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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고발

암 걸린 시신 뼈 수술용으로 둔갑

불량 인체조직 유통사건 전말

  • 글: 정호재 demian@donga.com

암 걸린 시신 뼈 수술용으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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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9월 중순 검찰 수사 결과 악성질환 바이러스를 보균한 시신의 뼈가 환자들에게 이식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불량 인체조직을 유통시킨 장본인은 국내에 인체조직은행 개념을 처음으로 전파했던 한 치과의사. 그는 구속됐지만, 의료사고의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 인체조직의 안전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전무한 국내 인체조직 시장을 그는 어떻게 주유(周遊)한 것일까.
암 걸린 시신 뼈 수술용으로 둔갑
”할머니, 치과 봉사 나왔습니다.”

2000년 초, 경기도내 한 복지회관. 치과의사들이 자원봉사를 나왔다. 복지회관에 몸을 의탁한 무연고 노인들을 무료진료한 뒤 치과의사들은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어르신들, 시신 기증이란 거 아세요? 조직은행에 시신을 기증하면 일부 조직을 떼서 의학 연구에 쓰려 합니다. 나머지 시신은 화장해서 무료로 장례 치러 드릴게요.”

뒤에서 지켜보던 복지회관장이 맞장구를 친다.

“할머니, 장례비가 공짜래요.”

이 말에 몇몇 노인이 손을 내민다.

“그래? 애들에게 손 안 벌리고 죽어야지. 나도 기증할게. 어여, 신청서 줘.”

할머니들에게 시신 기증을 권유한 치과의사들은 인체조직은행 관계자들이었다. 이들이 시신을 기증받은 뒤 가공한 인체조직을 파는 바이오벤처 주주임을 알았다면 노인들은 과연 시신을 기증하려 했을까.

구속된 ‘조직은행 선구자’

장기 기증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인도주의의 실천이다. 뇌사자 장기기증은 이미 법제화됐다. 생존한 이중에도 죽은 후 신장 및 골수를 기증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이 많다. 장기 기증은 2000년 개정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증·이식 관련절차가 진행된다. 모든 실무를 위임받은 기관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산하 국립장기기증관리센터(KONOS). KONOS는 장기만 관리한다. 그렇다면 다른 인체조직은 어떻게 관리될까.

국내에서 조직이식술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정형외과를 중심으로 널리 활용됐다. 각종 질병으로 손상된 인체 부위를 같은 종류의 조직으로 대체하는 의술이 조직이식술이다. 이식술이 발달하면서 상업적 활용영역은 뼈·연골·피부·인대·혈관 등으로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더욱이 조직이식술은 대부분 보험급여 적용이 안돼 수익성이 높다.

최근 5년간 공식적으로 수입된 인체조직은 200억원어치. 그러나 비공식 수입 물량이 매년 300억원어치가 넘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산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국내 시신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조직은행’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조직은행은 시신을 기증받아 인체조직을 채취·저장·처리·보관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는 곳이다. 기증된 시신은 조각조각 나뉘어 수천명에게 이식된다. 때문에 철저한 안전시스템과 윤리성이 요구된다. 실제 미국에서 조직이식 과정에 에이즈와 세균성 질환이 전이돼 사망한 사례가 있다.

지난 9월 중순. 국내 한 조직은행의 베일이 벗겨졌다. 인천지방검찰청 강력부(부장검사 이재순)는 같은달 12일 악성질환인 암, B형 간염, 성병 등을 보균한 시신의 뼈를 가공해 수도권 일대 300여 개 치과 및 정형외과에 팔아온 치과의사 엄모씨(49)와 이모씨(35)를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서울 평창동에 H조직은행을 차리고, 조직은행이란 이름에 걸맞게(?) 시신 기증운동을 벌였다. 겉으론 ‘비영리 공익단체’라고 홍보했지만, 실제론 절대 판매해서는 안되는 연구용 시신의 뼈까지 팔았다.

의료계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체조직은 화학적 가공을 거쳤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절대 금하고 있다. 그러나 H조직은행의 의료감독이자 실질적 운영자인 엄씨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4구의 연구용 시신을 포함한 16구의 사체에서 시가 10억원어치의 인체조직을 채취, 가공해 이중 6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엄씨의 이런 행각에 검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조직은행이란 용어가 나온 지 10년이 넘고 국내 의료수준이 크게 뒤떨어진 것도 아닌데, 인체조직 이식의 안전성을 보장할 법규정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불특정 다수에 치명적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인체조직이 동네병원에서조차 쓰이는 현실에서, 대체 엄씨를 어떤 법규 위반으로 기소할 것인지를 놓고 검찰은 장고에 들어갔다.

사건을 수사한 인천지검 박진만 검사는 고심한 끝에 결국 엄씨를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사체·해부법 및 전염병예방법,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추가했다. 박검사는 다음 3가지에 주목했다.

첫째, 오염된 인체조직의 이식은 수백, 수천명에게 균을 감염시킬 수 있는 위험한 의료행위다. 둘째, 외과에서 널리 쓰이는 인체조직이 아무런 법적 규제 없이 유통되고 있다. 셋째, 인체조직 수입업체와 일부 바이오벤처들이 비윤리적 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구속된 엄씨가 국내에 조직은행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는 점. 때문에 그가 구속되자 의·치의학계, 관련병원, 장기기증 관련 시민사회단체, 복지부 및 식약청 관계자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내 엄씨에 대한 뒷이야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엄씨는 지난 7년간 과연 어떤 일을 해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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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호재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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