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호

들어라 양키들아! 민족 공조가 우선이다

  • 김민웅

    입력2005-04-29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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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정권의 등장으로 우리의 남북 평화통일 정책과 대미(對美) 공조체제는 중대한 전환기에 처하게 됐다. 왜 그런가? 부시 정권은 냉전 시절 ‘대결주의적 패권전략’을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았던 레이건 시대의 유산을 적극 상속하려 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레이건의 ‘스타 워즈(Star Wars)’의 변형인 국가미사일 방어(NMD·National Missile Defense) 체제를 추진할 의사를 강력하게 밝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그리하여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전쟁경제적 본질을 구성하고 있는 군산(軍産) 복합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물들이 대외정책 결정조직에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에게는 이런 부시 정권의 군사주의 노선에 그대로 끌려갈 것인지, 아니면 이를 배격하고 냉전체제 극복을 위한 평화지향적 노선을 관철할 것인지의 문제가 절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먼저 부시 정권의 대북(對北) 자세를 결론적으로 말하면 ‘적대정책’이라는 한마디로 집약된다. 과거처럼 북한을 노골적으로 압박해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국제정세의 변화를 고려해 어느 정도 조심스러움은 있을지 모르지만, 본질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기를 드는 제3세계 국가에 대한 점령주의적 지배정책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대(對) 중국, 대(對) 러시아에 대한 견제 내지 압박의 목적을 가진 NMD 설치 추진 등으로 나타나는 미국의 세계패권 전략의 틀 속에서 규정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이런 나라들과도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 민족 전체에 가하는 위협은 매우 크다. 따라서 이러한 미국의 정책에 공조하는 것은, 한반도 주변 정세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열강이 벌이는 패권투쟁의 소용돌이에 우리를 휘말리게 할 뿐만 아니라 민족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파탄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없다.

    우리에게 지금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부시 정권의 대북 적대정책에 대한 민족 내부의 공동 대응이다. 그것만이 이 치열한 국제정세의 패권다툼 속에서 우리 민족이 공동번영을 추구하면서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이다. 주변 정세에 대한 민족공조체제를 확고하게 추진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강대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지원하는, 그래서 민족 내부의 대결과 갈등을 군사화함으로써 반(反) 평화적인 냉전체제의 파괴적인 위력을 강화하는 결과에 봉착하고 말 것이다. 이것은 분명 이 시대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기에 몰아넣는,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이 아닐 수 없다. 부시 정권과 우리의 공조체제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평가하여 정책의 근본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이다.



    한미 공조의 세 가지 원칙

    미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에 대한 한·미간 상호조율을 목적으로 지난 2월7, 8일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과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 사이에 회담이 있었다. 이 회담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한국의 대북 화해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한·미간에 대북정책에서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가기로 했다. 그러나 외교적 수사(修辭)를 동원한 지지 표명과는 달리,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떤 내용으로 정리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3월 중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라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지금까지 진행돼온 남북관계 정상화 과정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2월12일, 외교·안보·통일문제를 놓고 벌인 국회의 대정부 질의는 대미 공조체제의 미래를 둘러싼 여야간 논전이 중심이었다. 부시 새 정권의 대북정책이 클린턴 정권 시기와는 차별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 대응을 둘러싼 내부적 의견조율 과정이 필연적으로 요구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야간에 정황에 대한 인식 차가 워낙 커서 과연 이것이 제대로 조율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대중 정부와 민주당은 미국과의 협조를 부정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의 주체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는 원칙을 관철시키는 것이 한·미 공조 체제의 기본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에 야당인 한나라당과 공동 여당인 자민련은 부시 정권의 이른바 엄밀한 상호주의를 기조로 하는 대북 압박정책이 온당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를 따르는 것이 대미 공조의 본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견해 차만이 아니라 대외정책에 ‘주체와 사대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더하여, 여야 모두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이 갖는 성격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인식의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한쪽은 다분히 희망적인 관측에 기대면서 우리 견해를 명확하고 강력하게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이 우리의 정책을 계속 지지해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다른 한쪽은 민족적 관점을 상실한 채 시대착오적인 냉전형 사고에 집착하면서 부시 정권의 대북 적대정책을 적극 수용할 태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으로 인해서 우리의 남북통일 정책을 일관성있고 혼선없이 밀고 나갈 수 있는 내부적·외교적 역량을 집결시키는 데에 적지 않은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다음 세 가지를 원칙으로 삼아 풀어가야 한다. 첫째, 민족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협조는 필요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의 이해를 촉진시키는 목적에 봉사할 경우에만 받아들일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분명히 밝히고, 이를 대외정책의 논리로 정식화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적어도 한반도 문제에서만큼 대미 공조는 민족 공조의 하위개념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둘째, 이른바 ‘주적(主敵) 개념’에 기초한 적대관계를 해체하고 민족 내부의 공조체제를 최대한 굳히는 것이 대미 공조보다 우선하는 관건임을 강조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 열강이 이를 지지하고 있음을 밝히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문제에 대한 주변 열강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는 국제적 환경을 만들어내는 기본 조건이다.

