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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가망신’ 지름길, 인터넷 도박 사이트

교수, 의사, 주부, 공무원, 대학생… 너도 나도 ‘고!’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패가망신’ 지름길, 인터넷 도박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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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무시간에 접속하는 공무원들 ●상습도박자를 바람잡이로 활용
  • ●판 거듭될수록 사이트 운영자만 이득 ●남편 출근하면 컴퓨터 앞으로
  • ●법인카드까지 도박자금으로
‘패가망신’ 지름길, 인터넷 도박 사이트
경북 구미시의 동사무소 직원인 유모(35)씨는 지난해 9월 스팸메일을 통해 현금 도박 사이트(고스톱·포커)를 알게 됐다. 잘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한 유씨는 휴대전화 결제를 통해 1만원을 사이버머니 1만원으로 바꿨다. 돈을 딸 때보다 잃을 때가 훨씬 많아 본전을 만회하면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발을 빼기가 쉽지 않았다.

퇴근하기가 무섭게 컴퓨터 앞에 앉아 새벽까지 고스톱에 몰두하던 유씨는 두세 달 사이에 50만원 넘게 잃자 근무시간에까지 도박사이트에 접속했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도박에 빠져든 유씨는 결국 지난 4월까지 모두 1400만원을 잃었다.

유씨와 비슷한 경로로 인터넷 도박에 빠진 은행원 김모(41·경기 부천시)씨도 지난해 9월부터 지난 5월까지 1000만원을 날렸다. 김씨는 특히 근무시간에 손에서 마우스를 놓지 못할 만큼 중독증세를 보여 업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 7월13일 서울경찰청은 ‘R도박사이트’를 운영, 21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박개장죄)로 민모(29)씨를 구속하고,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공무원 유씨를 포함해 은행원·회사원 등 4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서 이들은 하나같이 “재미삼아 온라인 고스톱을 시작했다가 나도 모르게 도박에 중독됐다”며 “이렇게 많은 돈을 잃게 될 줄 몰랐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경찰수사 결과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고스톱, 포커 등 각종 도박판에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걸고 1만 번 이상 게임을 해 500만원 이상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적발된 R사이트 등 4개 주요 도박사이트의 회원으로 등록해 도박을 한 사람은 무려 130만명에 이른다.

인터넷 도박을 통해 정작 돈을 번 사람은 도박 사이트와 환전 사이트 운영자였다. 이들은 판이 벌어질 때마다 속칭 ‘하우스’를 개장한 대가로 딴 돈의 5%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바꿀 때도 15%의 알선수수료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3국에 사이트 개설

인터넷 도박 열풍은 아이들에게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어른들이 현금을 주고받는 도박을 하는 반면 아이들은 사이버머니(가상화폐)로 게임을 즐기며 도박 맛을 알아간다.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사용인구가 2000만명을 넘어선 지금 인터넷은 정보와 지식의 보고(寶庫)로 각광받는 한편 각종 음란물과 도박성 게임으로 오염돼 가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의 도박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들이 적발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앞에서 언급한 것 같은 기업형 도박 사이트가 첫 선을 보인 것은 2001년 8월이다. 계모(당시 37·캐나다 밴쿠버 거주)씨는 캐나다 밴쿠버에 명목상 미주지역을 상대로 한국의 우량 게임프로그램을 수입·판매하는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중남미 코스타리카 산호세시 ‘멀티넷SA’ 데이터센터의 서버를 임대한 계씨는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캐나다와 남미 등 제3국에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국내 사법권이 사실상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법인 설립을 마친 계씨는 국내에서 포커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주)B넷 사장 이모(당시 43세·수원시 장안구)씨에게 포커도박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관리해주는 조건으로 사이트에서 발생한 수익금의 10%를 지급하기로 계약을 맺고 도박 사이트(http://www.new○○ ker.com 현재 폐쇄·이하 N사이트)를 개설했다. 1년여 동안 5312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간 오간 판돈은 무려 7142만여 달러(약 860억원). 사이버 도박사건 사상 최대 규모의 도박판이었다. 계씨는 166만달러(약 20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로 구속됐다.

회원들은 신용카드 결제 등의 방법으로 도박칩을 구입했다. 국내 포커도박 사이트의 대부로 알려진 이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포커게임 사이트의 회원 중 상습도박자인 ‘골수 회원’ 6명을 ‘N사이트’의 바람잡이 노릇을 하는 도우미로 고용했다.

도우미는 이씨로부터 매주 250달러(약 30만원)의 칩을 보수로 받고 ‘N사이트’에 접속, 대기하면서 사이트에 접속한 회원들의 도박 상대자가 되거나 도박 프로그램상의 오류를 찾아 회사에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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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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