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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인터넷판 킨제이 보고서 ①

“한국 인터넷을 키운 건 8할이 성욕”

  • 정철영 < 자유기고가 >

“한국 인터넷을 키운 건 8할이 성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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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붕알 황붕알 선생의 욕기행’ ‘성체위 365’ ‘누드 알까기’…. 인터넷 상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성인 방송 프로그램들이다. 초고속통신망을 타고 흐르는 성 혁명의 핵폭탄들. 왜 한국인은 ‘핑크 콘텐츠’에 열광하는가.
어느 시인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썼지만, 한국의 인터넷을 키운 건 8할이 ‘성욕과 물욕’ 아니었을까.

애초 예상이나 의도와 달리 시장 진입 후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켜 경제·사회 시스템을 새로운 단계로 진입케 하는 것을 컴퓨터업계에서는 ‘킬러 앱(killer application)’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킬러 앱이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WWW)이었다면, 10대와 20대 위주에서 30대 이상의 평범한 사람들까지 고급 사용자로 변화시킨 한국 인터넷의 킬러 앱은 단연 ‘O양 비디오’와 ‘데이(day)’를 넘어 ‘미니트(minute)’ 트레이딩으로 치닫고 있는 사이버증권거래다.

마케팅 조사 회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이 얼마나 인터넷 ‘충성 고객’이 많은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다국적 인터넷 시장조사 업체인 닐슨넷레이팅스는 지난 3월 13일 전 세계 웹사이트 가운데 가정에서의 접속 기준으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10개 사이트 중 국내 사이트가 7개를 차지하고 있고(2001년 2월 기준), 페이지뷰 기준으로는 5개가 세계 10위권에 들었다고 발표했다(2001년 1월 기준). 또 같은 회사가 지난 4월30일 발표한 세계 21개국 가정에서의 인터넷 접속 비교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이 20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접속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나타나 있다(2001년 3월 기준).

넷밸류코리아가 지난해 10월 ‘한국 인터넷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네티즌의 월 단위 웹 접속일수와 체류시간은 각각 13.5일, 16시간으로 홍콩(12일·11시간), 싱가포르(12일·10시간), 대만(10일·8시간)은 물론 미국(11.4일·10.5시간), 영국(9.7일·6.3시간)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인터넷 인구의 80.9%가 사용 경력 2년 미만의 신규 진입자인 것으로 조사돼, 사용자 층이 단기간에 얼마나 급증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성 혁명 뇌관은 정보기술

이제 컴퓨터나 네트워크에 특별히 밝은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신원을 숨길 수 있는 핫메일 같은 곳에다 메일 계정을 만들고, ‘아이러브 스쿨’ 같은 사이트에서 옛날 학교 친구들을 찾고, 그렇게 만난 친구들끼리 ‘다음 카페’ 같은 곳에 모임을 개설한다. ‘버디버디’ 같은 인터넷 메신저를 켜놓고 근무시간에 짬짬이 수다 떨면서 ‘좋은 것’들을 교환하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면서 TV 방송국 사이트에 들어가서 드라마 재방송을 시청하고, 잠깐씩 ‘선수’들끼리 모여 온라인 바둑이나 고스톱을 한 판 겨루는가 하면, ‘소리바다’에서 최신 가요를 찾아 다운받고, ‘팝 폴더’에 저장공간을 마련해서 자료를 공유한다.

조금 익숙한 사용자라면 비밀번호나 백도어(Back Door) 정보가 집중적으로 올라오는 게시판에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텔리포트(Teleport)’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유료 성인 사이트의 내용을 통째로 가져오고, 유즈넷 뉴스그룹을 통해서 최신 성인 사진 자료나 개봉영화의 해적판 디지털 버전을 구한다. FTP(파일전송 규약) 서버를 통해서 대용량의 동영상이나 상용 소프트웨어를 교환하고, ‘스트림박스(Streambox)’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원래는 저장할 수 없게 되어 있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들을 녹화하고, 주민등록 생성 프로그램으로 만든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채팅 사이트에 가입해서 ‘사이버 연애’에 나선다.

매매춘과 ‘흥분 산업’의 불균형

한국의 성문화는 초고속통신망의 보편화를 계기로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초고속통신망의 확산이 가져온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성인 미디어 산업이 본격 태동했다는 사실이다.

섹스산업은 크게 인간을 매개로 한 것과 미디어 위주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고대사회에서부터 존재해오면서 구매자에게 성적인 절정감의 제공을 상품으로 하는 매매춘이, 후자는 ‘공공연하게 색정을 돋우는’ 것을 의도하는 성인 잡지·비디오·인터넷 성인 사이트 등 포르노그래피가 대표적이다. 모든 종류의 성 관련 서비스가 거의 합법화되어 있는 선진국을 기준으로 섹스산업을 분류해본다면 와 같다.

그런데 외국과 비교했을 때 종전 한국의 섹스산업, 성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육체로 매개되는 ‘사정 산업’의 지나친 비대와 미디어 중심 ‘흥분 산업’의 원천 봉쇄라는 양자 사이의 극심한 불균형에 있었다.

매춘여성의 수치는 그 개념 규정에 따라, 또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5000명 설(정부 여성특별위원회)에서부터 120만명 이상 설(기독교계통 단체들)까지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한국은 전국 어디서건, 그러니까 술 한 잔하면서, 이발하면서, 목욕하면서, 심지어 커피를 주문하면서도 ‘할 수 있는’, 세계에서 드문 나라인 것만은 분명하다. 더구나 모든 유형의 매매춘을 전면 금지하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과 강력한 치안·행정 조직이 존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처럼 만연된 매매춘 현상은 이채롭기까지 하다.

이에 비해 ‘흥분 산업’에 대한 규제는 심했다. 이는 그 전제가 되는 ‘성적 표현의 자유’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정치적 민주화의 신장과 문화 개방, 영화 ‘거짓말’에 대한 사법처리 유보, 인터넷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스탠더드’의 확산 압력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초고속통신망의 대중적 보급은 그 망을 이용해서 비즈니스의 기회를 잡으려는 시도들을 낳았으며, 잠재적인 수요에 비해 기존 사업자가 거의 없던 성인물로 투자가 집중되는 현상이 생겼다. 인터넷 성인 서비스는 현재 한국 정보통신 분야의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흑자를 보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다.

성인 미디어 산업의 선두 주자는 인터넷 유료 성인방송이다.

인터넷 방송에는 크게 2가지 기술이 동원된다. 하나는 스트리밍 기술이다. 스트리밍은 정보가 패키지 개념으로 한꺼번에 다운로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시냇물이 흐르듯 끊임없이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전체 정보가 다 뜨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 실시간 방송에 자주 사용된다. 다른 하나는 멀티캐스트 기술이다. 멀티캐스트란 특정 정보를 원하는 사용자에게만 전달하는 방식을 뜻하는데, KBS 웹사이트로 가서 ‘왕건’ 녹화 분을 필요한 부분만 바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온 디맨드’(On Demand)의 정보 전달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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