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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인터넷판 킨제이 보고서 ②

‘보통남녀’ 19인의 고백 “나와 인터넷, 포르노, 섹스”

  • 김문영 < 자유기고가 > noname01@freechal.com

‘보통남녀’ 19인의 고백 “나와 인터넷, 포르노,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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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에서 오가는 정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성인물. 클릭 한번이면 누구나 ‘핑크 콘텐츠’의 포로가 되고 만다. 가정, 직장, 인간관계에까지 깊숙이 파고든 인터넷 섹스 콘텐츠의 가공할 힘. 10~50대 보통 남녀 19명으로부터 듣는 ‘나와 인터넷, 포르노, 섹스’.
인터넷은 정보를 확대 재생산한다. 네티즌은 더 이상 정보의 수용자에 머물지 않고 생산자인 동시에 전달자로 변화한다. 정보의 유통은 ‘일 대 다(多)’ 방식에서 ‘多 대 多’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보의 출처와 수용자를 명확하게 구분해내지 못하는 사이버 세계에서 인간의 성적 경험을 둘러싼 경계선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 인터넷은 아무에게나 개방돼 있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성을 향유할 수 있게 된 현대인들은 과연 성에 관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갖고 있을까. 10대부터 50대까지, 19인의 남성·여성으로부터 그들의 체험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화상채팅에 빠져든 여고생

성별과 연령 등 인터뷰 조건에 맞는 사람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채팅 사이트에서 몇 명의 취재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채팅 상대자에게 취재 의도를 설명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너 명에 한 명꼴로 취재 요청에 응해 주었다.

채팅을 통한 마지막 취재원은 19세의 여고 3학년생 영미(가명)였다. 영미와 채팅을 한 시간은 평일 새벽 1시경. 서울 강남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영미는 밤 11시쯤 과외수업을 마친 뒤 인터넷 서핑을 시작한다. 두 시간쯤 게임이나 채팅을 즐기면 대입수험생이라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단다. 한편으로는 고3 학생인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네트워크 게임 ‘포트리스2’와 채팅 재미에 푹 빠진 영미는 다음날 수업에 지장이 있을 걸 뻔히 알면서도 한밤의 인터넷 여행을 쉬 포기하지 못한다.

처음 채팅을 시작했을 때는 또래 학생들과 학교 얘기나 선생님 험담, 수험생의 고충을 나누는 정도이던 것이 차차 남학생 쪽으로 관심이 옮겨갔다고 한다. 상대연령도 점차 다양해졌다. 나이가 많을수록 자기정보에 연령을 숨기는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상대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둔 아저씨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영미는 “상대 남자 중 90%는 ‘지금 만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직접 나가서 만나본 적은 없다. 끈질기게 만나자거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던 남자들도 확실히 안 만난다는 생각을 밝히면 더 얘기할 것도 없다는 듯이 채팅방에서 나가버린다고 했다.

한 달 전쯤 자신을 대학 2학년이라고 소개한 남학생과 채팅을 하면서 화상채팅이 재미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PC카메라가 없어도 아바타(사이버 세계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채팅을 할 수 있어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남학생이 알려주는 사이트를 방문했다가 놀랄 만한 일을 겪었다. 평범한 제목의 채팅방을 클릭해 들어갔는데 사람 얼굴 대신 뭔가 이상한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성인남자의 성기였다. 남자가 자위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전송하는 중이었다. 영미가 당황하는 동안 채팅 창에 메시지가 떴다. 입에 담기도 곤란한 음담패설이었다. 놀란 영미는 접속을 종료하고 나와버렸다.

“가끔 성인사이트에 들어가 본 적은 있어요. 야한 글이나 사진은 많이 봤죠. 하지만 화상채팅 사이트에서 본 것은, 뭐랄까… 바로 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했어요. 충격이었죠.”

그런데도 영미는 다음날부터 화상채팅 사이트에 자주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예 제목부터 수상한(?) 채팅방을 찾아가기도 했다. 실명 확인을 거치지 않는 사이트였기 때문에 별로 거리낄 것도 없었다.

인터넷은 억압된 성의 해방구

사업하는 아버지와 사회단체 일 때문에 바쁜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딸로 자란 영미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성 지식을 익혀왔다. 주로 여성지나 소설을 통해서였다. 막연히 성의 세계를 상상해오던 영미에게 인터넷은 너무도 다양한 통로로 성의 세계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노골적인 포르노사이트는 물론이고 성인영화를 상영하는 곳, 섹스클리닉을 제공하는 곳 등 다양한 사이트를 섭렵했다.

하지만 영미는 채팅을 통해 남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체험해볼 생각은 안 했다고 한다. “사실은 엄두가 나지 않아서”라고 했다. 미성년자의 신분과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무엇보다 크다. 검색사이트를 통해 피임정보도 충분히 찾아봤다. 하지만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성적 호기심을 누르고도 남을 만한 힘이 있었다.

영미와 채팅을 했던 남자들 중에는 성인도 많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작업’이라는 말로 영미를 유혹하는 남자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영미가 만나주지 않으면 음란한 대화로 수작을 건다. 대학생, 30대 회사원에 심지어 40대 아저씨도 있다. 한번은 마흔한 살이라는 남성에게 “딸 같은 저한테 이러셔도 돼요? 아저씨 딸한테 남자들이 추근댄다면 어쩌시겠어요?”라고 물었다. 당황한 남자는 “그냥 해본 소리”라고 얼버무리며 서둘러 방을 빠져 나갔다.

인터넷은 억압된 성의 해방구나 다름없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포르노사이트나 성공적인 유료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은 성인방송국·성인영화관처럼 애초부터 섹스를 주제로 만들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채팅사이트, 파일공유사이트, 무료게시판, e-메일 등 본래 의도가 성과 무관한 사이트들도 이제는 성적 욕구를 분출하는 데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19명은 성인정보를 이용하는 데 있어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대부분 포르노사이트에 접속해 야한 사진이나 글, 동영상을 보는 정도. 여성의 경우 성인방송국이나 성인용품쇼핑몰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성은 그보다 경험의 폭이 훨씬 넓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유료성인방송국을 이용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채팅으로 만난 여성응답자 중 두 명은 채팅사이트에서 음란한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었다. 남성 응답자도 채팅사이트에서 성적인 대화를 시도했거나 만나자는 제의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두 명이었다. 19명 중 4명이 인터넷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 ‘사이버 섹스’에 도전해 본 셈이다.

영미는 자신에게 음란한 대화로 추근대던 40대 아저씨를 비정상적인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터넷에는 성적인 욕구를 분출시킬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있고 영미 자신도 그저 즐길 뿐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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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 자유기고가 > noname01@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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