    셋째, 국제적 공조의 성격이 민족공조의 기반을 위협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있을 경우, 그것은 이미 우리 민족의 이익을 위한 공조체제가 아니므로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반도의 긴장을 부각시키는 부시 정권의 NMD 정책에 대한 우리의 반대 표명은 이런 점에서 매우 긴요하다.

    이번 2월에 열렸던 한·미 외무회담의 기본 성격은 미국의 새 행정부 등장에 따른 상견례와 함께, 북한 문제를 놓고 이른바 한·미 공조체제를 확인하고 이를 기준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시 정권의 향후 대북정책이 어떤 양상을 띠게 될 것인지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미래의 논의 사항으로 남겨 놓았다는 점은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가야 하는 우리에게는 불안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이 가지고 있는 기본 성격이 앞서 언급했듯이 적대적인 성향이 높다는 점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장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부시 정권의 대북정책이 정리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이번 외무회담과 향후 정상회담을 통해서 더 정교하게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면 상황은 한결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한다는 외교적 발언과는 달리 미국이 NMD 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 대북 대결정책을 포기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파월 국무장관이 한국정부의 대북 화해정책을 지지한다고 한 발언의 성실성과 진실성을 믿기 어려운 이유다. 다시 말해서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북·미관계 정상화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도 북한 미사일 문제 타결과는 상관없이 NMD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긴장완화보다는 도리어 긴장 유발 쪽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NMD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가 거센 판국에 이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계속 강화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서 NMD 추진을 정당화할 만한 긴장을 조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한마디로 미국의 대북정책은 이미 결론이 내려진 상태에서, 자신의 NMD 추진을 합리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이미 지적했듯이 한·미 공조체제는 자칫하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NMD 추진을 지원하는 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남북관계를 중심에 놓고 민족 문제를 풀어 가는 원칙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경계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한·미 공조보다 우선하는 것은 민족 공조라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미국은 일단 말로는 대북 화해정책을 지지한다고 하면서 “문제는 북한의 태도”라는 식으로 꼬리를 달았다.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공개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정권의 내심은 대북 화해정책을 무산시키고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켜 NMD에 대한 근거를 만드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부시 정권은 전임자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적극 지원했어야 한다. 그래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개돼온 북·미 간의 긴장과 대결을 일거에 소멸시키는 정책을 추진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매우 다르게 진행됐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정권은 본질적으로 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별로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클린턴의 방북을 견제·봉쇄해버리고 말았다.

    한·미 외무회담과 정상회담에서 강조해야 할 것들

    부시 정권은 또 미사일 문제 타결과는 별도로 북한이 “자위력을 넘는 수준의 재래식 무기체제를 갖고 있다”면서 이의 일방적인 축소까지 거론하며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북정책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상대방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면서 무조건 항복하지 않으면 계속 괴롭히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논법이다. 다시 말해 이는 엄연히 주권국가에 대한 위협이자 도발이며, 도에 지나친 군축 요구가 아닐 수 없다.

