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호

인간 위해 몸 바치는 실험동물들

약물중독, 피부괴사, 장기적출로 고통받다 안락사 운명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3-11-26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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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위해 몸 바치는 실험동물들
    서울 은평구 녹번동 식품의약품안전청 청정동물실. 1층의 한 동물관리실에는 몸통이 어른 팔뚝만한 래트 100여 마리가 3마리씩 나뉘어 상자(cage)에 담겨있다. 자거나, 킁킁대거나, 서로 몸을 비벼대는 이 래트들은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검색 시험법 확립을 위한 국제협력연구’에 참가한 한국 대표선수다.

    환경호르몬은 동물이나 사람 몸 속에 들어가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들어 쓰레기를 태울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이나 음료수 캔 코팅 물질로 쓰이는 비스페놀 등이 체내에 들어가 생식, 면역, 정신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전세계가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시험법 중 국제적으로 승인된 것이 없어 아직까지 환경호르몬의 유해성 여부는 정확하게 결론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OECD는 4년 전부터 회원국들과 공동으로 정확한 검색 시험법을 연구·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식약청 산하 국립독성연구원은 바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100여 마리의 래트에겐 매일 오전 환경호르몬이 투여된다. 그리고 환경호르몬이 난소, 자궁, 고환, 전립선 등 생식선 내분비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부검된다. 독성연구원 신재호 연구관(내분비독성과)은 “내년 8월 프로젝트가 완료될 때까지 모두 1000여 마리의 래트가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간 400만마리 희생

    식품, 의약품의 효능과 안정성을 평가하고 관련 연구사업을 수행하는 식약청은 매년 쥐, 토끼, 기니피그, 개 등 12종류 5만여 마리의 동물을 실험에 사용한다. 청정동물실은 이러한 시험·연구에 사용되는 실험동물을 관리할 뿐 아니라 일부 실험쥐도 사육한다. 실험동물이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실험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실험실도 갖췄다. 청정동물실에 출입하는 연구자들은 하루에 두세 번씩 실험복으로 갈아입고 에어샤워를 한다.



    생명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유전자 변형을 한 각종 ‘맞춤형 실험쥐’가 애용되고 있다. 청정동물실에서 사육하고 있는 누드 쥐가 대표적인 종류다. 누드 쥐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털이 없는(hairless) 쥐로 피부 실험에 주로 쓰이고, 다른 하나는 면역성이 완전히 결핍된 쥐로 특정 질병을 유발한 뒤 치료제 연구 등에 쓰인다.

    누드 쥐가 사육되는 방에 들어서자 복실복실한 털은 오간 데 없고 분홍빛 속살만 드러낸 새끼 쥐들이 눈에 들어왔다. 청정동물실 남종우 관리사는 “누드 유전자를 가진 부모에게서도 일부 새끼만이 누드로 태어나기 때문에 귀한 쥐로 취급된다”고 했다.

    특정 형질을 보존하기 위해서 근친끼리만 교배해 계대(繼代·대를 이음)하는 임무를 띤 쥐들도 있다. 이 쥐들은 오직 존재하거나 혹은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데 그 존재 의미가 있다. 남씨는 “1년 동안 4∼5차례 새끼를 낳고 나면 안락사된다”고 설명했다.

    청정동물실의 실험쥐말고도 식약청에는 기생충이나 전염병 연구, 화장품 독성 실험 등에 쓰이는 개, 토끼, 거위 등이 있다. 최근에는 양 세 마리가 식미생물 배양에 쓰이는 혈액을 제공해줄 임무를 띠고 식약청의 새 식구가 됐다.

    국내에서는 연간 400만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실험이 활용되는 분야는 다양하다. 대학 실습을 비롯해 유해물질 독성 검사, 의약품과 화장품 효능 검사, 각종 질병 연구, 의료기기 개발 등에 널리 쓰인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실험동물은 단연 쥐. 전체 실험동물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쥐는 이미 19세기부터 실험용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축적된 연구자료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생애주기도 짧고 몸체도 작아 실험에 용이하다. 최근에는 개, 돼지, 원숭이, 토끼 등도 널리 활용된다.

