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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길 법무, ‘신승남 총장 카드’ 반대하다 낙마

‘호남검찰’ 5년의 피 튀긴 파워게임

  • 글: 조성식 mairso2@donga.com

김정길 법무, ‘신승남 총장 카드’ 반대하다 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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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중 정부에서 호남 출신으로 고위직에 오른 검사들 중엔 유난히 화를 입은 사람이 많다. 김태정 신승남 임휘윤 신광옥 김대웅 박주선…. 협조와 경쟁 속에 호남검찰 독주시대를 열었던 그들의 영욕과 파워게임의 실체.
김정길 법무, ‘신승남 총장 카드’ 반대하다 낙마
1998년 2월 하순 김대중 정부의 초대 민정비서관에 이범관 서울지검 1차장검사가 내정됐을 때 일이다. 동교동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검사에 대해 부정적인 평이 담긴 정보보고서가 나돌았다. 이 보고서는 호남 출신의 모 검찰간부가 동교동계 실세와 가까운 당 관계자에게 건넨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었다. 이검사의 사시 선배인 이 검찰간부는 뒷날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하다 화(禍)를 입었다.

‘신동아’가 최근 확인한 이 보고서는 검찰 내 호남 대 비호남 출신의 파워게임이 정권 초기부터 치열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 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시14회 출신인 이범관 민정비서관 내정자는 법무비서관으로 내정된 박주선 검사의 사시 2회 선배로, 김중권 비서실장이 지난 법무비서관 인사시 자신의 인맥인 이OO OO지검 차장검사를 임명해 사정권(司正權)을 장악하려 했으나 자신의 의도대로 되지 않자, 김태정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핵심인물들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박주선 법무비서관을 견제하는 한편 각종 정보라인을 장악하기 위해 박주선 검사의 선배인 이범관 검사를 민정비서관으로 적극 천거한 것이다.

▲이 민정비서관 내정자는 지난 15대 대선 당시 안강민 서울지검장 밑에서 공안사건 수사를 총지휘한 실무책임자였다. 그가 초임검사 시절부터 철저한 반DJ 성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검찰 내에서 널리 알려진 일이다.

▲지난 대선 때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 이범관은 좀 쉬어야 할 사람” “제일 먼저 옷을 벗어야 할 사람이 이범관”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내정자는 ○○그룹 회장과 고교 동기생으로 매우 절친한 친구지간인데 이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그룹과 ○○일보는 대선 당시 반DJ 진영의 선두에 섰다.

▲이내정자는 ○○일보 회장과 대학 동문으로 깊은 유대를 맺고 있다. 그에 따라 국가 주요 정보가 ○○그룹과 ○○일보에 유출될 위험이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범관 검사의 청와대 입성을 저지하기 위한 흠집내기용 보고서임을 알 수 있다. 다만 그가 공안통이라는 건 사실이다. 6공 때 대검 공안1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을 지내고 김영삼 정부 말기에 서울지검 1차장검사로 대선 관련 업무를 지휘한 그는 자신의 ‘특기’를 살리기라도 하듯 현 정부에서도 대검 공안부장을 역임했다.

동교동계 정보보고서

경기 여주 출신인 이범관 검사는 이처럼 청와대 입성 당시 동교동계 일부로부터 심하게 견제를 받았지만 현 정부에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대검 공안부장, 인천지검장을 거쳐 지난해 2월 서울지검장에 올랐다. 이용호 게이트 특검수사과정에 김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와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골프 회동을 주선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던 그는 그해 8월 광주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좌천성 승진이었는데, 청와대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고 김홍업·홍걸씨를 구속한 데 따른 보복성 인사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비호남 출신인 이고검장이 잠깐이나마 서울지검장을 지낸 데 대해 법조계 주변에서는 “국회 법사위 수석전문위원(1993∼95년)과 청와대 민정비서관(1998∼99년)을 지내면서 정·관계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쌓아 정치감각이 남달랐기 때문”이라는 평이 있다. 실제로 이고검장은 청와대 민정비서관 시절 김홍일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정부의 검찰은 흔히 호남검찰로 불린다. 이유는 호남 출신 검사들이 ‘대약진’, 검찰의 주요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함승희(사시 22회) 의원은 호남검찰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문제의 근원은 인사다. 호남 출신 검사를 요직에 많이 앉힌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능력과 자질이 없는 일부 검사를 단지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용한 것이 문제다.”

물론 과거 정권에서는 영남 출신 검사들이 요직을 독차지했다.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는 TK(대구·경북), 김영삼 정권 때는 PK(부산·경남) 일색이었다. 강지원(사시 18회) 변호사는 “특정 지연이나 학연을 가진 검사들이 요직을 장악한 현상은 TK·PK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꼬집었다.

“과거 정권 때 호남 출신 검사들은 푸대접, 충청 출신은 무대접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정권교체 후 이러한 악습이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단적인 예로 검찰의 황태자로 불리는 법무부 검찰1과장에 누가 앉는지를 보면 안다. 과거 호남 출신 검사들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고 소외됐다. 현 정부에서 TK·PK 출신이 그런 처지다. 또 과거엔 비교적 한직인 고검에 호남 출신이 많이 몰려 있었는데, 현 정부에서는 영남 출신과 경기고 출신이 유난히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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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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