    향후 한반도의 평화질서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군축 논의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자신의 자위력으로는 쉽게 맞서기 어려운 미국이 한반도 남쪽에서 유지하고 있는 군사적 지배체제를 우선 철거하고, 남북 사이에 군축 논의가 긴밀하게 전개되는 과정에 얻어낼 수 있는 성과물이지, 일방이 타방에게 위협적으로 요구해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따라서 미국이 이러한 대북 적대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이른바 한·미 공조는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 할 우리 민족에게는 부정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서 한·미 공조가 평화 시스템을 만들기보다는 전쟁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이바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외무회담은 그런 의미에서 한·미 공조의 원칙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회담이 됐어야 한다. 즉 국제사회의 반발에 직면한 NMD 계획을 한반도에까지 확대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화해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평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민족 공조를 지원하는 한도 내에서의 한·미 공조라는 점을 확실히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미정책에 균열이 생기면 안 된다는 논리로 민족 내부의 역량 결합을 저지하거나 약화시킬 한·미 공조를 지탱해간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의 앞날을 미국이 더욱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길을 내주는 격이 된다는 점에서 이를 거부해야 마땅하다.

    미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라고 하지만, 이미 6·15 선언 이후 남과 북은 다양한 방식으로 평화와 통일의 미래를 준비해오고 있다. 따라서 지금 변화해야 할 나라는 오히려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민족 내부의 대화와 협력을 방해하지 않으며, 자신의 군사력을 강화하여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는 전략을 청산할 때에 미국은 비로소 한반도 평화질서 구축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우호적인 북·미 관계가 형성된다면 동북아의 미래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전해질 것이다.

    이번 외무회담은 그런 전망과 구체적인 비전 제시가 없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NMD 구상을 한반도에 적용시키지 말 것과, 평화협정을 비롯한 다양한 노력에 미국이 협조할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한·미 공조가 될 것이며, 이로써 민족의 장래는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NMD에 대해서도 우리의 견해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러면 NMD 추진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과연 어느 정도인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비롯해 럼스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CNN, ABC 등과 대담하는 자리에서 “러시아와 맺었던 요격미사일 조약을 파기하고서라도 NMD 구상을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 원칙과 기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국제법보다 우위에 올려놓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러시아와 협상할 일이기는 하지만, 요격미사일 조약이 미국의 국익에 배치된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 이를 유지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우 “지난 30여 년간 국제상황은 많이 변했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미국의 NMD 구상이 정당함을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NMD 구축이 러시아의 안보에 아무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까지 말했다. 즉 부시 정권은 군비경쟁이 촉발될 것을 염려하는 국제 여론이 반대하는 것을 알면서도 미사일 체제를 구축해나갈 방침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부시 정권이 레이건 정권 당시의 기조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유럽 동맹국들이 반대하는데도 미사일체제 강화를 중심으로 한 안보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정권 당시와 클린턴 정부는 냉전체제 붕괴와 세계화 전략의 확산이라는 전환기적 변화에 대응하는 외교정책을 감당해야 했던 반면에, 현 부시 정권은 다소 정착된 세계질서를 미국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확고히 밀고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시 정권은 레이건 정권 당시의 ‘공격적 전략’을 다시 밀고 나감으로써 미국에 대항하는 세력을 압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레이건 정권 당시 미국은 미사일 체제를 강화하고, 엘 살바도르 등 제3세계 친미 군부정권을 지원하며,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부시 정권 역시 NMD 구상을 실천에 옮기면서 미사일 체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구체화하고, 콜롬비아 등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통해 미국의 패권을 더 확고히 하려는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군사주의 노선에 대하여 유럽 언론들은 부시 정권이 군수산업을 지원함으로써 군비경쟁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유럽과 러시아가 모두 반대하는 미사일 체제를 구축하여 미국의 일방통행적 질서를 만들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러시아의 움직임이 특히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NMD 구상에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유럽, 중국과 더불어 NMD 반대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도 오는 4월에 예정돼 있어서, 이 회담의 결과가 동북아 안보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는 푸틴의 북한 방문에서 나온 북·러 공동선언으로 NMD 반대를 이미 표명한 바 있으며, 북한 미사일 문제가 NMD 구축에 빌미가 되지 않도록 조율해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미국의 군사주의 노선이 동북아에 NMD 체제를 건설하게 된다면, 러시아는 이를 자신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될 경우 지금 한참 진행중인 남북관계 진전에 막대한 부담이 생길 수 있으며, 남과 북은 열강의 패권경쟁에 휘말리면서 다시금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 이른바 ‘신(新)냉전’의 도래인 것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도 없고, 러시아와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없으며, 중국 관계 또한 러시아와 다르지 않은 형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미국, 일본과 노선을 같이하면서 NMD 구상을 받아들이는 길만 남는데, 이것은 한국을 열강의 군비경쟁 속으로 내던지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냉전 해체란 오랜 군사적 적대관계를 해결하고 평화체제를 만들어나가는 지난한 작업인데, 이런 노력을 일거에 역전시키고 말 선택을 하는 것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어리석고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가급적 긴장 없이 미국과 외교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과 한계가 있다고는 해도, 한국이 국제사회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NMD 체제를 수용한다면 자신의 국제적 입지가 상당히 불리해진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는 미국의 NMD 구상에 대해서 명백한 견해를 밝혀야 하는 시점에 다다르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동북아의 NMD 구축이 현재 진행중인 남북관계와 평화질서 창출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다는 점과, 이로써 통일을 가로막는 상황이 생긴다는 점을 내세워 미국의 NMD 계획에 대한 반대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분명한 단어와 표현을 동원해서 밝혀야 한다는 점에서 김대중 정부의 외교적 용기가 긴요한 일이라 하겠다.

