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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앞둔 위기의 보험업계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일정 연기, 대상 축소 총력전 돌입

  • 글: 박태준 서울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june@sed.co.kr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앞둔 위기의 보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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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보험의 은행 판매 허용을 골자로 하는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보험업계와 은행권이 극한 대립하고 있다. 실직 위기에 처한 보험설계사들이 거리로 나선 가운데 보험업계는 ‘연기’를, 은행권은 ‘강행’을 고집한다. 전문가들은 1단계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의 보완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앞둔 위기의 보험업계

보험업계는 내년 4월로 예정된 방카슈랑스 2단계 확대시행 일정이 강행될 경우 20만명에 이르는 생명보험 설계사 중 절반이 실직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말 국회의사당 앞. 전국손해보험노조 소속 노조원이 ‘소비자가 봉이냐’ ‘은행만 살판났다’ 등의 원색적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5일간 계속된 1인 시위는 방카슈랑스 확대 시행에 반대하는 보험업계의 첫 번째 실력 행사였다.

이어 9월14일 같은 장소. 이번에는 손해보험 대리점 대표와 설계사 6000여명이 모여 “자동차보험 및 보장성보험의 방카슈랑스 영업 계획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과천 정부청사 앞에는 무려 2만명의 생명보험 설계사와 노조원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2단계 방카슈랑스가 확대 시행될 경우 20만명에 달하는 생명보험 설계사 중 절반이 실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등 금융회사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게 함으로써 금융업종간 겸업화와 상호 영역 철폐를 유도하는 선진 금융제도. 보험업법 개정으로 방카슈랑스는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됐다. 다만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라 아직까지는 저축·연금보험 등 1단계 상품만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내년 4월부터 실시될 예정인 2단계 방카슈랑스, 즉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의 은행 판매만큼은 연기 또는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은행권은 1단계 방카슈랑스에서 나타난 일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한 후 예정대로 확대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주무 부처인 재경부 역시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는 보험사와 은행측의 줄다리기. 이렇게 양보와 타협 없이 반복되는 논쟁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보험업계는 불과 1년6개월 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보험업법 시행령을 고쳐달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요구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정이 절박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반면 은행권은 방카슈랑스 도입에 따른 원스톱 쇼핑이나 저렴한 보험료와 같은 소비자의 편익을 강조한다. 물론 ‘보험’이라는 새로운 수익원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12일 열린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 현장.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은 “방카슈랑스 도입 초기에 은행들은 보험료가 15% 정도 낮아진다고 강조했으나 인하효과가 전혀 없었다”면서 “방카슈랑스를 시행한 은행들은 사업비를 보험사에 넘기거나 막대한 수수료를 강요하고, 기업고객 등에 대출상품과 끼워 파는 ‘신종 꺾기’ 등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채수찬 의원 역시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며 “꺾기 등 불공정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도 “방카슈랑스가 ‘은행에 의한, 은행을 위한 제도’로 전락해 개인 저축성 보험의 방카슈랑스 판매비중이 64.9%를 차지했고 과도한 수수료로 인해 보험료 인하효과도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이 방카슈랑스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방카슈랑스는 도입된 지 1년여에 불과하지만 그 부작용이 다양하고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폐해는 바로 ‘보험 꺾기’. 과거 은행에서 대출을 이유로 예금을 강요하던 구습이 예금 가입 대신 보험 가입이라는 형태로 부활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G은행을 찾은 H씨는 대출계 직원의 집요한 보험가입 권유를 받아 결국 청약서를 작성한 후 은행문을 나섰다. H씨는 마지못해 보험 가입 의사를 밝혔는데, 은행 직원의 “얼마짜리로 드실 건가요?”라는 말에 더욱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H씨는 “상품에 대한 설명도 없이 그렇게 대충 보험상품을 팔아도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은행연합회와 생·손보협회가 지난 7월21일부터 한 달간 전국 주요 도시 거주자 중 방카슈랑스 보험 가입자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카슈랑스 소비자만족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은행 대출과정에서 보험 가입을 권유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4.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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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태준 서울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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