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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통일시대 한국 공군의 야망

공중 경보기·차세대 전투기로 전략공군 띄운다

  • 이정훈hoon@donga.com

공중 경보기·차세대 전투기로 전략공군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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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재통일에 대비하는 공군의 노력이 치열하다. 차기 전투기·차기 방공미사일·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도입을 서두르는 공군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한반도 재통일시 닥쳐올 불특정 위협에 공군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6·25전쟁 때 에이스는커녕 단 한 대의 적기도 격추하지 못한 ‘병아리 공군’에서, 이제는 대규모 편대군(群) 공격을 기획하는 전략공군으로 변신하는 공군의 전략을 심층 분석한다.
남북통일 시대 개막을 앞두고 육해공 군이 바빠지고 있다. 남북 화해를 기반으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지금, 3군이 바빠진 것은 무슨 연유인가? 세계사는, 대부분의 전쟁과 혼란은 긴장에서 화합으로 넘어가는 ‘여명기’에 터져 나왔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3군은 ‘남북통일이라는 평화 정착 과정에서 의외의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물론 통일 이후의 변화된 구도에까지 대비하기 위해 정중동으로 분주한 것이다.

3군 중에서도 특히 분주한 것은 공군이다. 이유는 최근에 있었던 큰 분쟁이 전부 항공력으로 결판났기 때문이다. 90년 걸프전은 항공력으로 승패가 결정됐고, 99년 코소보전은 아예 항공력만으로 종결됐다. 따라서 남북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이 나타난다면 이를 최선두에서 제압할 책임은 공군에 부여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판단 위에 공군은 그 대비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것이다.

지난 10월2일 국방부는 차기 전투기(F-X)와 차기 방공미사일(SAM-X) 도입 사업이 포함된 2001년도 국방예산안을 공개했다. 10월18일에는 공중조기경보기(E-X) 도입을 위한 공개 설명회를 가졌다. 미 공군이 보유한 최고의 전투기인 F-15E급 수준의 전투기 도입을 목표로 한 F-X 사업과, 미 육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 PAC-3급 수준의 방공미사일 도입을 목표로 한 SAM-X 사업, 그리고 미 공군이 보유한 AWACS 수준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을 목표로 한 E-X사업 등이 통일시대를 열기 위한 공군의 핵심 대비책이다.



많은 사업을 펼쳐 놓은 공군



수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완수되려면,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80년대 후반 정부와 공군은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한국형 전투기(KFP) 도입 사업을 추진했다가, 후폭풍에 휘말려 호된 시련을 겪은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사업부터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작지만 강한 군대를 지향하는 공군이 제대로 이륙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기수(機首)는 과연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일까?

공군의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어사전은 공군을 ‘공군에 딸린 항공기를 이용해 국가를 방위하고 국익을 지키며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군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공군을 이해하는 지름길은 공군기부터 살펴보는 것이다. 공군기는 전투기(전투기는 다시 제공기와 전폭기로 나뉜다)와 폭격기·정찰기·공격기·전자전기·급유기·수송기 등으로 나뉜다. 공군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폭격기와 전투기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다.

사람은 땅에 발을 딛고 살기 때문에, 국가를 운영하거나 지키는데 필요한 핵심 전략시설을 땅에 건설할 수밖에 없다. 가끔씩 ‘유사시’로 표현되기도 하는 전쟁은 바로 이러한 전략시설을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적국 깊숙한 곳에 있는 전략시설을 파괴하는 공군기가 바로 폭격기다. 폭격기는 영어로 Bomber기 때문에 대개 B로 시작되는 이름을 갖는다.

폭격기가 자기 영공을 마음대로 헤집고 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둘 나라는 없다. 적국에서 폭격기가 날아오면, 그에 맞서 전투기를 띄워 그 폭격기를 요격하거나 방공 미사일로 격추를 시도한다. 폭격기는 무거운 폭탄을 실어야 하기에 덩치가 매우 커서, 적 전투기와 방공 미사일의 역습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폭격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먼저 전투기를 발진시켜 적 전투기와 방공미사일 기지부터 파괴하여야 한다.

아군 전투기가 적 전투기를 요격하고 방공미사일 기지를 파괴하는 것을 ‘제공(制空)작전’이라고 한다. 제공작전을 수행하는 전투기는 영어로 Fighter이기 때문에 (미국제) 전투기는 대개 F로 시작되는 이름을 갖는다. 전투기가 제공권을 장악해주면 폭격기는 마음놓고 이륙해 적진 깊숙한 곳에 있는 전략 기지를 파괴한다. 이렇게 되면 지상군이 적 지역에 들어가지 못했더라도, 적국은 지휘·통신 체계가 마비돼 저항 불능상태가 된다. 폭격기를 동원해 적국의 지휘·통신 체계를 완전 마비시키는 것을 ‘마비전(痲痺戰)’이라고 한다.

공군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전투는 제공권을 확보한 후 마비전을 펼치는 것이다. 미 공군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일본 지역, 6·25전쟁중 북한 지역, 그리고 베트남전쟁 때 월맹 지역을 상대로 이러한 전투를 치른 바 있다. B-29를 비롯한 대형 폭격기가 적지에 새까맣게 떠서 폭탄을 떨구는 것을 가리켜 ‘융단폭격’이라고 한다.

