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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무는 ‘토익 게이트’ 실체

점수 조작? 난이도 조절 실패?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꼬리 무는 ‘토익 게이트’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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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토익 응시자들은 ‘토익위원회=시사영어사’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토익위원회는 ‘국제 문화교류’를 위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문화관광부 예술진흥과 소속이다. 1982년 시사영어사의 출연금으로 설립되긴 했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시사영어사와는 별개의 기관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법적인 얘기고, 현실적으로 토익위원회와 시사영어사는 매우 밀접하다. 토익위원회는 종로 시사영어사와 한 건물을 사용하고, 홈페이지는 (주)와이비엠시사닷컴에서 대행 제작·관리한다. 응시자들은 각 지역의 시사영어사 분원에서 토익시험을 접수한다. 시사영어사 직원이 토익위원회로 옮겨와 근무하기도 한다. 대다수 응시자들은 토익위원회를 시사영어사란 기업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다음카페 ‘토익 900을 넘어’ 운영자 강지완씨는 ‘5월 토익대란’이 일어난 요인에 대해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데다, 사법고시에도 토익이 도입되면서 토익커들이 좀더 민감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그 동안 쌓여온 응시자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토익위원회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시험 주관이 신뢰성을 떨어뜨려 각종 의혹까지 낳게 됐다는 것이다.

토익 응시자 수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지만, 정작 토익위원회는 그에 걸맞은 서비스 개선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응시자들의 불만. 널뛰는 점수, 잦은 응시료 인상, 파트별 점수 비공개, 점수 산정방식 비공개, 20일이 넘는 채점 기간, 성적이 발표되기 전에 다음달 시험을 접수해야 하는 불합리한 일정 등이 주요 불만사항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김모(25)씨는 “취업을 앞둔 상황에서 토익점수 5점에도 울고 웃는다. 그런데 시험 난이도가 매번 다르고, 점수가 100점 이상 차이 날 때도 있다. 아무런 사전통보 없이 평균점수 등을 슬쩍 없애버리고…. 토익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자유게시판조차 없다. 취업의 볼모가 되어 토익에 놀아난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고 말했다.



“점수 조작설, 터무니없다”

일부 응시자들이 제기하는 ‘점수 조작설’에 대해 토익위원회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뛴다. 그러나 채점 및 점수산정 등이 모두 미국 ETS에서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는 입장.

토익위원회의 한 임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 추측임을 전제로 ‘5월 대란’의 요인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기출문제가 더 이상 출제되지 않으면서 ‘족집게’ 방식으로 공부하던 일부 응시자의 점수가 대폭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는 “ETS가 올해부터 기출문제를 출제하지 않는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점수에 불만을 제기하는 대다수는 중하위권으로 보인다”며 “영어실력을 제대로 갖춘 고득점 자에겐 별다른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5월 시험에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전체 평균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5월 응시자의 수가 4월보다 대략 20% 가량 늘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고시생인 것 같다”며 “리스닝(listening)에 취약한 고시생들은 이질적 집단이라 전체 성적 분포를 상당히 왜곡시켰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올해 1∼4월 응시자 수는 회당 15만명 수준이었으나, 5월에는 19만 2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다음은 이 임원과 나눈 일문일답.

-백분위가 올라가도 점수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일례로 이전에는 백분위가 75%이면 755~800점이 나왔으나 5월에는 650점에 그쳤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백분위는 1992년부터 토익위원회가 자신의 상대적 실력을 판단하라는 의미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일 뿐, ETS가 제공하는 공식 데이터는 아니다.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백분위에 따른 점수는 응시자 집단의 실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토익 평균점수는 550∼600점까지 들쑥날쑥하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게 아닌가.

“난이도는 늘 고르게 출제된다. ETS는 50점 정도의 점수 등락은 통계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출문제가 더 이상 출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왜 미리 응시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나.

“(공표를) 고려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하진 못했다. 사실 그것은 ETS가 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시험을 관리할 뿐이다.”

토익위원회는 5월부터 평균점수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ETS의 권고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토익을 도입한 전세계 60여 개국 응시자의 영어 실력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 그런데도 각자 통계자료를 제공하면 나라간에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ETS는 각국에 적합한 기준을 제시할 때까지 토익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나라별로 토익점수가 차이 나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인가.

“경쟁관계에 있는 한·일 양국간에도 문제가 될 수 있고…. 국내에서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모 그룹의 성적이 그보다 실력이 낮다고 평가되는 그룹보다 오히려 낮게 나타나서다. 이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토익을 없애자는 여론이 일 것이다. 교육사업은 상당히 민감하다.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이 많다. 토익에 관한 정보가 노출되어서 하등 좋을 게 없다.”

-토익을 시행하는 나라들은 모두 평균점수 공개를 철회했나.

“ETS가 각국 토익 주관사의 상전(上典)은 아니다. 권고를 받아들이는 것은 각 나라가 결정할 몫이다. 일본은 평균점수를 계속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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