스가 검출됐을 뿐 수돗물에서는 단 한 차례도 검출되지 않았다”면서 “실험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만큼 김교수는 즉시 실험실을 공개하고 실험방법 등에 대한 적합성 여부를 검증받아야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수돗물 관련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다음날 해명자료를 발표하고 “수치자료와 분석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며 김교수 연구결과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 달 24일 서울시는 느닷없이 김교수를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돗물은 유해하다”(김상종)

김교수가 수돗물에 대한 근거없는 주장으로 시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가 내세운 고발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수차례에 걸친 자체검사와 용역결과를 통해 적어도 가정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만큼은 안전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던 서울시가 차제에 김교수의 거듭된 ‘공격’에 제동을 걸고 시민들의 불안감도 잠재우기 위한 다목적 포석에서 형사고발이라는 극단적 대응책을 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교수와 서울시 중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여부를 떠나 서울시의 고발은 과학자의 순수한 연구결과에 대해 행정당국이 형사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그로부터 며칠 후 환경단체의 중재로 서울시의 수돗물 관련 실무책임자들이 김교수와 면담을 벌인 끝에 고발을 취하함에 따라 유야무야되긴 했지만 이 사건은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이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7년여에 걸친 논란을 새삼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김교수와 서울시의 악연은 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교수는 “미국 환경청(EPA)에서 공인받은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시내 수돗물에서 대장균이 5회 검출됐고 일반 세균도 23회 검사 중 21회나 기준을 초과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지루하게 벌이고 있는 ‘수돗물 7년 전쟁’의 서막인 셈이었다.

이후 김상종 교수는 틈만 나면 서울 수돗물의 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고 97년 11월 한국미생물학회 추계학술대회 주제발표를 통해 “수도권의 수돗물과 상수원에서 장염과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엔테로 바이러스가 1000ℓ당 2마리에서 최고 10마리까지 검출됐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주장은 국내에서는 처음 나온 것으로 학계와 관련 행정당국은 큰 충격을 받았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는 ‘수돗물을 마시다 혹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공포분위기마저 감돌았다. 바이러스 관련 부분은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의료계에서만 주로 다룰 뿐 수질 관련 행정부서에서는 완전히 등한시하던 시기였을 뿐 아니라 학계에서조차 바이러스와 수질 사이의 전문적인 연구에 관심을 가진 교수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발표내용에 대해 서울시는 “장내 바이러스(엔테로 바이러스)는 통상 정수처리과정에 100% 제거되며 서울의 수돗물은 평균탁도가 0.15NTU(빛의 산란 정도를 통해 측정되는 탁도의 단위), 잔류염소량이 0.2ppm으로 미국의 수돗물 수질 권장기준에 비춰봐도 안전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사전준비나 논리가 약했던 당시의 환경부는 “검출내용은 프랑스의 수질권장기준에 적합하며 먹는 물 검사항목으로는 일반 세균과 대장균만 지정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바이러스에 대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는 없다”는 궁색한 답변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추후 연구를 통해 기준 마련을 검토하겠다는 의례적인 답변마저 회피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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