    침체국면에 진입한 미국 경제

    그러면 미국은 왜 이토록 NMD 구상에 매달리는 것일까? 그것은 일차적으로 부시 정권의 군사주의 노선에 따른 패권주의 전략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근원적으로는 동요하는 미국 자본주의 체제의 돌파구 모색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 군산복합체의 입지가 강력해지는 까닭은 위기에 처한 미국 자본주의의 해법을 ‘전쟁경제 가동’이라는 방식으로 정리하려는 구조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최근 ‘제로 성장의 시기’로 들어서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평가와 함께 소비자들의 시장 신뢰도가 1996년 이래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불황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울한 진단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1월 말 머릿기사로 취급한 이같은 미국 경제의 전망은, 향후 경제에 대한 기대치 역시 1993년 이래 최하치인 96.9에서 77로 하락, 소비자들의 지출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소비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해짐으로써 생산 규모가 위축되고, 이에 따른 실업증가로 경기의 하강 국면이 더 급격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과 관련하여 경제학자 짐 쿤즈는 “미국 경제가 심각한 하강 국면에 처해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그 결과는 매우 광범위하고 분명한 기조를 띨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이러한 불황기 진입은 지난 10년간의 활황 국면이 종식되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정부의 재정 및 화폐정책이 전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 경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한국 경제도 현재 기대하고 있는 구조조정기의 회복 국면이 어떤 상태가 될 것인지 불분명해지는 셈이다. 아무튼 부시 정권이 강한 달러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지표는 유럽 단일화폐에 대한 달러의 강세가 차츰 둔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의 세계적인 영향력이 위축됨을 뜻하며, 그런 상황이 내부 경제에 중대한 파장을 일으키리라 예상하게 한다. 실질적으로 미국 내 경제상황을 보아도 기업들의 해고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시장 신뢰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지난해 12월의 128.6에서 올 1월의 경우 114.4로 96년 12월 이후 최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시장 신뢰도는 5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지난해보다 20% 하락한 것이며 90∼91년 마지막 침체기의 15.52%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 신뢰도가 떨어지고 경제 전반의 침체가 예상되며 연방중앙은행의 이자율 인하 조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시장의 투기도 더욱 격해지고 있다.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돈들이 증시에서 투기적 매매를 통해 단기 수익률을 높이려는 것이나, 경기침체에 대한 예상이 뚜렷해지자 매물이 쏟아져 나옴으로써 증시가 더욱 동요하는 상황인 것이다.