    자유로운 삶을 박탈당한 채 인위적으로 가해진 고통을 겪다 생을 마감하는 실험동물. 그들을 지켜보는 연구자들의 마음도 편할 리 없다. 만화 ‘스누피’의 모델이자 애완견으로 인기가 높은 비글(Beagle)은 가장 널리 쓰이는 실험용 개. 한 연구관은 “쥐에겐 번호만 붙이지만 비글에겐 이름도 지어준다”며 “연구자를 알아보고 잘 따르면서 매일 함께 뛰놀던 비글을 내 손으로 해부할 때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동물실험을 하는 주요 연구기관과 대학, 기업체에서 해마다 열리는 ‘동물위령제’는 실험실에서 죽어간 동물들의 영혼을 달래는 자리이자, 동물의 고통과 죽음을 옆에서 지켜본 연구자들의 부담감을 달래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 10월29일 식약청에서 100여 명의 직원이 참가한 가운데 동물위령제가 열렸다. 실험동물위령탑 앞에는 평소 동물들이 좋아하던 멸치, 과일, 땅콩, 밤, 고구마 등이 차려졌다. 독성연구원 이수해 연구관(실험동물자원과)은 “행사를 앞두고 직원들이 시장에 나가 제수 음식을 구해온다”며 “위령제는 식약청에서 규모가 가장 큰 연례행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동물실험이 가장 많이 행해지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의약품 독성실험이다. 의약품이 개발되면 그 안정성과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서 동물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하는 전임상 단계를 거쳐야 한다. 국내 모 의약품생산업체 안정성센터에서 독성검사 업무를 맡고 있는 연구관 A씨가 독성실험에 대해 들려줬다.

    A씨의 회사에서는 의약품 독성실험에 주로 원숭이나 비글을 사용한다. 먼저 값이 싸고 실험 개체수를 많이 늘릴 수 있는 설치류(마우스나 래트)에 1차적으로 독성실험을 한 뒤 마리당 30만∼50만원 하는 비글, 1000만∼8000만원씩 하는 원숭이를 사용한다. 원숭이나 비글에겐 각각 농도를 달리한 약물을 주입해 독성 여부와 적정 투입량, 약효 유지 기간 등을 테스트한다. 이씨에 따르면 한 가지 의약품을 개발한 후 시판하기까지 설치류는 약 1000마리, 개나 원숭이는 60∼70마리 정도가 사용된다고 한다.

    “물론 독성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해요. 명랑하던 동물들이 침울해져서 꼼짝하지 않는다든가 침을 줄줄 흘리기도 하죠. 다음날 아침까지 살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미리 안락사를 시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죠. 개나 원숭이는 지능동물이어서 연구자들을 일일이 기억하면서 잘 따르거든요. 특히 원숭이와는 손뼉을 치면 바나나나 사과를 주는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그러나 투입 약물에 독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독성실험에 쓰인 동물들은 모두 안락사된다. 모 대학 수의학과 B교수는 “눈으로 봐선 독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으므로 혈액검사, 조직검사 등을 하기 위해 반드시 안락사시켜 부검한다”고 말했다. B교수는 얼마 전 국내 기업체가 유전자 제조법으로 개발한 약품의 안정성 검사를 위해 30마리의 비글을 사용했다. 비글들은 약이 투여되고 한 달이 지나도 여전히 건강했지만, 모두 안락사됐다.

    “안락사시키는 날엔 동물들도 세상 떠나는 날이란 걸 압니다. 자신의 동료가 죽어가는 걸 보면서 동요하죠. 도살장에 있는 소와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그래서 동물들이 들어 있는 상자를 죽 늘어놓아 서로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게 하면서 저 세상으로 떠나보냅니다.”

    목숨 내놓고 새끼 낳는 대리모

    최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생명공학 또한 동물실험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분야다. 서울대 성제경 교수(수의학)는 비만과 당뇨병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성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난 비만 쥐는 몸통의 크기가 정상 쥐의 두 배에 달했다. 비만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이 비만 쥐는 어미 젖을 뗄 무렵부터 다른 형제들보다 몸집이 커지기 시작했고, 정상쥐보다 먹이도 훨씬 많이 먹는다고 한다.

    성교수는 “4쌍을 교배시켜 낳은 42마리의 새끼 중 단 3마리만 비만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며 “탄생시키기 어려운 만큼 비만 쥐는 아주 귀중하다”고 말했다. 실험에 활용되지 못하는 나머지 새끼들은 대조군으로 활용되거나 폐기처분된다.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킨 서울대 황우석 교수(수의학)는 “복제연구에서는 동물의 난자에 유전자적 변형을 가해 대리모에 착상시키기 때문에 조직검사를 위해 해부할 일은 없다”고 한다. 다만 정상 분만을 못하는 대리모 중 제왕절개 수술을 받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황교수는 “대리모 역할을 해준 동물들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실험농장에서 여생을 보내다 자연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대리모가 희생될 수밖에 없는 연구도 있다. 황교수가 요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장기이식 연구의 경우 대리모인 돼지는 새끼를 분만하기 전에 안락사된다. 새끼를 무균 상태에서 태어나도록 해야 하기 때문. 외국에서는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지만, 공기 중에 노출된 장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수술받은 사람이 곧 사망한 경우가 있었다. 황교수는 “돼지에 균이 한 마리라도 있으면 이식할 수 없다”고 했다.

