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집중 분석

美 이라크 침공은 ‘실패한 전쟁’

정보망·판단력·재건계획 不在, 성급한 이라크군 해산으로 자승자박

  • 글: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美 이라크 침공은 ‘실패한 전쟁’

1/5
  •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 정책은 무엇이 잘못됐나. 미군 전사자 10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라크 주둔 美 해병중장마저 “군사적 강공책은 이라크 민심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볼멘소리다. 미국의 비판적 분석가들이 지적하는 이라크 사태의 문제점을 정리했다.
美 이라크 침공은 ‘실패한 전쟁’
이라크 침공 19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좀체 안정을 찾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라크인들의 반미 저항도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격렬해지고 있다. 바그다드 함락 1주년. 지난 4월 이후 이라크 주둔 미군은 시아파 수니파 가릴 것 없이 이라크 전역에서 펼쳐지는 소규모 전투로 고단하기 그지없다.

바그다드 동부 사드르시티와 시아파 최대성지 나자프에선 강경 시아파 이슬람 성직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따르는 무장세력 마흐디군이, 바그다드 서부 팔루자에선 박격포와 RPG(로켓추진 유탄발사기), AK-47 등으로 무장한 강경 수니파 저항세력들이 거의 날마다 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 중부군사령부의 집계에 따르면, 이라크 저항세력은 9월 한 달 동안 무려 2300차례나 공격을 벌였다. 하루 평균 80차례다. 미군의 바그다드 함락 1년을 맞아 저항세력의 대대적인 공세가 이어졌던 지난 4월의 하루 평균 120회 공격에 비해선 줄어들었지만 이라크 주둔 미군이 겪는 육체적 고통과 심리적 긴장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저항세력의 거점, 수니 삼각지대

현재 이라크 주둔 미군은 13만8000명. 이들은 연합군과 더불어 주로 도시 외곽의 주요 거점에 진을 치고, 이라크 반미 저항세력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점과 점 또는 선과 선으로만 이어져 있을 뿐, 이라크 전역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바그다드 동쪽 빈민지역인 알 사드르 시티(인구 250만~300만명)와 동쪽 팔루자(인구 30만명)를 비롯한 이른바 ‘수니 삼각지대(바그다드-라마디-티크리크를 잇는 수니파 지역)’는 올해 4월부터 미군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미군 작전차량조차 함부로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이 됐다. 저항세력들이 지배하는 곳은 수니 삼각지대의 팔루자, 라마디, 바쿠바, 사마라 일대다.

수도인 바그다드조차 타 지역에 비해 안정됐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군과 이라크 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티그리스 강변 5㎢ 넓이의 ‘그린 존(Green Zone)’이나 바그다드 중심부에도 차량폭탄, 시한폭탄, RPG(로켓추진 유탄발사기)가 날아드는 상황이다. 바그다드 시내와 공항을 잇는 준고속도로엔 기습공격과 지뢰폭발 위험으로 늘 긴장이 흐른다.

이라크 주둔 미 지휘관들은 “우리는 저항세력의 공격에 한번도 패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베트남전이나 알제리독립전쟁(1954~62년)에서도 미군과 프랑스군은 전술적으론 대부분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 승리다. 이라크에서 미군은 침략군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민심을 끌어안지도 못했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군사적으론 미군을 이길 수 없어도 정치적으론 미국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계획한 ‘후세인체제 붕괴 이후 이라크 재건일정’에 따르면, 2005년 1월 총선을 실시해, 제헌의회를 구성하고 2006년 1월엔 말 그대로 정통성을 갖춘 합법적인 이라크 정부가 정식 출범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수니 삼각지대를 장악하지 못한다면 전국적인 투표행위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는 정부의 합법성 확보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후보자가 납치·살해되거나 투표함을 탈취당할 가능성도 크다. 두 차례나 대통령선거 일정을 미루다 10월에야 불안한 선거를 치르는 아프가니스탄처럼 되지 않으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음울한 이정표

음울한 이정표(road map). 이는 지난 9월7일 이라크전쟁에서의 미군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자, 미국 언론들과 민주당이 사용한 비판적 용어다. 부상자도 7000명에 이르는 상태다(미 국방부 공식 통계로는 6916명). 2003년 3월20일 이라크 침공이 시작돼 부시 대통령이 ‘주요 전투 종료’를 선언하며 승리를 환호했던 시점(2003년 5월1일)까지 전사한 미군병사는 총 138명. 시간이 흐르면서 이라크 침공전쟁은 미국이 뒷마당으로 여기는 중남미 소국(이를테면 파나마, 그레나다 등)에 대한 침공처럼 간단한 게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침공은 또 다른 희생을 낳았다. 9·11 뒤 미국의 아프간 침공과 뒤 이은 이라크 침공에서 빚어진 오폭, 미군의 용어로는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로 이미 수만명의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 사람들의 정확한 피해 상황이 미군에 의해 공식 발표된 적은 없다. 다만 ‘인권 감시’나 ‘이라크바디카운트’ 등 인권단체들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사망한 이라크군은 약 5000~6000명,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는 적게는 1만4000명, 많게는 1만8000명에서 3만명으로 추산된다.
1/5
글: 김재명 분쟁지역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목록 닫기

美 이라크 침공은 ‘실패한 전쟁’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