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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수사 풀 스토리

용의자 3700명 DNA, 청바지 정액과 대조… 2인 이상 면식범, 보름달 아래 옷 벗겼다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수사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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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의 추억’의 재연인가. 2월3일로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00일이 됐다.
  • 실종된 여대생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지만, 범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 그러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범인 검거에 명운을 건 화성경찰서 수사본부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범인과 숨막히는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수사 풀 스토리

실종된 여대생 노양의 시신이 발견된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보통1리 태봉산. 유골이 발견된 자리엔 추모의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잠깐,건드리지 말아요. 사람의 머리카락과 뼈 같습니다. 얼른 신고합시다.”

지난해 12월12일 오후, 부동산 거래를 위해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보통1리 태봉산 일대를 둘러보던 부동산업자 홍모(36)씨와 30대 치과의사 K씨의 눈에 섬뜩한 광경이 들어왔다. 마른 나뭇잎에 덮인 한 구의 시신. 머리와 다리는 이미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상태였다. 치과의사인 K씨가 아니었다면 사람의 유골인지도 몰라볼 뻔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화성경찰서 형사들이 시신 위에 덮인 마른 풀을 걷어내자 유골 밑에서 들쥐 한 마리가 재빨리 도망쳤다. 유골의 어깨 부분을 막 갉아먹던 참이다. 시신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듯 부패가 심했다. 35cm 길이의 머리카락을 본 순간, 출동 경찰관은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맨 실종 여대생 노모(21·K대 2년)양임을 직감했다.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가 노양의 과거 치료기록과 시신의 치아 모양을 대조한 결과가 일치한 것.

노양은 시체로 발견되기 46일 전인 지난해 10월27일 집에서 3㎞ 가량 떨어진 화성복지관 수영센터에서 수영을 마친 뒤 곧 집에 들어가겠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는 연락이 끊겼다. 다음날 그의 유류품이 실종지역 인근 도로변에서 발견됐다. 젊은 여성의 실종, 거리에 흩뿌려진 옷가지와 속옷. 화성은 순식간에 ‘살인의 추억’의 악몽을 떠올리며 공포에 휩싸였다.

실종된 노양을 찾기 위해 뿌려진 전단만 14만장, 화성 일대에 걸린 플래카드도 60여개가 넘었다. 언론은 행방불명된 노양이 버스에서 하차하는 마지막 모습을 담은 CCTV 장면을 연일 보도하면서 그의 행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수사 100일 그리고…

화성경찰서 강력계는 물론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도 긴급 투입됐다. 윤성복(60) 화성경찰서장의 지휘하에 화성경찰서 정남지구대에 수사본부가 꾸려졌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직후, 경찰은 기동대 3개 중대 400~500명을 동원해 노양의 시신을 수색했다. 두 달간 수색에 투입된 경찰관 연인원이 1만1000여명에 이르렀다. 유류품이 발견된 주요 지역을 살펴보기 위해 헬리콥터를 동원, 항공사진까지 찍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실종 여대생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2월3일로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 100일이 됐다. 사건 발생 직후 몰려들던 수많은 취재진의 발길도 이젠 뜸해졌다. 수사본부가 마련된 화성경찰서 정남지구대를 찾았을 때, 주변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윤성복 서장은 매일같이 이곳에 들러 아침 회의를 주재한다. 전날 진행한 수사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수사 계획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임무를 받고 현장에 투입된 형사들이 일을 마치고 수사본부에 집결하는 시각은 밤 10시경. 회의가 끝나면 수사관리팀 경찰관 4명이 지금껏 나온 수사현황을 보고서로 정리한다. 70여명의 형사들은 석 달 동안 제대로 쉬어본 날이 거의 없다고 했다.

화성경찰서에 파견된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형사들은 현재 소속부서와 수사본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새벽까지 조직폭력배 일당을 소탕하고 왔다는 10명의 광역수사대원이 오후 2시 수사본부로 몰려들었다. 이번엔 용의자 탐문 수색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 그중 한 형사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마누라 얼굴 제대로 본 지도 참 오래됐네. 그래도 어떡합니까. 범인은 잡아야지.”

노양의 유류품이 발견된 궤적을 따라 출근하는 것은 어느새 수사본부 형사들의 일과가 됐다. 범죄 해결을 위한 결정적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노양의 시신을 신속하게 찾아내지 못한 경찰은 ‘허술한 수색’으로 이미 한차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시신이 발견된 야산은 유류품이 발견된 보통리 저수지와 불과 1~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 그러나 “두 번의 실수는 없다”는 게 이들의 각오다.

이원수(45)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수사팀장은 “범인은 화성 지리에 매우 익숙한 사람이며, 용의자의 DNA는 확보돼 있다. 검거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굳은 의지를 내보였다. 1월 말 취임한 이택순 경기경찰청장 역시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화성 여대생 사건은 다른 미제사건에 비해 용의자의 유전자 분석이 진행될 정도로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 100일간의 수사기록엔 경찰이 고뇌한 흔적이 담겨 있다. 노양을 납치한 범인은 누구이며, 왜 살해했을까.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경찰과 범인의 숨바꼭질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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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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