    “대리모의 자궁을 질식 상태에서 꺼내 무균실로 옮겨야 합니다. 그래서 분만 직전 드라이아이스를 대리모의 입에 씌웁니다.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2∼3초 만에 의식을 잃지요. 그와 동시에 배를 갈라 자궁을 꺼냅니다.”

    인간 위해 몸 바치는 실험동물들

    서울대 성제경 교수 연구실의 비만쥐와 정상쥐. 비만쥐를 통해 비만 유전자의 본질과 특성을 규명하면 비만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

    대리모의 분만은 마치 전투작전처럼 주도면밀하게 진행된다. 분만 2∼3일 전부터 연구진이 2개조로 나뉘어 24시간 내내 대리모와 새끼의 상태를 살핀다. 분만할 때는 수의학 전공자뿐 아니라 의학·간호학 전공자 40∼50명이 달려들어 피부절개, 근육절개, 자궁적출, 태아 인공호흡, 대리모 안락사 등 역할을 분담한다.

    “분만하는 날이 가까워질수록 연구실은 침울해집니다. 새로 태어나게 될 새끼가 기대되기도 하지만, 1년 넘도록 정성껏 보살펴 정이 든 ‘똘이’며 ‘삼순이’의 운명이 다해가기 때문이죠. 여학생들은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해요. 다들 대리모를 쓰다듬어주면서 이별 준비를 합니다.”

    행동연구 분야에도 동물실험이 활용된다. 연세대 김정훈 교수(생리학)는 마약중독 환자나 정신질환자의 행동 특성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래트를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다.

    김교수의 연구실에 있는 래트 3∼4마리의 머리에는 아주 작은 대롱이 달려 있다. 이 대롱을 통해 뇌에 직접 코카인이나 암페타민 같은 중독성 약물을 투여해 뇌의 변화와 쥐의 행동변화를 살피는 것. 김교수는 “대롱을 다는 수술을 한 다음 10∼15일 정도는 실험을 전혀 하지 않고 새 ‘외모’에 적응하게 한다”고 했다. 수술을 받고 나면 래트들은 서로 대롱을 만지거나 핥아주기도 한다고.

    래트의 뇌에 마약류를 직접 투여하면 서서히 중독증세를 나타낸다. 김교수는 “약물을 주입하고 1주일 정도 지나면 중독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이리저리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호기심을 보이는 등 중독반응이 사람과 비슷하게 나타난다. 정신분열 환자의 행동 특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래트를 만드는 것이 연구의 첫 단계이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마약에 중독된 래트 중 일부는 정신분열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김교수는 “과대망상, 피해망상, 과잉집착 등이 정신분열증 환자의 특성인데, 정신분열증을 나타내는 쥐들은 구석에 처박혀 몸을 계속 핥거나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등 반복행동 증상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또는 뇌 일부를 제거하거나 특정 뇌신경을 죽여 정신분열증을 유발한 뒤 치료제로 알려진 약물을 투여해 그 효과를 살핀다.

    샴푸는 토끼, 치약은 햄스터로 실험

    화장품이나 치약 등 생활용품 개발과정에도 동물실험이 사용된다. 화장품 회사 연구관으로 일하는 C씨는 “새로운 화장품 원료의 독성 테스트나 기능성 화장품의 효능 테스트에 실험동물을 활용한다”고 전했다. 30대 이상 여성들이 즐겨 사용하는 주름 개선 화장품의 효능 실험엔 털이 없는 누드 마우스를 주로 사용한다. 쥐가 노화해 자연스레 주름이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대개 쥐에게 자외선을 다량으로 쬐어 인위적으로 주름을 만든다. 그후 주름진 피부에 화장품을 바르거나, 화장품을 바른 피부에 자외선을 쬐는 방법 등으로 화장품의 효능을 테스트한다.

    화장품의 피부 자극 테스트에 가장 널리 활용되는 동물은 토끼다. 토끼의 피부나 눈의 점막은 다른 동물보다 민감한 편. 그래서 샴푸나 화장품 등 사용하다 눈에 들어갈 위험이 있는 제품들은 토끼 안구를 통해 자극성을 테스트한다. 또 다른 화장품업체 연구관 D씨는 “토끼 눈에 샴푸나 화장품, 농약, 화학제품 등을 넣어 1주일 정도 결과를 관찰한다”고 말했다. 그는 “pH가 낮은 산성 물질은 점막을 부식시키기도 해 토끼들이 매우 고통스러워한다. 이럴 경우엔 최소한의 토끼만 사용하고 실험 후 즉시 눈을 씻어준다”고 덧붙였다.