    제로 성장 가능성이라는 경기침체 국면과 금융시장 내부의 투기가 결합된 상황은 미국 경제를 급격하게 하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시장의 동요는 기업의 자본 조달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며, 경기위축으로 인해 수익률이 떨어지는 판국에 은행 대출을 갚아가는 일에서부터 상당한 부담이 발생해 경영상의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은 이런 상황에 연방정부의 감세정책과 계속되는 연방중앙은행의 이자율 인하조치 등이 기업 투자를 늘리고 금융시장을 활성화해 사태를 반전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즉 경기순환 과정에 나타난 일시적인 조정국면일 수 있으므로 재정정책과 화폐정책이 뒷받침해주면 사태는 나아질 수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연방중앙은행 총재 앨런 그린스펀은 “현재의 침체국면 진입은 과잉생산기의 상황에서 재고를 조절하는 이른바 ‘인벤토리 교정기간’에 해당한다”면서 “이러한 성장위축 상황이 소비자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를 파괴하는 지경에까지 이를 것인가 아닌가가 결정적인 관건”이라고 말했다. 자신있게 경기회복을 전망하기보다는 경기침체 국면을 인정하면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확실한 자신감을 보이지 못하는 말이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경제가 하강하리라는 예상은 쏟아져 나왔으며, 이는 실질적인 지표로도 확인되고 있었기에 2001년의 경제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으리라는 우려는 좀더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현재 미국 정부의 경기회복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더욱 상황을 낙관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지난 10년의 활황기에서 팽창해버린 투기적인 금융시장이 실물경제를 교란하고 있으며, 경기순환의 관점에서도 침체국면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정한 조정기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 조정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앞서 지적했듯이 벌써부터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줄이면서 해고율이 높아져 실업사태 확산이 내다 보이고 있다. 더욱이 부유층을 중심으로 할 것으로 보이는 부시 정권의 경제정책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중하층 서민의 생활을 보조해줄 사회보장 예산을 삭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없는 이들에게는 더욱 힘든 고비가 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 부시 정권의 군사주의 노선에 따른 전쟁경제의 가동이 촉진되고 있는 것이다.

    1961년 1월17일 ‘아이크’라는 별칭으로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케네디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주면서 퇴임사를 했다. 그는 이날 미국 사회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군산복합체, 즉 미국 군부의 기득권과 무기산업의 결합에 대해서 경고했다. 아이젠하워 자신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장군이었다는 점에서, 그가 군부의 기득권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실로 용기있는 일이었다. 그는 퇴임사에서 “군부의 거대한 기득권과 대규모 무기 산업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것은 미국사회에서 새로운 경험이며, 이들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은 정치, 경제, 그리고 정신적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군산복합체는 미국사회의 구조 자체가 되고 있다”고 설파했다.

    미국의 자본주의 성장사에서 군산복합체의 등장과 확대재생산이 갖는 비중은 실로 막중하다. 1930년대 대공황이 시작되자 미국은 일단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이를 통한 유효수요의 확장을 기초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쪽으로 가닥을 모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정식화된 뉴딜 정책은 잠시의 부양책으로는 의미가 있었지만 과잉생산과 수요 부족, 그리고 경기하강을 복구하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전쟁경제의 수요가 급격하게 확장되면서 사태는 역전의 계기를 갖게 됐다. 뉴딜 정책보다는 전쟁경제가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적으로 넘기게 하는 주된 동력이었던 것이다. 자동차 공장이 곧바로 탱크 제작에 나서는 등 군수산업의 확대는 미국 경제 전반에 충격적인 활황을 가져다주었다.

