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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한국의 하버드대 인맥

정보통신·금융·e-비즈니스 주름잡는 첨단전사

  • 최영재 cyj@donga.com

정보통신·금융·e-비즈니스 주름잡는 첨단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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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서울대보다 더 알아주는 하버드 대학. 세계 최고 명문이라는 이 대학 출신들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퍼져 있는가? 그리고 그 인적 유대는 어떤가? 이 대학 출신들이 한국 최고의 엘리트이고, 요직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적 유대는 생각만큼 강하지 않다. 전체 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는 1년에 한 번 있는 송년회 정도다.

2001년부터 하버드한국총동창회 회장을 맡게 된 서울대 국제지역원 원장 조동성 교수는 “하버드대 출신들은 누가 동문인지도 잘 모른다. 알더라도 한국처럼 밀어주거나 끌어주지 않는다. 잘 모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국적인 의미의 인맥이라는 것은 전혀 없다. 그런 표현은 적당치 않다. 그저 하버드 출신들이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전체 모임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하버드 출신들은 대개 한국에서도 최고 엘리트 과정을 밟았다. 경기고 서울대 출신이 대부분인데 구태여 따로 모임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국내 기반이 없는 이들, 말하자면 국내 학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학부과정을 하버드로 간 사람들은 하버드 동창회를 찾는 경우도 있다.

하버드 동창회의 활동이 활발치 못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하버드 학부를 졸업했거나, 하버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이른바 핵심 동문들이 동창회에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 회장을 맡았던 이순우씨는 “처음 동창회에 나가보니 유명한 학자 동문들은 잘 나오지 않고, 몇개월 과정으로 갔다온 사람들만 많아서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하버드 한국총동창회는 전체 모임보다는 단과대학별로 모임이 조직되어 있다. 또 소그룹별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다. 관심이 비슷한 사람끼리, 나이가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는 것이다. 동창회 모임이 지지부진하지만 하버드대 당국은 학부를 졸업했건, 대학원을 졸업했건, 1∼2개월짜리 연수 초청프로그램을 밟았건 이를 구별하지 않고 동문으로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하버드대 세계총동창회 미국 지부도 학위(degree) 과정이나 연수과정(nondegree)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부만을 대학 동문으로 여기는 한국의 순결주의와는 구별되는 대목이다. 하버드대 동문들에 따르면 한번도 답신을 하지 않는데도, 동창회 소식지가 매년 서너 차례 집으로 배달되어 온다는 것이다. 심지어 하버드 세계 동창회장을 뽑는다는 우편물과 투표용지까지 날아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버드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그것은 뛰어난 개인 기량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각 개인들이 사회 중요 지점에 자리잡고 활약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하버드 출신의 힘이 가장 거센 곳은 경제계다. 이들은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출신들이다. 절대적인 수로 따진다면 60명 정도의 소수 그룹이지만, 이들은 한국 경제의 최첨단 분야에서 파워 엘리트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그룹은 아니지만, 유행과 흐름을 앞에서 끌고 가는 그룹이다. 이 사람들이 주로 포진한 곳은 재벌그룹의 전략기획실과 국제 금융 등 한국 경제의 핵심 포스트다.

하버드의 힘은 뛰어난 개인기

이 그룹이 가진 큰 장점은 영어에 능하다는 것이다. 외국과의 무역에 명운을 걸고 있는 한국 경제를 이들이 좌우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버드 출신들이 그 동안 진출했던 분야는 한국 경제의 분야별 흥망성쇠와 정확히 연결된다. 60년대와 70년대, 80년대 수출한국으로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역군들의 최선두에는 이들 하버드 출신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선진경영기법을 공부하고 와서 한국기업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했다.

미국의 대학 가운데서도 시대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이 바로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BUS)이다. 변화에 민감한 하버드대 학생들의 학문 선호도는 시대에 따라서 바뀌었다. 이들의 관심 분야는 50∼60년대는 생산과 마케팅이었고, 70년대는 컨설팅, 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는 투자, 뱅킹, 재무관리였다. 최근 5년간은 정보통신 분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추세는 한국 경제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60∼70년대에 하버드 출신들은 재벌 기업에 주로 취직했다. 80∼90년대는 컨설팅 회사를 선호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 쪽으로 몰리고 있다. 90년대 이후 한국경제계에서는 금융업과 컨설팅업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를 주도하는 그룹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출신들이다.

하버드대 출신 경제인들이 한국 경제의 트렌드를 앞서서 이끌어가는 것은 하버드의 학풍 때문이다.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의 학풍을 한마디로 말하면 실사구시(實事求是)다. 이곳에서는 교과서로 수업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이 사례 중심이다. 의대생이 사체를 놓고 수술기술을 연마하듯이 기업경영자가 되기 전에, 여러 사례를 모아 놓고 수술하듯 분석하고 난상 토론을 벌인다.

이렇게 된 데는 하버드 로스쿨(Law School) 영향이 컸다. 하버드대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원은 1800년대 초기 터를 닦은 로스쿨이다. 이 법학대학원의 학습 방식이 바로 사례별 연구였다. 하버드대학이 비즈니스 스쿨을 처음 만든 시기는 1909년이다. 하버드는 경영자를 위한 대학이 필요해, 비즈니스 스쿨을 만들었는데, 교수가 없어 로스쿨에서 교수를 초빙해서 가르쳤다. 미국은 판례를 중시하는 영미법 전통을 가진 국가다. 로스쿨 교수들은 이 영미법 전통을 비즈니스 스쿨에 그대로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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