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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취재

‘방송의 꽃’ 여성 아나운서의 세계

샐러리맨 수입에 연예인 지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힘겨운 ‘백조’

  • 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방송의 꽃’ 여성 아나운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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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어지고 예뻐지는 앵커석(席)
  • ●10명 선발에 1500명 지원
  • ●무늬뿐인 오디션, 앵커 선발은 ‘윗분’의 뜻
  • ●뜨고 싶으면 명절특집에 출연하라
  • ●“실력보다 외모 가꾸기에 더 신경 써라”
‘방송의 꽃’ 여성 아나운서의 세계
“이제 ‘뉴스데스크’는 누가 지키나요?”지난 10월 MBC 간판 앵커 김주하 기자의 결혼 발표가 있은 후 인터넷 게시판에 오른 한 네티즌의 글이다.

공교롭게도 김 앵커의 결혼 하루 전날에는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해온 최윤영 아나운서도 화촉을 밝혔다. 그러자 네티즌들 사이엔 여성 앵커들이 줄줄이 결혼하는 겹경사를 맞은 MBC가 도마에 올랐다. 발단이 된 건 최윤영 아나운서가 결혼과 동시에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으로 두 살 아래의 미혼인 박혜진 아나운서가 기용되면서다. 입사 2년차로 뉴스 진행 경력 10년차인 베테랑 정혜정 아나운서를 ‘밀어내고’ 앵커석에 올랐던 최윤영 아나운서가 1년 만에 하차하자 네티즌들은 ‘결혼했다고 여자 앵커를 교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MBC 이윤철 아나운서국장은 “내부에서 이미 최윤영 아나운서는 앵커보다 MC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며 “가을 개편과 최 아나운서의 결혼시기가 공교롭게 겹쳤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얼굴이 작아 보이도록 적당히 부풀려진 단발머리와 심플한 의상, 조리 있고 똑 떨어지는 말투로 뉴스를 진행하는 지적인 이미지 때문에 여성 아나운서들은 매년 여대생이 닮고 싶은 인물의 상위권에 오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아나운서는 1927년 경성방송국 마현경씨로 알려져 있다. 여성 앵커의 역사가 근 80년에 이른다는 뜻. 하지만 공중파 방송의 메인뉴스에 여성 앵커가 기용된 것은 1980년대 초반으로 불과 20년 전의 일이다. KBS 간판 앵커였던 신은경 아나운서를 비롯해 정미홍, 이규원, MBC의 백지연, 정혜정 아나운서 등이 1980년대를 풍미한 여성 앵커들이다. 1990년대 들어 여성 앵커는 남성 앵커의 ‘보조’ 노릇을 넘어 단독으로 뉴스를 진행할 만큼 위상이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각 방송사의 간판뉴스인 저녁9시 뉴스에서 여성 앵커 기용문제를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방송사가 전임 앵커에 비해 더 젊고 더 예쁜 앵커를 발굴한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연봉 100억원대의 몸값을 자랑하는 바버라 월터스와 같은 여성 앵커 탄생은 불가능한 것일까.

최근 방송가에서는 여성 아나운서에 관한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돼 화제다. 지난 9월28일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훈순 교수와 KBS 이규원 아나운서실 차장이 함께 발표한 ‘TV뉴스 여성 앵커들의 직업인식과 방송사 조직의 성차별적 관행’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그것.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발행하는 ‘프로그램/텍스트’ 10호에 실린 이 논문은 뉴스 진행 경험이 있는 공중파 방송 3사와 YTN의 전·현직 앵커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토대로 여성 앵커의 실상을 보여준다.

인터뷰에 응한 한 30대 기혼 여성 앵커는 여성 앵커의 선발기준에 대해 “여성 앵커는 호감 가는 외모, 남성 앵커는 경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른 조사대상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부진들은) 여성의 경우 아무래도 나이 든 사람보다 적당한 나이에 신선함을 갖고 있는 사람을 원한다”(30대 미혼 앵커), “50, 60세 여성도 앵커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에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젊고 꽃다운 여자만 쓰려고 하니까”(40대 기혼 앵커) 등의 답변을 보면 응답자들은 여성 앵커 선발기준을 ‘능력보다 외모’라고 여기고 있음이 드러난다.

능력보다는 외모와 나이로 여성 앵커를 선발하는 부당한 처사에 대해 이들의 반응은 대다수 ‘조용히 있는다’다. 즉 앵커 선발에 불만이 있어도 수동적이라는 것. 김훈순 교수는 “여성 아나운서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달리 돌파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혼자 대응하기도 어렵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방송가 아나운서들 사이에선 젊고 예쁜 여성 앵커를 기용하는 것이 더 이상 뉴스거리도 아니다. 김 교수는 “외모와 나이를 기준으로 20대 여성을 앵커로 기용하면 기자 출신의 부·차장급 남자 앵커와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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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희숙 자유기고가 gina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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