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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 19세기 감옥

466일간 온몸 결박, 벌레 우글대는 0.5평 징벌방의 절규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21세기 한국, 19세기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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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나라의 인권 수준을 알려면 교도소를 가보라고 했다.
  • 그렇다면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에 이른 대한민국 교도소의 인권 상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담한 형편이다. 계구에 묶여 생리현상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맹장염에 걸린 재소자가 응급처치를 못 받아 죽어나가는 게 우리 교도소의 현주소다. 그늘 속 인권 사각지대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21세기 한국, 19세기 감옥
“오래도록 씻지 못해 온몸이 가렵지만 긁을 수가 없다. 너무 가려워 벽 모서리에 몸을 비벼댔다. 두 팔은 하도 오래 묶여 있어 이젠 아무런 느낌이 없다. 마비가 된 것 같다. 용변을 볼 때마다 고역이다. 특히 대변을 보고 나서 뒤처리하기가 너무 힘들다. 며칠 전에는 발뒤꿈치에 휴지를 올려놓고 꿇어앉아 뒤처리를 시도했다. 제대로 닦였을 리가 없다.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풍겨 역하다. 내가 과연 인간이기는 한지 몸서리가 쳐진다. 내 몸을 옭아맨 차디찬 물체들에서 언제쯤에나 벗어날 수 있을까….”

목포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정모(41)씨는 무려 466일 동안 계구(戒具)에 묶여 지냈다. 계구는 교도소 내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로 포승, 수갑, 사슬, 안면보호구 등 네 종류가 있다. 정씨는 금속수갑 2개와 허리에 손목을 고정시키는 가죽수갑에 묶여 있었다. 그는 묶여 있는 동안 손과 팔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식사할 때는 밥그릇을 바닥에 놓고 개처럼 먹어야 했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변을 봐야 했다. 주 1회 허용되는 목욕시간에 한해 1시간 정도 계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짐승보다 못한 삶’. 그가 466일 동안 되뇌던 말이다.

“고문이나 마찬가지”

1999년 구속돼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정씨는 2000년 2월 법정에서 재판을 받던 중 교도관을 흉기로 찌르고 도망쳤다. 교도관은 한동안 생명이 위독했을 만큼 목 부분을 심하게 다쳤다. 한 달 뒤 체포된 그는 광주교도소에 재수감돼 바로 독방에 수용됐다. 그는 2000년 3월7일부터 2001년 6월18일까지 광주교도소에서는 물론 목포교도소로 이감된 후에도 죽 계구에 묶여 지냈다. 특히 처음 계구에 묶인 뒤 26일 동안은 단 한번도 계구에서 풀려나지 못했고 한 차례도 목욕을 하지 못했다. 오랜 기간 팔이 고정되다 보니 어깨 관절은 완전히 망가졌고, 허리 뒤에 달린 고리 때문에 모로 누워 허리를 구부리고 자다 보니 허리도 변형됐다.

“게다가 정씨는 척추디스크를 앓고 있었다. 광주교도소측도 이를 인정했다. 이런 상태에서 모로 누워 구부린 자세로 자면 통증이 무척 심하다. 이는 고문행위나 마찬가지다.”

정씨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남산 관계자의 주장이다.

행형법 제14조에 따르면 교도관은 재소자의 도주·폭행·소요·자살의 방지, 기타 교도소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계구를 사용할 수 있다. 광주교도소 관계자는 “정씨는 교도소에서 제작한 흉기를 휘둘러 도주했던 자다. 재수감된 후에도 심한 심적 갈등을 보여 자살, 자해 등을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했다. 여건만 되면 또 흉기를 제작해 도주할 것으로 우려됐다. 따라서 재소자 보호와 교도소 질서유지를 위해 계구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목포교도소측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인권운동사랑방의 유해정 간사는 “계구를 사용한 것은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교도관을 상해한 데 대한 보복행위임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정씨가 수감된 독방은 철문 3개를 거쳐야 갈 수 있다. 그는 요시찰 수용수로 분류돼 가로 120cm, 세로140cm(독거실 개조 후에는 200×140cm)의 독방에 수용돼 철저한 감시를 받았다. 그런 그에게 도주나 자해의 우려가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보복과 징벌의 수단으로 장기간 계구를 사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정씨는 “계구 사용은 헌법에 명시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신체의 자유,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고, 국가를 상대로 4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온 몸에 채워진 10개의 자물쇠

2002년 6월 출소한 박모(34)씨는 이른바 ‘문제수’였다. 2001년에는 여러 차례 징벌을 받아 8개월 동안 독거실인 징벌방에 수용되기도 했다. 동료 재소자를 폭행해 금치 2개월을 받은 것이 첫 징벌이었다. 금치를 받으면 징벌방에 독거 수감되고 서신, 접견, 전화통화 등 외부와의 소통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물론 독서, 운동, 작업, 자비부담 물품사용 등 일상생활도 금지된다(행형법 시행령 제145조 제2항). 그후로는 징벌방과 일반방을 오가는 생활을 계속했다. 이유는 폭행과 지시불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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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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