    이러한 경험은 전쟁경제의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기가 하강하자, 미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논리를 통한 군산복합체의 이익 복구에 주력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소련 공산주의와의 대결을 명분으로 앞세운 냉전 논리를 통해서 군산복합체에 돈을 쏟아부을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트루먼 정권하에서 이루어진 이른바 국가안보 비망록 NSC-68(National Se curity Council Memorandum-68)은 바로 이런 의도와 구상에 입각해 작성한 정책안이었다. NSC-68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의 안보에 최대 위협이 되는 나라로 소련을 꼽으면서 이에 대처하려면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 확대하는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소련은 전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고 전후 복구의 어려움에 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에 대한 대중적 공포감을 조성하고, 이에 기반한 국가안보정책을 지향함으로써 군사비 지출 확대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젠하워에 이어 들어선 케네디 정권은 베트남전쟁 개입과 제3세계 군부정권 지원을 통해서 오히려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했으며, 이 과정에 지출된 돈으로 미국 경제를 적자 재정으로 몰아갔다. 국제적으로는 과잉 지출된 돈이 결국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이 돈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세계 금융시장의 투기장화를 촉진했으며, 훗날 도처에서 외환위기를 일으키는 요인이 됐다. 게다가 제3세계에서는 군부독재 정권을 지원하는 정책이 정당화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등 군산복합체의 국내외적인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제 이러한 과거를 청산하고 새 시대를 일궈내야 하는 판국에 등장한 부시 정권은 전쟁경제를 통한 군산복합체를 다시금 전면에 내세우려 하고 있다. 진정한 경제적 번영은 평화를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부시 정권의 NMD 구상을 비롯한 전쟁경제적 발상과 정책은 그 번영의 미래를 사전에 몰수해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군산복합체가 선도하는 위기대응 방식은 오로지 미국의 소수 독점 대자본가의 이익만을 방어할 뿐 한반도의 진정한 안보나 번영과는 상관없는 ‘정치적 상행위’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러한 구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치열하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상황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노선과 정책은 ‘민족공조체제’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의 대북, 대미 정책의 근간이 민족 분단을 청산하고 전쟁 가능성을 소멸시키며, 강대국의 패권 전략에 민족의 운명을 맡기지 않는 자주적 통일국가의 평화적 건설에 있다고 한다면, 모든 대외정책의 판단기준은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것에 봉사하는 대미 공조는 가치가 있으며, 이와 충돌할 경우 우리는 당당하게 대미 공조의 조율 원칙을 민족적 관점에서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를 내부적으로 받쳐줄 정치 역량이다. 우리는 이 역량의 결집과 연대의 확산을 국가보안법 개정을 둘러싸고 힘을 모으고 있는 여야 소장 개혁세력의 움직임에서 찾을 수 있다. 여야 지도부의 소극적 혹은 부정적인 자세와는 달리 이들 소장 개혁파는 당을 뛰어넘어 국가보안법이 인권유린과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점을 인식, 법 개정 여론을 확산시키고 개정 절차를 공동으로 밟아 나가기로 하는 등 이 흐름을 대세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편 여야 지도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이전에 국가보안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이것이 그의 서울방문을 의식한 정치적 선물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답방 이후에 국가보안법을 개정할 경우 정상회담에서 국가보안법 개정을 밀약했다는 식의 트집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일단 국가보안법 개정을 반대하는 한 무슨 구실이든 내세워 개정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미 지난 수십 년간 인권을 유린하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며, 분단체제에서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지켜온 국가보안법은 개정에서 더 나아가 폐지돼야만 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냉전수구세력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온 중요한 실정법이었다. 게다가 냉전 시절, 미국의 친미 군부정권 지지라는 요소도 국가보안법 유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국가보안법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상 결정적인 관건인 한반도의 분단을 유지하는 군부 정권의 출현에 없어서는 안 될 제도적 장치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맥락에서도 국가보안법의 개폐는 개혁적 통일지향 세력이 역사적 주도권을 장악하는 일대 투쟁이자, 이로써 민족 문제를 자주적·평화적으로 풀어낼 내부 역량이 급성장할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정치권 내부의 소장 개혁파가 내심 이런 현실을 겨냥하고 연대를 통해서 국가보안법 개정을 가능하게 한다면 이것은 단지 국가보안법 개정으로 그치지 않고 한국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만드는 기초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것이 발전적인 역량으로 성장한다면, 민족사에 획기적인 전진을 이룩할 수 있는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치에는 희망이 생기고, 대외정책에도 주권국가로서 자주적 면모가 일신되며, 통일조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정치사회적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민족의 생명을 담보로 강대국의 군사주의가 정당화될지도 모르는 현실에 분노하고, 이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제동을 거는 일은 마땅하다. 세계를 몇 번이고 파괴할 수 있는 자기들의 핵무기는 인류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양 하는 강대국의 반인류적인 패권주의야말로 지탄의 대상이 돼야 한다. 노암 촘스키를 비롯하여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북한이 아니라 바로 미국이 인류를 위협하는 깡패국가 중에 거두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군산복합체라는 대자본의 이익을 위한 목적은 은폐한 채 가난하고 작은 나라가 미국을 위협한다면서 강경 군사노선을 지향하려는 부시 정권의 대 한반도 정책은 결코 우리의 공조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부시 정권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대북 적대정책에 몰두하는 국내 강경 수구세력의 반민족적인 주장 또한 조율의 대상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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