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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발등의 불, 쌀 시장 개방 협상

미국과는 ‘한판 붙자’ 그러나 중국만은 속수무책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발등의 불, 쌀 시장 개방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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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농업의 成敗를 가를 쌀 협상이 여전히 안개 속이다.
  • 정부는 눈치만 살피고 있고 농민들은 물러설 기미가 없다.
  • 그러나 한국인의 식탁을 노리는 쌀 수출국들의 속내를 들어다보면 ‘쌀의 미래’도 보인다.
발등의 불, 쌀 시장 개방 협상

수입쌀의 국내 소비시장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쌀값 폭락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새로운 협상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1995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에서 쌀을 관세화하지 않는 대가로 우리에게 주어졌던 10년이라는 유예기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것이다.

정부는 올해 미국과 중국 등 우리 쌀 시장을 노리는 상대국들과 재협상을 벌여 쌀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04년은 한국 농업의 분수령이 되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출발 신호가 울리기도 전에 벌써부터 협상 절차 등을 둘러싸고 미묘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월20일 우리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를 계속하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의사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 우리 정부로부터 이러한 협상 의사를 통보받은 WTO는 회원국들에게 이를 알리게 되고, 회원국들은 90일 내에 협상 참가 의사를 우리 정부와 WTO 사무국에 동시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절차상으로만 보자면 4월20일까지 우리와 쌀 협상을 벌이게 될 상대국들이 선정되어 4월말~9월말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 한국 쌀 시장에 대해 관세화 유예라는 ‘특혜조치’를 주고 10년을 기다려왔던 미국이나 중국 등 쌀 수출국들이 이 기간동안 마냥 기다려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WTO로부터 한국의 협상 의사를 통보받은 나라들이 지금이라도 협상을 요청해온다면 당장이라도 양자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서진교 부연구위원은 “이해당사국들이 WTO에 협상 의사를 통보하고 나서 2~3주 내에 협상이 시작됐던 과거의 관례들을 감안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쌀 협상은 3월에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전문가들이 2월 말까지는 정부의 1차 협상안이 확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쌀 협상에 들고나갈 정부안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대외경제장관조정회의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외경제장관조정회의에서 정부가 협상단에 훈령을 내려야만 협상단이 훈령의 범위 안에서 협상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쌀 협상 준비는 이미 한참 늦은 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는 과거 관례에 비추어볼 때 대부분 이해당사국들이 통보시한 마감에 임박해 협상 의사를 통보해왔기 때문에 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협상전선에 미묘한 이상 기류가 감지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쌀 협상 시한을 놓고도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우리가 지난 UR 협상 당시 쌀 관세화를 유예받은 근거가 된 WTO 농업협정문 제5부속서에 따라 2004년 중 협상을 종료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일정에 따르면 협상 결과 검증에 필요한 3개월을 제외하면 사실상 9월 말까지는 협상을 마쳐야 한다는 결론이다.

경제논리냐 농업보호론이냐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협상종료 시한을 9월 말로 잡는 것이 우리 스스로 협상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검증 기간은 WTO 농업협정문이 규정한 ‘협상 시한’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12월 말까지도 충분히 협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것.

정부 논리대로 3~4월경 협상을 시작해 9월 안에 마쳐야 한다면 실질적인 협상 기간은 5개월에 불과한 셈이어서 ‘수비수’ 입장에 있는 우리가 이 기간 동안 충분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또 7~8월경 협상이 한참 진행중인 상황에서 ‘9월말 시한론’이 불거질 경우 농민들로부터 ‘시간에 쫓긴 졸속협상’이라는 비난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 대해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WTO 협정문의 해석은 기본적으로 각 회원국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공인된 해석’이 존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협상 개시를 앞두고 있는 정부는 현재 경제논리와 농업보호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관세화 유예를 목표로 협상을 개시한다고 선언했지만 협상중 얼마든지 관세화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며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관세화를 통해 쌀이 밀려들어올 경우 현재 100% 안팎인 쌀 자급률은 2010년 70%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관세화 절대 반대’는 물론 수입 물량 추가 확대에도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박웅두 정책위원장은 “지금 정부 태도대로 추가 개방이 불가피하다거나 관세화를 통한 개방이 더 낫다는 식으로 협상에 임한다면 그나마 우리가 지킬 수 있는 것도 모두 놓치게 될 뿐”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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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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