융단폭격은 사람들로 하여금 ‘전략시설은 폭격기가 공격할 수 없는 지하나 동굴 깊숙한 곳에 건설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전략시설을 깊숙한 곳에 건설하기 시작하자, 덩치 큰 폭격기는 이를 공격하는 데 어려움이 커졌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폭격기를 대신해 깊숙한 곳에 건설된 전략시설을 때릴 수 있는 공군기 개발에 주력했다. 이러한 공군기는 뛰어난 기동력으로 계곡 깊숙한 곳에까지 파고 들어가 목표물까지 자동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목표로 연구를 거듭하자 이러한 성능을 가진 공군기는 전투기뿐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로써 전투기와 미사일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폭격기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도태되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는 융단폭격을 보기 힘든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전투기 분야에 대한 연구가 거듭되자, 전투기는 제공권 확보를 목적으로 적 전투기를 요격하는 ‘제공기’와, 제공기가 열어준 공간을 파고들어가 전략목표물을 정밀 타격하는 ‘전폭기’로 나뉘게 됐다.

제공기는 공대공 무기를 갖고 적 전투기를 요격하는 것이고, 전폭기는 제공기가 공간을 열어준 틈을 이용해 초고속으로 지상으로 접근해 정밀한 공대지 무기로 전략 목표물을 파괴하는 일을 떠맡았다. 제공기와 전폭기 중에서 더 정밀한 성능을 갖춘 것은 제공기다. 전폭기가 계곡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가 전략목표물을 때리는 것도 어렵지만, 그보다는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적기를 요격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공기는 전투기 중의 전투기로 꼽히게 되었다.



날아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



현재 한국 공군이 추진하는 F-X 사업이 바로 제공기 도입 사업이다. F-X 사업에는 미국의 F-15E, 프랑스의 ‘라팔’, 영국·독일·스페인·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한 ‘타이푼’, 러시아의 ‘수호이 35’가 경쟁하고 있다. 국방부는 2001년 중에 F-X 기종을 결정하고 2004년까지 4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공군이 보기에 적의 방공레이더 기지는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다. 이 레이더 기지가 살아 있으면 아군기는 마음놓고 적진을 돌파할 수가 없다. 때문에 개전 초기에 이 기지를 파괴해 적을 ‘장님’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폭기 중에는 적의 눈(방공레이더 기지)을 멀게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도 있다. 이러한 전폭기에는 적 방공레이더에서 나오는 레이더파를 따라 들어가는 공대지 미사일 등이 장착되는데, 이러한 전폭기를 가리켜 특별히 ‘대공(對空)제압기’라고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인 미 공군은 오랜 경험을 통해 제공기와 전폭기를 3.5 대 6.5의 비율로 보유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가장 강한 전력을 갖는 방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은 제공기인 F-15와 전폭기인 F-16을 이러한 비율로 보유하게 되었다. 미 공군의 방침을 교과서처럼 따르는 것이 일본의 항공자위대다.

항공자위대는 F-15 중에서도 최신형인 F-15E를 수입해 제공기로 삼았다. 항공자위대가 수입한 F-15E는, 마지막 글자인 E자 대신 일본을 뜻하는 J자를 붙여서 F-15J로 부르고 있다. 현재 일본 항공자위대는 F-15J기 200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F-X를 추진하는 한국이 F-15E를 도입한다면, E자 대신 한국을 뜻하는 K자를 붙여 F-15K로 부르게 된다.

하지만 일본은 전폭기인 F-16을 바로 수입하지 않았다. 일본은 미국과 공동으로 기존 F-16기에 스텔스 기능 등을 대폭 보강한 새로운 전폭기 개발에 착수했다. FS-X 사업으로 불린 이 사업은 성공을 거둬, 일본의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은 스텔스 기능 등이 현저히 강화된 F-2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항공자위대는 현재 미쓰비시 중공업으로부터 F-2기 130대를 납품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공기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항공자위대는 미 공군이 사실상 퇴역시킨 팬텀(F-4)기 116대를 전폭기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미국은 한국 등 우방국을 지원하기 위해 저성능의 제공기 F-5를 제작, 공급한 바 있다. 일본은 이러한 F-5를 모방해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F-1 제공기를 독자개발했다. 때문에 F-15J가 뜨지 않아도 쉽게 요격할 수 있는 저성능의 항공기를 요격하기 위해 74대의 F-1기를 경(輕)제공기로 운용하고 있다.

미 공군은 제트기를 처음 익히는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F-5를 고등훈련기로 쓰고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가 F-1을 경제공기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뒤처져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 공군은 그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 F-15급 전투기 자체가 없는 한국 공군은, F-16을 제공기로, 팬텀(F-4)을 전폭기로, 그리고 F-5를 경제공기로 쓰고 있다. 제공기다운 제공기는 전무한 것이다.

현재 한국 공군은 F-16을 160대 보유하고 있는데 조만간 180대로 늘릴 예정이다. 이때쯤이면 F-X사업이 성사돼 40여대의 제공기가 도입되므로, 한국 공군은 F-16 전체를 전폭기로 전환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한국 공군력은 일본에 비해 여전히 열세다. 이러한 전력으로는 한반도 밖에서 통일을 방해하는 세력을 억제할 수가 없다. 따라서 F-X 사업이 종료되는 대로 제2차 F-X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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