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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 진단|부시정권과 한미공조

들어라 양키들아! 민족 공조가 우선이다

  • 김민웅

들어라 양키들아! 민족 공조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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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라고 하지만, 지금 변화해야 할 나라는 오히려 미국이다.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우리 민족 내부의 대화와 협력에 간섭하지 않으며, 자신의 군사력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는 전략을 청산할 때 미국은 비로소 한반도 평화질서 구축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부시 정권의 등장으로 우리의 남북 평화통일 정책과 대미(對美) 공조체제는 중대한 전환기에 처하게 됐다. 왜 그런가? 부시 정권은 냉전 시절 ‘대결주의적 패권전략’을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았던 레이건 시대의 유산을 적극 상속하려 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레이건의 ‘스타 워즈(Star Wars)’의 변형인 국가미사일 방어(NMD·National Missile Defense) 체제를 추진할 의사를 강력하게 밝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그리하여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전쟁경제적 본질을 구성하고 있는 군산(軍産) 복합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물들이 대외정책 결정조직에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는 이런 부시 정권의 군사주의 노선에 그대로 끌려갈 것인지, 아니면 이를 배격하고 냉전체제 극복을 위한 평화지향적 노선을 관철할 것인지의 문제가 절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먼저 부시 정권의 대북(對北) 자세를 결론적으로 말하면 ‘적대정책’이라는 한마디로 집약된다. 과거처럼 북한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국제정세의 변화를 고려해 어느 정도 조심스러움은 있을지 모르지만, 본질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기를 드는 제3세계 국가에 대한 점령주의적 지배정책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대(對) 중국, 대(對) 러시아에 대한 견제 내지 압박의 목적을 가진 NMD 설치 추진 등으로 나타나는 미국의 세계패권 전략의 틀 속에서 규정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이런 나라들과도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 민족 전체에 가하는 위협은 매우 크다. 따라서 이러한 미국의 정책에 공조하는 것은, 한반도 주변 정세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열강이 벌이는 패권투쟁의 소용돌이에 우리를 휘말리게 할 뿐만 아니라 민족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파탄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없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부시 정권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민족 내부의 공동 대응이다. 그것만이 이 치열한 국제정세의 패권다툼 속에서 우리 민족이 공동번영을 추구하면서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이다. 주변 정세에 대한 민족공조체제를 확고하게 추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강대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지원하는, 그래서 민족 내부의 대결과 갈등을 군사화함으로써 반(反) 평화적인 냉전체제의 파괴적인 위력을 강화하는 결과에 봉착하고 말 것이다. 이것은 분명 이 시대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기에 몰아넣는,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 아닐 수 없다. 부시 정권과 우리의 공조체제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평가하여 정책의 근본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이다.

한미 공조의 세 가지 원칙

미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에 대한 한·미간 상호조율을 목적으로 지난 2월7, 8일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과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 사이에 회담이 있었다. 이 회담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한국의 대북 화해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한·미간에 대북정책에서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가기로 했다. 그러나 외교적 수사(修辭)를 동원한 지지 표명과는 달리,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떤 내용으로 정리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3월 중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라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지금까지 진행돼온 남북관계 정상화 과정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2월12일, 외교·안보·통일문제를 놓고 벌인 국회의 대정부 질의는 대미 공조체제의 미래를 둘러싼 여야간 논전이 중심이었다. 부시 새 정권의 대북정책이 클린턴 정권 시기와는 차별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 대응을 둘러싼 내부적 의견조율 과정이 필연적으로 요구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야간에 정황에 대한 인식 차가 워낙 커서 과연 이것이 제대로 조율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대중 정부와 민주당은 미국과의 협조를 부정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의 주체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는 원칙을 관철시키는 것이 한·미 공조 체제의 기본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에 야당인 한나라당과 공동 여당인 자민련은 부시 정권의 이른바 엄밀한 상호주의를 기조로 하는 대북 압박정책이 온당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를 따르는 것이 대미 공조의 본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 차만이 아니라 대외정책에 ‘주체와 사대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더하여, 여야 모두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이 갖는 성격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인식의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한쪽은 다분히 희망적인 관측에 기대면서 우리 견해를 명확하고 강력하게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이 우리의 정책을 계속 지지해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다른 한쪽은 민족적 관점을 상실한 채 시대착오적인 냉전형 사고에 집착하면서 부시 정권의 대북 적대정책을 적극 수용할 태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인해서 우리의 남북통일 정책을 일관성있고 혼선없이 밀고 나갈 수 있는 내부적·외교적 역량을 집결시키는 데에 적지 않은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다음 세 가지를 원칙으로 삼아 풀어가야 한다. 첫째, 민족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협조는 필요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의 이해를 촉진시키는 목적에 봉사할 경우에만 받아들일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분명히 밝히고, 이를 대외정책의 논리로 정식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서만큼 대미 공조는 민족 공조의 하위개념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둘째, 이른바 ‘주적(主敵) 개념’에 기초한 적대관계를 해체하고 민족 내부의 공조체제를 최대한 굳히는 것이 대미 공조보다 우선하는 관건임을 강조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 열강이 이를 지지하고 있음을 밝히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문제에 대한 주변 열강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는 국제적 환경을 만들어내는 기본 조건이다.

셋째, 국제적 공조의 성격이 민족공조의 기반을 위협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있을 경우, 그것은 이미 우리 민족의 이익을 위한 공조체제가 아니므로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반도의 긴장을 부각시키는 부시 정권의 NMD 정책에 대한 우리의 반대 표명은 이런 점에서 매우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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