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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슈퍼뱅크냐, 물먹는 하마냐

국민·주택 합병은행

  • 이형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ns@donga.com

슈퍼뱅크냐, 물먹는 하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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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초의 우량은행간 대등합병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총자산 162조원의 한국 최대 합병은행 출범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기대와 회의가 엇갈리는 합병은행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주택 합병은행 설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0년 12월22일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합병을 공식 선언한 두 은행은 지난 3월 말 합병계약을 맺고 4월 말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1일 합병은행을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합병비율과 존속법인 등 합병 본계약에 포함돼야 하는 필수사항은 물론, 합병은행의 이름과 행장 선임 등 주요 사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난항을 거듭하다 결국 출범일자를 11월1일로 연기했다.

우여곡절 끝에 4월 들어 합병계약은 체결됐지만, 어정쩡한 절충으로 미봉한 측면이 강해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있는데다 국민은행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이 합병은행 출범의 선결조건으로 남아 있다. 또 무엇보다 양 은행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직원들이 합병을 극력 반대하고 있어 아직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합병은행 CEO후보 선정위원회가 예정대로 7월 말까지 은행장후보 선정을 완료하면 합병작업은 급류를 탈 전망이다. 그 동안 합병작업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두 은행 중 어느 은행도 합병의 주도권을 쥐지 못해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 따라서 국민은행 김상훈(金商勳·59) 행장이나 주택은행 김정태(金正泰·54) 행장 가운데 한 사람이 합병은행장으로 선정되면 ‘리더와 팔로워(leader & follower)’의 구도가 형성되면서 힘의 균형이 깨져 합병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은행인 국민과 주택이 손잡으면 규모의 경제를 이뤄 세계 수준의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고, 국내 은행권의 열악한 영업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선도은행 기능을 할 것이라는 게 두 은행 합병론의 근거다.

자산 162조, 수신고 125조

지난해 말 기준으로 두 은행의 자산을 합치면 162조6382억원으로 국내 은행 총자산의 33%에 이르고, 수신고는 125조1718억원으로 불어나 전체 은행 총수신의 36%를 차지한다. 이 밖에 가계여신이 62%, 중소기업 여신이 32%, 대기업 여신이 24%로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다. 합병은행의 총자산은 세계 유수 은행인 미즈호 파이낸셜(1560조원), 도이체방크(1061조원), 씨티그룹(910조원) 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세계 랭킹 60∼70위권에 드는 거대한 규모다.

그러나 합병이 기정 사실이 된 지금까지도 두 은행의 합병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민·주택은행 노조가 합병 철회를 요구하며 은행권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주도했을 때만 해도 이들의 주장은 합병 이후 인력감축을 우려한 생존권 투쟁 정도로 이해됐다. 하지만 그 후 많은 전문가들이 국민·주택은행 합병의 시너지효과에 의문을 제기했고, 최근에는 “두 은행은 물론 한국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합치지 않는 게 낫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합병이 공익과 사익, 어느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두 은행 노조간부들도 “구조조정이 두렵긴 하지만, 일등 은행이 돼서 수익이 늘면 그 열매는 직원들에게 돌아온다. 그런데도 우리가 합병에 반대하는 이유는 이것이 공익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라며 “합병 반대론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기에 앞서 합병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으로선 합병이 유예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두 은행은 일정대로 합병이 완료된다 해도 이러한 지적을 염두에 두고 경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국민·주택은행 합병의 으뜸가는 메리트는 대형화다. 그렇지만 우리 경제여건에서는 은행의 대형화가 반드시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집행위원장은 “은행의 규모는 경제규모에 맞게 정해지는 게 순리다.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 은행을 무리하게 대형화하면 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수신고가 늘고, 그 결과 무모한 경영전략을 택하기 쉽다”고 우려했다.

수신고가 100원인 A은행과 70원인 B은행이 합병한다고 해서 총수신은 꼭 170원이 되는 게 아니다. 대형 은행의 공신력 때문에 합병 후 수신고가 늘어 총수신은 200원도, 250원도 될 수 있다. 자산을 운용할 곳은 그대로인데, 덩치만 커져 수신고가 늘면 마땅히 돈 빌려줄 곳이 없는 은행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위험한 투자처를 찾아나서거나 불투명한 신규사업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가령 우리 은행들은 합리적인 신용평가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담보 위주로 돈을 빌려주는데, 담보대출을 받을 만한 고객은 한정돼 있다. 요즘은 신용대출도 많이 늘었지만 대부분 소액대출이라 막대한 수신고를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돈을 쥐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무모한 투자나 대출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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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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