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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하면 망하고 새로우면 흥한다

귀농의 꿈 이룬 6인의 성공 노하우

  • 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부지런하면 망하고 새로우면 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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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을 꾸는 사람은 많지만 이루는 사람은 적다. 꽉 막힌 출근길 정체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꾸게 되는 꿈, 귀농. 그러나 낯설고 서툰 농사일은 만만치 않다. 섣불리 귀농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도
  • 많다고 하지 않는가. 귀농에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이뤘을까.
창을 열면 쏟아지는 신선한 아침공기, 내 몸을 움직여 내 손으로 직접 먹을 거리를 만드는 즐거움. 팍팍한 도시생활에 지쳐 한번쯤 ‘시골에서 살면 어떨까’ 생각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대략 이런 것 아닐까. 그러나 경제학 박사이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농업벤처대학을 설립한 민승규 박사는 귀농에 대해 막연한 환상이나 감상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많은 귀농자가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도피하는 심정으로 농촌으로 내려가지만 이 경우 열이면 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신 지역 농민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인가를 충분히 고민해야 실패를 막을 수 있다는 게 민박사의 충고다. 기존 것과는 다른 새로운 농업환경을 만들겠다는 비전이나 각오가 없다면 일찌감치 귀농의 꿈을 버리는 편이 낫다는 것. 귀농의 꿈을 이룬 사람에게 그의 충고는 얼마나 유효할까. 익숙한 것들을 떠나 새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성공 귀농을 위한 여섯 개의 노하우’.

노하우 ① 아이템은 가까운 곳에 있다.도시인들의 귀향본능 주목한 ‘사이버팜’의 권영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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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들과 함께한 ‘사이버팜’의 권영미씨(오른쪽 끝).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은 다름아닌 ‘아이템’. 어떤 작물을 어떤 방식으로 재배해 어떻게 판매할 것이냐는 물음은 귀농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변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뛰어들어봐야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 그런 의미에서 15년간 근무하던 안정된 자리(농촌진흥청 연구원)를 버리고 ‘사이버 팜’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낸 권영미(40)씨의 경험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술연수과에서 농민교육을 담당한 것이 계기가 됐어요. 직장인보다 농민들이 돈을 많이 버는구나 싶어 그때부터 농업이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니까 매너리즘에 빠진 듯도 하고, 뭔가 새롭게 해보고 싶어서 농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에서 벼와 특용작물 관련 병해충 방제 연구에 매달린 경험은 있지만 직접 농사를 지은 적은 없던 터라 선뜻 농사일에 뛰어들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주말농장을 통한 간접체험이었다.

“경제연구회 모임 회원들이 단체로 농지를 빌려 일년간 주말농장 체험을 했는데 아무래도 바쁘게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까 문제가 많았습니다. 처음 몇 번은 주말마다 농장에 내려가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한 달에 한 번 가는 식으로 게을러졌어요. 나중엔 밭에 풀 뽑으러 가자고 해도 다들 바쁘다고 피해요. 그러다 농장 관리하는 할머니께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밭이 엉망이라 동네 사람들 보기 창피하다고요. 별 수 없이 나중에 인부를 사서 대신 풀을 뽑게 했습니다.”

그 경험이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팜 아이디어를 낳았다.

“도시생활을 하면서도 농촌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많은데 기존의 주말농장은 바쁜 사람들에게 부담이 됩니다. 도시와 농촌 생활을 접목시키는 좀더 편리한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사이버팜을 열게 됐죠.”

사이버팜은 쌀을 비롯한 과일, 채소 등 작물을 인터넷상으로 도시 사람들에게 분양하고 생육은 수확 때까지 각각의 농장주가 대신 관리해준다. 농장지기 권씨와 함께 사이버팜을 운영하는 농장주는 경기도 화성에 터를 잡은 쌀농장 홍승욱씨, 포도농장 이진규씨, 배농장 박주순씨, 고추농장 박종하씨. 환경농법에 의해 재배되는 각각의 농산물은 수확량 또는 나무 1주를 기준으로 분양하는데 포도나무인 경우 1주 분양가격이 6만원이다.

인터넷으로 분양신청을 받고 이메일선물권을 판매하는 사이버팜이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지난 3월. 농장주는 각 회원에게 분양된 작물의 생육상황을 일주일에 한 차례씩 전자우편으로 보내준다.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나무에 꽃이 핀 것, 열매가 열린 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분이 많습니다. 생일선물로 작물을 분양받은 어떤 이는 농장에 와서 큰 감동을 받더군요.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 되지 않을까요?”

권씨는 사이버팜을 열자마자 포도나무 한 그루를 분양받아 대학원 시절 은사에게 선물했다. ‘너 사업 잘하겠구나’하며 권씨를 칭찬하던 은사는 포도 수확철에 다른 동료와 함께 농장에 내려와 직접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았다고 한다. 처음 농장 문을 열고 단 한 명의 회원이라도 생겼으면 하고 바랐는데 어느새 회원 600명을 훌쩍 넘겼다.

“사이버팜에 들인 초기비용은 각각의 농장주와 제가 함께 출자한 1000만원입니다. 아직 돈을 많이 벌진 못하지만 농민과 더불어 시작한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으니까 좋고, 한편으로 이런 게 애국이 아닌가 합니다. 농민들의 가장 큰 취약점은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농업과 관련된 일을 오래 하고 애정을 가진 저 같은 사람이 농사에 많이 뛰어들수록 하루라도 더 빨리 더불어 잘 사는 농촌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수원에 사는 권씨는 수시로 화성 농장을 찾아 농장주들과 머리를 맞댄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상품을 생산해 신선한 상태로 회원에게 배달할 수 있을까. 어떤 포장법을 써야 물건을 받은 회원들이 감동할까. 가정으로 배달되는 수확물 속에 농장주의 편지를 넣어 보내는 것도 권씨와 농장주의 고민 끝에 나온 아이디어다. 앞으로 대형 쇼핑몰과 연계해 농작물 선물권을 판매할 예정인 권씨는 농가 매출이 늘고 농장주들이 변해 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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