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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

한국사회의 세대별 라이프스타일 연구

본때 나게 살고 싶은 20대, ‘끼리의식’강한 30대, 현실 추종형 40대

  • 글: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ac.kr

한국사회의 세대별 라이프스타일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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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전세계에서 세대간 의식 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세대차는 사회분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필자는 사회과학적 연구를 통해 각 세대별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했다. 한국사회의 고질이 되고 있는 ‘세대차’의 해법은 무엇일까.
한국사회의 세대별 라이프스타일 연구

전통을 지키려는 기성세대와 ‘촛불시위’에 나선 젊은이들, 여기에 ‘웰빙’붐까지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은 다양하다.

우연히 김용옥씨의 TV강의를 보게 되었는데 조선시대 기(氣)철학자인 최한기가 서양의 우주관을 비판하는 대목이었다. 200년 전 조선 학자가 서양을 비판한 것을 특유의 목소리로 열강하는 김용옥씨의 모습만큼이나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강의 제목이었다. ‘우리는 누구인가.’

몇백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현재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줄 것이라는 믿음은 고전을 공부하는 모든 이의 희망이다.

그러나 지금이 전국(戰國)시대나 왕조시대가 아닌 근대 시민사회라고 한다면, 시대에 따라 자신을 규정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이해하는 방식도 분명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현재 나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누구이며,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것인가.

자신의 모습을 일관되게 보려는 인간의 ‘사고의 틀(frame of thought)’은 놀라울 정도로 견고하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은 자신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가지기보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20년 전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같은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에도 거의 대부분이 ‘같은 사람’이라고 응답한다. 스스로를 변화하지 않는 고정된 존재로 보려는 심리, 또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항상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이다. 이런 착각현상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특히 자신과 다른 시대를 경험하고 살아가는 사람, 다른 세대에 속하는 사람을 평가하고 이해하려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하나의 세대, 하나의 정체성은 착각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또는 개인의 경험에 따라 변화한다. 이런 변화는 개인의 특성으로 표현되기보다는 특정 연령집단이 가지는 동년배의 특성이다. 이렇다 보니 때로 ‘우리는 누구인가’ 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자신과 동년배가 경험하는 세대의 특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되기도 한다.

10대, 20대, 386세대 등 연령에 의해 구분되는 동년배 집단은 사람을 범주화시키고, 그 범주에 대해 기존의 지식(즉, 고정관념)을 적용하는 과정으로 구체화된다. 이 고정관념은 다른 사람의 사회행동을 해석하고 심지어 타인의 가치관을 판단하는 데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N세대, X세대, 386세대, 유신세대, 6·3세대, 4·19세대, 6·25세대, 해방세대 등이다. 이것은 어떤 연령대에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경험한 대표적인 정치·사회·문화적 사건이나 현상으로 특정세대를 범주화시키는 일이다.

이런 범주를 정해놓고 10대인 N세대는 다양성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고 호기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 의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한다거나, 20대인 X세대는 언제든지 할말은 해야 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남과 다른 ‘나’를 추구하려 한다고 평가한다. 이에 비해 386세대는 사회의식이 강하고 기존세력에 대한 저항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년배 집단의 세대적 특성은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다양성을 폭넓게 수용할 줄 알았던 청소년들이 자신과 개성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주간한국, 2000.1.5). 뿐만 아니라 남과 다른 자신을 추구한다는 X세대는 불황이 지속되자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 안주하고 있다(동아일보, 2000.10.19). 심지어 기성세대의 부패한 정치판을 새로운 바람으로 개혁하겠다던 386세대 국회의원이 룸살롱 스캔들로 망신을 당하거나 정치인들의 구태를 되풀이할 때 저항정신이 투철하다는 386을 떠올리기 어렵다.

세대차는 연령차가 아니다

그래서 한국사회의 다양한 세대집단에 대해 다시금 정의하고, 또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고자 한다. 이 작업의 일차적인 목적은 각기 다른 세대집단이 만들어내는 한국사회의 변화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다. 현재의 기성세대가 사라지고 새로운 지배집단으로 등장하는 세대가 있다면 그 세대가 만들어내는 현재와 미래의 한국사회는 무엇이며 또 어떻게 될 것인가를 이해하고 예측할 필요도 있다.

세대차와 관련하여 산업화된 43개 국가를 조사한 한 연구(Inglehart, 1997)는 한국이 ‘가장 세대차가 큰 사회’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국사회는 동일한 문화 속에서 ‘세대(혹은 나이)’에 따라 다른 행동양식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무수히 제기되었다. 결국 이것은 세대차를 특정 사회에서 특정 동년배 집단이 가지는 대표적인 심리적, 행동적 차이로 분석하고 해석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세대차는 연령차에 의한 구분이 아니라 특정 집단이 가지는 자신들의 삶에 대한 가치와 다른 동년배 집단들에 대한 이미지의 차이다. 개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따라 정리된 가치체계(value system) 속에 놓여 있으며, 이런 가치체계는 개인마다 다르다. 사람들은 그런 가치체계에 의존해서 자신의 갈등을 해소하고 또 개인의 자존심을 유지하고 향상시킨다. 개인은 삶 속에서 학교, 거주지, 직업, 배우자, 종교를 선택하는 큰 문제부터 쇼핑을 비롯한 사소한 문제를 결정하기까지 끊임없는 선택의 과정을 경험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개인만의 독특한 정체감,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의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낸 정체감이다. 이런 정체감은 때로 개인이 속한 동년배 집단의 특성이 된다.

사람들이 이것을 특정 세대집단의 특성이라 쉽게 수용하는 이유도 바로 이들의 보편적인 특성들-공적인 의미, 가치, 태도, 신념, 행동양식 등-이 그 개인의 자아 속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아의 특성을 동년배 집단과 동일시하면 ‘세대’라고 부를 수 있지만, 개인의 특성으로 취급하면 이것은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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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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