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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지역 명문으로 떠오른 한국형 보딩스쿨

무공해 교육환경, 과외 흡수한 공교육의 힘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지역 명문으로 떠오른 한국형 보딩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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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동체 생활을 통해 인성교육과 학력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기숙학교들이 뜨고 있다. 좋은 자연환경에 최고의 시설, 사교육비 제로, 높은 대학 진학률을 앞세워 우수학생 유치에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숙학교 캠퍼스는 무엇이 다른가.
지역 명문으로 떠오른 한국형 보딩스쿨

학교 마당에서 기타수업 중인공주 한일고 학생들.

초우트 로즈메리 홀, 필립스 아카데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디어필드 아카데미, 세인트 폴즈 스쿨, 호치키스 스쿨, 밀턴 스쿨…. 이들은 미국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로 대다수 학생이 학교에서 생활하며 공부하는 보딩스쿨(boarding school), 즉 기숙학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처럼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 사립고 외에도 미국 전역에는 250여개의 보딩스쿨이 있으며 기숙사 운영방식이나 교육철학 및 목표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있다. 예를 들어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all boarding), 다수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소수가 통학하는 학교(boarding-day school), 반대로 다수가 통학하는 학교(day-boarding), 주중에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가정으로 돌아가는 학교(5-day boarding school)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보딩스쿨인가. 미국 엘리트 교육의 산실을 직접 방문·취재해 책으로 펴낸 일본인 변호사 이시즈미 칸지는 보딩스쿨의 장점을 7가지로 요약했다(‘보딩스쿨’ 36~37쪽 참조).

첫째, 부모 곁에서 응석을 부리게 마련인 아이들의 정신교육, 특히 정서적인 성숙을 위해 엄격한 규율을 갖춘 교육적 환경이 필요하다. 둘째, 부모의 부유한 환경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지낼 필요가 있다. 셋째, 가급적 도회의 퇴폐적인 환경과 떨어진 시골 학교가 좋다. 넷째, 학업뿐 아니라 스포츠를 비롯한 문화·예술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루 24시간, 주7일의 밀착교육을 시킨다. 다섯째, 학생들의 독립심과 자립심, 창조성, 리더십 등을 키우기 위해 학생과 침식을 함께하는 상주교사가 있다. 여섯째, 기숙사 생활을 통해 공정함과 양보정신을 기르고 자신과 다른 사고방식 혹은 생활방식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진다. 일곱째, 전국적으로 우수학생을 유치하는 데 기숙사 제도가 필수적이다.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보딩스쿨 제도를 도입해 신흥 명문으로 부상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개교 이래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전국 16개 과학고(특수목적고)와 영재학교로 알려진 민족사관고, 일부러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세워진 대안학교들 외에도 충남 공주의 한일고, 경기도 광명의 진성고, 경기도 의왕의 명지외국어고 등 개교 10년 안팎의 신설학교들이 사교육 없는 전일제 기숙학교를 표방하며 명문고 만들기에 나섰다. 여기에 비교적 원거리 진학생이 많은 비평준화 지역 학교들-경남 거창의 거창고, 충남 논산의 대건고, 전남 담양의 창평고, 전남 장성의 장성고, 전북 익산의 익산고 등-이 기숙사 시설을 확충해 우수학생 유치에 나서면서 전교생의 70~80%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반 인문계 학교 최초로 전일제 기숙학교로 세워진 공주 한일고(1987년 개교, 2002년 자율학교 지정)와 수도권 최초의 기숙학교인 진성고(1995년 개교), 외국어고로는 최초로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명지외고(2004년 개교), 기숙사생과 통학생이 반반인 전주 상산고(2002년 자립형사립고 전환), 비평준화 지역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인 충남 논산 대건고(1951년 개교)를 직접 방문해 한국형 보딩스쿨의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산골짜기 캠퍼스

서울에서 충남 공주시 정안면 광정리에 있는 한일고등학교까지는 승용차로 쉬엄쉬엄 가도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 천안-논산 고속도로 개통 이후 도심과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지만 고속도로만 벗어나면 전형적인 농촌마을이 펼쳐지고 어느새 학교가 위치한 구작골에 이른다.

교문이 따로 없어 불쑥 들어선 학교의 첫인상은 아늑함 그 자체다. 야트막한 봉우리 3개가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국수봉을 뒤로하고 학교 전면에 6개의 봉우리가 앉아 있다. 그 사이로 어물천이라는 작은 시내가 흐른다. 500여명의 전교생이 머무르기에 크다 싶은 10만평 규모의 부지에 펼쳐진 이 학교는 1989년 대한민국 건축대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울에서 한의사로 부와 명성을 쌓은 고(故) 한조해 선생은 동학에 심취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평소 동학의 교리이자 행동강령인 사인여천(事人如天)과 실천궁행(實踐躬行)을 생활의 지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 학교설립을 결심했다고 한다. 특히 “인성은 습관으로 길러진다”며 기숙학교를 구상했다. 설립자의 호를 따서 ‘현제관’이라 불리는 기숙사는 모두 3개 동으로 학년별로 배치하며 8인 1실 원칙. 한 방에 가급적 서로 다른 시도 출신자로 안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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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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