    인간 위해 몸 바치는 실험동물들

    10월29일 식약청에서 열린 동물위령제. 식약청에서만 매년 5만마리의 실험동물이 사용된다.

    B교수는 “치약에도 화학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구강에 닿았을 때 점막에 손상을 입히는지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햄스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보통 한 종류의 치약 테스트를 하기 위해 대략 햄스터 50마리의 볼주머니 점막에 치약을 발라 2주간 점막의 괴사 여부를 확인한다.

    의약품과는 달리 ‘감성 제품’으로 분류되는 화장품 실험에 동물이 사용되는 데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얼마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금발은 너무해 2’도 화장품업계의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유럽연합은 2005년부터 화장품을 개발할 때 동물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한 바 있다.

    B교수는 “아직 국내에서는 연구가 미흡하지만, 피부 자극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대체재를 개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도축장에서 도살된 돼지의 피부나 닭의 안구를 가져다 실험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는 죽은 동물의 신체 일부이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물의 그것보다는 실험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의약품 및 생활용품 개발과 새로운 기술연구 등 실용적 목적을 위해 활용되는 동물실험과는 달리, 순수학문 분야에서도 동물실험이 종종 행해진다. 서울대 이춘길 교수(심리학과)는 고양이 안구 운동 메커니즘 연구를 통해, ‘시각’이라는 인간의 인지능력과 의식의 기원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초연구가 축적되면 실용적 연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교수는 “청각기능을 되살려주는 보청기와 같이, 시각기능의 메커니즘을 알면 시각기능을 상실한 사람도 시각을 인지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교수의 연구실에는 6∼7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크라운’이라고 불리는 기구를 머리에 이식했는데, 고양이의 뇌 활동은 이 기구를 통해 컴퓨터에 기록된다.

    이교수는 “우리 실험실의 마스코트인 ‘폴라’”라며 한 마리의 고양이를 가리켰다. 폴라는 1993년 이 실험실에 들어와 10년 넘게 연구실에서 살고 있는 최고참 고양이. 생후 1년부터 3년까지 실험에 활용된 후 ‘은퇴’했다. ‘현역’으로 활약하는 동안 폴라는 안구가 빨리 움직이도록 컨트롤하는 세포의 활동 가설 검증, 시각피질 세포가 시각뿐 아니라 안구운동과 관련된 신호도 제어하고 있다는 사실 입증 등의 성과를 얻어냈다. 이교수는 “폴라 덕분에 두세 편의 논문을 해외 저널에 실었다”고 했다.

    연구자들의 동물영혼 달래기

    실험에 사용된 동물들은 해부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100% 안락사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다른 실험에 재활용될 수 없고, 외부에 유출될 경우 생태계를 교란시킬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안락사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대개 동물에게 최소한의 고통을 주는 방법이 권장된다. 마취제 과다투여로 1∼2초 만에 의식을 잃게 만드는 방법이 널리 쓰이며, 이산화탄소나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동물운동가로부터 비난을 받는 안락사 방법은 경추탈구법. 이는 꼬리를 잡아당겨 척추를 끊어버리는 것인데, 30∼40초면 호흡이 끊어지지만, 심장이 뛰는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고통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동물실험은 동물의 권익문제와 인류를 위한 기술개발이라는 차원에서 뜨거운 찬반논쟁을 일으키는 이슈 중 하나다. 외국에서는 일부 동물애호가들이 연구실을 습격해 실험동물을 구출해내는 극단적인 사건도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동물실험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세력은 없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동물실험 반대운동가인 성공회대 박창길 교수(유통정보학)는 “불필요한 실험, 비윤리적인 실험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꼭 필요할 경우에, 최소한의 동물을, 최소한의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에 많은 연구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올해 식약청, 한국화학연구원, 연세대, 성균관대 등은 11월17일 방한하는 국제실험동물인증협회(AAALAC)의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처럼 동물실험이 위생적인 환경에서 윤리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인증받는 것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는다. 동물 복지에 기여할 뿐 아니라, 연구결과의 국제적 신인도 또한 높일 수 있다. 국제사회가 윤리적으로 이뤄진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것은 동물실험을 둘러싼 논쟁이 해결점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수금의 생명이여, 품성은 각기 다르나 목숨은 같으니라.아까운 생명이지만 의로운 죽음을 피하지 않음이니인류복지와 동류금수의 보건을 위해,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사람을 원망하지 말지어다.가련한 그 넋을 위하여 묵념하고 명복을 축원하오니밝은 세상에 다시 나아가 영생하길 기원하노라.

    (일제시대부터 내려온 식약청 동물위령제의 위혼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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