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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 교란이냐, 3D업종 해결사냐

중국 조선족 15만

  • 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arrot@donga.com

노동시장 교란이냐, 3D업종 해결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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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에 체류중인 중국동포가 15만명에 이른다. 중국동포에 대한 시각은 그들을 부르는 용어만큼이나 다양하다. 취업과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선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란 측면에 주목하고, 인권단체들은 3D업종의 파수꾼을 자임하는 ‘핏줄을 나눈 동포’라는 점을 강조한다.
1월28일 저녁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속칭 쪽방. 중국동포 김명철(36)씨가 능숙한 솜씨로 마작패를 돌리고 있다. 상대는 하얼빈에서 나고 자란 고향친구 3명. 부지런히 패를 맞추다가 한국 얘기가 나오자 상소리가 오가기 시작했다.

“한국 X들은 자본밖에 모르는 쓰레기들이야. 살면 얼마나 잘산다고.”

“서울 같은 데는 중국에 10개나 있어. 상하이 베이징 푸둥 하이난… 답답한 X들 나중에 두고 보라지.”

“일본에서 중국사람들은 성공하는데 한국 XX들은 왜 모두 망하는 줄 알아?”

“왜 그런데?”

“돈 좀 있다고 뭐같이 구니까 도와주는 사람이 없지.”

김씨는 처와 딸이 있는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한국에 오느라 빚진 7만위안(우리돈 1000만원)을 마련하기 전까진 어림없는 일이다.

“한 2~3년 고생하면 행복하게 살 줄 알고 황해를 건넜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나라는, 돈 없는 사람은 인간 취급을 안 하더군요.”

하루 12시간 노동에 80여 만원을 받는 박봉, 비인간적인 대우와 상습체불, 근로기준법과 산재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열악한 근로여건…. 김씨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한국을 찾았지만 동포들의 멸시와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할아버지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게 잘못입니까. 겉으로는 동포네 뭐네 하면서 속으로는 무시하고 멸시합니다. 나는 이젠 한국과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냥 중국공민 할랍니다.”

1월29일 성남 모란시장. 복정역 부근의 일명 ‘노가다 시장’은 일용직 노동자들로 새벽부터 북적였다. 100여 명의 구직자들이 폐목(廢木)으로 불을 피워놓고 추위를 피하는 모습이 을씨년스럽다. 이들 대부분은 건설 현장에서 막품을 팔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다.

“공구리 6명 나와!”

“사람 쓰시게요? 몇 명이요?”

인부들을 태우기 위해 쉴새 없이 승합차가 오갔지만 정작 차에 타는 인원은 4~5명이 고작이다. 비수기인 겨울철인 탓에 막품 팔 사람이 필요한 곳이 적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절반은 공치는 날이죠. 이러다간 조선족들 때문에 겨울 내내 밥줄이 끊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구직을 포기하고 해장국집으로 발길을 돌리던 김모(39)씨는 겨울철 일감 부족을 중국동포들 탓으로 돌렸다. 최근 건설업체에선 임금이 싸고 말이 통하는 중국동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한다.

“한국인 인부들의 일당은 6만원에서 12만원인데 조선족은 4만~5만원이면 충분합니다. 조선족들은 아파트 건설현장 같은 데와 장기계약하고 맘 편하게 일하고 우리는 매일 추위에 떨고, 이게 말이 됩니까. 불법체류자들은 싸그리 잡아서 중국으로 보내야 돼요.”

‘노동시장 교란이냐, 3D업종 해결사냐.’ 15만 중국동포 노동자가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쪽에선 불법 입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반대로 입국문호를 넓혀 중국동포들이 법을 어기지 않고도 한국에 쉽게 들어와 돈을 벌게 하자고 주장한다. 법의 엄정한 집행과 개정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인 셈이다.

‘강력히 단속하라’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현재 중국동포 노동자들에 의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이 교란되고 있고, 중국동포 집단 거주지가 슬럼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조선족들이 한국에 자유롭게 들어오면 노동시장은 난리가 난다. 지금도 조선족들은 내국인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 식당에서 일자리를 뺏기고 유흥업소에 취업한 주부, 저임금 노동자를 선호하는 기업주들 탓에 밀려난 한국인 노동자를 생각해야 한다. 현재의 산업연수생 제도로도 충분하다. 불법체류자는 엄격히 단속해 모두 추방해야 한다.”(중소기업연구원 유재원 동향분석실장)

단속론에 대해 중국동포 관련 인권단체는 중국동포들이 3D업종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노동력 착취 수단으로 전락한 산업연수생 제도와 브로커를 통해 ‘입국자금’이 오가는 폐쇄적 출입국 체제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취업권과 자유왕래를 보장하면 중국동포들의 인권문제도 해결되고 불법체류자도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중국동포들은 한국인들이 꺼려하는 3D업종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중국동포들의 자유왕래를 허용해야 한다. 또한 산업연수생 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식당종업원, 공사현장 노동자, 간병인 등으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현재의 기형적인 제도에서 기인한 것이다.”(중국노동자센터 오천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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