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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판 新주류 70년대생

굿바이 386, 우리는‘쿨’한 세상으로 간다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문화판 新주류 70년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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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대’ ‘X세대’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란 70년대생들이 한국 문화판을 이끈다. ‘80년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 없이 90년대의 다양하고 풍족한 문화를 누리며 자란 세대.
  • 그들이 만든 영화는 2시간짜리 CF처럼 현란하고, 그들의 문학은 ‘가벼움’과 ‘자본주의’를 사랑한다.
문화판 新주류 70년대생
“몇 년 전인가. 비디오 가게에 갔더니 주인이 ‘고객님 올해 총 340편의 비디오를 보셨습니다’ 하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확 기분이 상하대요. ‘아, 올해 하루 한편도 보지 못했다니’ 싶어서요. 허허. 그냥 영화가 좋았어요. 어릴 적부터 텔레비전에서 하는 외화들을 빼놓지 않고 봤고 지금도 하루 종일 비디오를 끼고 사니까요.”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은 ‘범죄의 재구성’은 최동훈(33) 감독의 데뷔작이다. 올해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영화의 시나리오도 그가 직접 썼다. 1971년에 태어난 최 감독은 ‘영화광’이 될 수 있었던 90년대의 문화적 토양이 없었다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었을 거라고 했다.

1990년 대학에 입학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군대를 다녀왔는데, 대학문화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처음엔 좀 혼란스러웠지만 곧 익숙해졌다. 달라진 문화가 어릴 적부터 반쯤은 겪어왔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밀려드는 대중문화 속에서 그를 사로잡은 건 영화였다. 영화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또래 영화광 친구들과 함께 일반 극장에서는 상영되지 않았던 영화를 ‘구운’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돌려봤다. 그가 몰두했던 건 범죄 스릴러와 할리우드 B급영화들.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주제의식이 강한 영화보다는 영화적인 재미를 주는 영화가 좋았어요. ‘범죄의 재구성’은 범죄 스릴러, 말 그대로 장르영화죠.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다 보니 관련된 영화들을 많이 봤고 결국 영화로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이 영화의 메시지가 뭐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뭐랄까, ‘사기꾼도 경찰에 잡히지 않고 잘살수 있다!’쯤 될까요. 이게 현실이기도 하고요.”

영화아카데미 졸업 후 보습학원에서 국어강사를 하면서 데뷔자금을 모았다는 그는 “재미를 위한 투쟁은 영원하다”며 웃었다.

80년대라면 광주항쟁보다는 3S (Screen, Sports, Sex)를 먼저 떠올리는 세대, 90년대 들어선 ‘신세대’ ‘X세대’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한 20대를 보냈던 세대, 역사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풍족한 문화적 토양을 누린 세대. 이들이 바로 1970년대생이다. 만 나이로 현재 25세에서 34세인 이들은 어느덧 한국 문화계의 중심축이 됐다.

된장냄새에서 벗어나고 싶다

영화계는 이미 70년대생 감독들이 주류를 형성해가고 있다. 앞서 언급한 최동훈 감독을 비롯해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34), ‘킬러들의 수다’의 장진(33),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류승완(31),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김동원(30),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의 용이(30) 등이 주목받는 70년대생 감독들이다. 데뷔작을 찍고 있거나 데뷔를 준비하는 감독들도 대부분 70년대생이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김종현(34), ‘그놈은 멋있었다’의 이환경(34), ‘남극일기’의 임필성(32), ‘신부수업’의 허인무(30) 등이 대표적이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다’ ‘연출감각이 새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70년대생 감독들. 이들은 어떤 감수성을 가지고 있고 이른바 386세대라 불리는 전세대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광활한 남극대륙의 설원을 배경으로 한 한국 최초의 남극 탐험물 ‘남극일기’를 찍고 있는 임필성 감독. 남극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6명의 탐험대원이 겪게 되는 원초적인 갈등을 담고 있다.

“서스펜스적이면서 호러적인 느낌이 강한 드라마예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본 사람들이 ‘재미는 있는데 한국영화 같지가 않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무척 기뻤어요. 제가 원했던 바거든요. 된장냄새 나는 정서보다는 국제적 보편성, 즉 영화 자체의 재미로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이런 점이 예전 세대의 감독들과 다른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매년 100편 이상의 영화를 보면서 컸다는 임 감독은 대학입학 후 바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독립영화 워크숍’ ‘영화제작소 청년’ 등 독립영화단체에서 활동하며 단편영화 ‘소년기’ ‘베이비’ 등을 만들었고, 이 것들이 베니스영화제 등 다수의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영화제작소 청년’에 있었던 선배들은 ‘영화가 세상을 바꿀 총과 칼’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저는 영화 자체가 중요한 거지, 사회현상을 담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서스펜스와 호러, 스릴러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런 장르의 영화를 만들면서 그 내용이 사회참여적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 먼저는 아닙니다.”

‘남극일기’ 후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서스펜스, 호러, 스릴러 영화를 만들 것이라는 그는 좋아하는 장르여야 자신 속에 체화(體化)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를 비롯한 70년대생들은 6·25전쟁이나 4·19혁명 같은 역사적인 사건들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경험의 폭은 예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고 다양해졌죠. 배낭여행, 어학연수 등을 하면서 외국을 체험했던 첫 세대이기도 하고 시네마테크 운동이나 다수의 영화제를 통해 수많은 영화들을 접하면서 간접경험을 많이 한 영화광 세대이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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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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