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밀착 취재

가축 전염병 막을 ‘파수꾼’이 없다

검역은 구멍 술술, 방역은 쉬쉬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가축 전염병 막을 ‘파수꾼’이 없다

2/5
“세관 직원들은 우리를 슈퍼맨이라 부르죠.”

인천지원 기획계 이영철씨의 말이다. ‘슈퍼맨’은 업무 노동강도가 거의 살인적인 24시간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근무체제에 빗대어 붙여진 별명이다.

“CIQ에 배정된 인력으로는 매일 2만7000여명에 달하는 입국자 검역 업무를 24시간 가동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다른 부서 직원들과 과장들까지 모두 CIQ 야근에 동원됩니다. 기획, 검역검사, 화물청사, 축산물 창고 등 각자 부서에서 정상근무를 한 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공항 여객청사 CIQ에서 야간 근무를 섭니다. 그러고는 곧장 본래의 부서로 돌아가 오후 6시까지 일한 후 퇴근합니다. 그러니까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닷새에 한번씩 33시간 연속근무를 하는 셈이지요.”

이들은 CIQ에서 입국자들이 반입금지된 축산물을 가지고 들어오는지 검역하는 업무를 맡는다. 중국이나 태국산 축산물은 구제역이나 콜레라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불법반입 축산물로 분류해 적발한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된 후 미국에서 가져오는 햄이나 소시지, 육포 등 쇠고기 축산물을 찾아내 반입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CIQ는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와 가축 전염병을 일으킬 가능성을 차단하는 첫 번째 차단막인 셈이다. 실제로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여행객을 통해 해외에서 유입된 바이러스가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제시되곤 한다.



인천공항 내 CIQ에는 세관과 출입국관리사무소, 국립식물검역소, 그리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직원들이 24시간 함께 일한다. 이중 검역원만 2교대 혹은 3교대 근무가 이뤄지지 않는다. 인력부족 때문이다. CIQ에 배정된 인원 수만 비교해도 검역원의 인력부족 실정이 금세 파악된다. 세관 274명, 출입국관리사무소 264명, 국립식물검역소 21명인데 검역원은 단 11명뿐이다.

축산물에 대한 검역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해외 공항과 비교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호주 시드니공항의 경우 CIQ에 190명이 배치돼 하루 비행기 70편, 1만여명을 검역한다. 인천공항보다 17배 많은 인력이 인천공항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입국자를 검역하는 셈이다.

물론 CIQ에만 인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 검역원 인천지원에 배정된 인력은 총 94명인데, 이중 검역업무를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수의사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인력은 43명에 불과하다. 지원장과 부장 등 관리직을 제외하면 겨우 35명이 현장에서 뛰는 셈인데, 그나마 2004년 1월 현재 4명이 결원 상태다. 지난해 2~3월간 근무현황을 살펴보면 대다수 직원들은 월 260~323시간씩 근무했다. 정상근무가 총 180시간이므로 45~80% 초과 근무다.

사람 대신 개가 검역

검역원은 부족한 검역인력을 보충할 묘안으로 탐지견을 도입했다. 훈련된 개들이 여행객의 가방을 냄새 맡아 축산물을 찾아내는 것. 2002년 도입한 탐지견은 꽤 짭짤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CIQ에서 압수한 불법반입 휴대축산물은 2002년 1800여건에서 2003년 2300여건으로 껑충 뛰었다. CIQ에서 근무하고 있는 허창열 수의주사의 말이다.

“여행가방은 컨베이어 벨트로 나오기 전에 먼저 세관의 X-ray 검색을 거칩니다. 이때 축산물이 들어 있는 가방이 적발되면 표지를 부착해 반드시 직접 검역을 받도록 합니다. 그러나 탐지견들이 찾아낸 가방 중 표지가 부착된 가방은 단 1%도 안 됩니다. 그만큼 X-ray 검색보다 탐지견이 정확합니다.”

그러나 탐지견만으로 모든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12마리의 탐지견이 활동중인데, 한 마리 당 하루 2시간, 4~6편의 비행기를 검역할 뿐이다. 비행기가 동시에 여러 대 착륙해 입국장이 붐빌 때는, 중국이나 태국 등 주요 축산물 반입 금지국에서 들어오는 짐조차 제대로 검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무심결에 국내 가축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지닌 축산물을 가지고 ‘무사히’ 입국할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돼지콜레라나 구제역, 그리고 이번에 최초 발생한 조류독감 등 가축 전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때, 검역원은 1개 부서에 1개 지역을 할당하는 식으로 수의직·연구직 인력을 현장에 파견한다. 이번 사태에도 방역과는 물론 연구부서인 독성화학과, 해외전염병과, 세균과가 총동원됐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수의과학 연구원들도 소독차량에 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질병연구부 세균과 주이석 과장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전남 나주시 조류독감 발병 농가에서 보냈다. 나주시청 앞 여관에 머물면서 조류독감 양성반응을 보인 농가와 3km 이내 위험지역 농가에 살처분과 소독 등 방역업무를 지도했다. 나주시는 전국 닭과 오리 농가의 60~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국적 확산 및 양계사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집중적인 방역이 필요했다.

2/5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가축 전염병 막을 ‘파수꾼’이 없다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