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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는 열강의 각축장…노무현 정부는 시베리아로 눈을 돌려라

미국은 유전개발, 중국은 인해전술, 일본은 150억달러 투자

  • 글: 윤성학 러시아 IMEMO 연구소 연구위원 yoonskh@chol.com

시베리아는 열강의 각축장…노무현 정부는 시베리아로 눈을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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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베리아는 개발의 여지가 풍부한 자원의 보고로 역사적으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이 시베리아 에너지 확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치밀하게 접근하고 있다.
  •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중심국가론을 표방했음에도 뒷짐만 지고 있다.
  • 시베리아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각국의 자원쟁탈전과 한국에 필요한 ‘시베리아 전략’을 알아본다(편집자).
시베리아는 열강의 각축장…노무현 정부는 시베리아로  눈을 돌려라
2003 년 10월25일. 러시아 TV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시베리아발 긴급 속보를 내보냈다. 러시아 최대 재벌이자 ‘석유 황제’인 유코스(Yukos)사 회장 미하일 호도로코프스키가 러시아의 국가정보원 격인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중무장한 연방보안국원들에 의해 모스크바로 압송되는 호도로코프스키의 창백하고 공포에 질린 모습은 러시아와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러시아 증시의 주가는 폭락했고 거래 중단사태로 치달았다. 러시아 야당 인사들은 푸틴의 권력 남용에 항의했다. 러시아인에 대한 러시아당국의 사법권 행사에 대해 이례적으로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가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세계 언론들은 호도로코프스키의 구속을 권력투쟁으로 분석했다. 강력한 러시아를 정치적 모토로 내건 푸틴 대통령은 이미 정치에 개입해온 러시아 재벌(올리가르키)들을 숙청해왔다. 옐친 재선의 일등공신이던 베레조프스키와 구신스키는 자신의 기업을 빼앗기고 유럽으로 망명했다. 또한 러시아 세무경찰은 부가가치세를 탈루한 혐의로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루크오일’을 압수 수색하고 알렉페로프 회장에 대해선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최대 니켈회사 ‘노릴스크니켈’의 포타닌 회장도 사유화 과정에서 탈세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영국 프로축구 첼시 구단을 인수해 유명해진 러시아 재계 순위 2위 로만 아브라모비츠도 감사원의 내사를 받고 있다.

전세계 언론들은 호도로코프스키의 구속을 ‘올리가르키 길들이기’의 최종판으로 보고 있다. 호도로코프스키는 그동안 러시아 재벌을 통제하려는 푸틴에 반발하여 진보색채 야당인 야블로코당과 우파연합(SPS)에 재정지원을 약속하였는데, 이 두 정당은 공산당과 함께 푸틴이 지지하는 ‘러시아 단일연합’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호도로코프스키는 또한 러시아의 전경련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기업연맹(RSPP)’을 통해 “권력기관의 전횡과 기업가들에 대한 위협을 중단해줄 것”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호도로코프스키의 구속 사태는 일단 푸틴의 완벽한 승리로 막을 내렸다. 러시아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도로코프스키 구속 이후 푸틴에 대한 지지도는 9%나 상승한 82%를 기록했다. 폭락했던 증시도 반등하기 시작했고 무디스사도 러시아 국가 신용에 이상이 없음을 공식 선언했다.

러시아 석유재벌 구속의 진짜 이유

그러나 호도로코프스키 구속 사태가 단순히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럽으로 추방된 베레조프스키나 구신스키와 비교했을 때 호도로코프스키는 정치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고 푸틴 정부에 대한 비난도 온건한 편이었다는 것. 모스크바 출신의 이 유대인 대금업자는 개인적으로 겁이 많고 막후의 음모가 역할에 익숙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푸틴의 정치적 적수로 부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호도로코프스키는 80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러시아 최대 재벌이다. 당연히 ‘러시아 재벌치고 탈세하지 않는 재벌은 없는데 왜 유독 호도로코프스키만 혹독하게 당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구속 시기도 이상하다. 러시아는 올해 총선, 내년 3월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을 갖고 있다. 정치적 입장에서 본다면 호도로코프스키 구속은 푸틴에게 큰 악재다. 증시는 폭락하였고 외국인 투자가들은 러시아에서 발을 빼려 하고 있다. 푸틴에 겁을 먹은 러시아 재벌들은 자국에 투자하기보다 외국 축구단이나 인수하면서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소로스 등과 러시아 야당 세력들은 푸틴의 독재를 소리 높여 비난하고 있다.

그렇다고 호도로코프스키는 푸틴의 정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대중성과 세력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러시아 국민은 누구도 호도로코프스키를 차기 대권주자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러시아 인민의 재산을 강탈한 ‘반지트 캐피털리스트(강도 자본주의자)’라 비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푸틴은 그를 구속시켜야 할 또 다른 이유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호도로코프스키는 구속될 무렵 세계 석유 메이저의 지도를 바꿀 수 있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호도로코프스키가 이끄는 유코스는 러시아 다섯 번째 규모의 석유회사인 시브네프티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었다. 330억달러의 현금과 주식 교환을 통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석유 메이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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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성학 러시아 IMEMO 연구소 연구위원 yoonsk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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