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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코스닥 기업인 삼키는 사채업자들

“연 수익률 50%·주가 4배 보장하라, 안 되면 부도낸다!”

  • 글: 김익태 머니투데이 기자(사채시장 담당) epping@moneytoday.co.kr

코스닥 기업인 삼키는 사채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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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원 빌리려면 2억원 주식 담보에 수수료 300만원, 월 이자 300만원 내야
  • ●투자 수익률 낮으면 회사 찾아가 행패, 경영권 요구
  •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다 회사 돈 횡령하고 잠적한 경영자
  • ●회사 부도 나면 직원, 소액주주만 고스란히 피해
코스닥 기업인 삼키는 사채업자들
벤처신화의상징으로 일컬어지던 컴퓨터 백신업체 하우리가 얼마 전 코스닥 등록 4년여 만에 허망하게 퇴출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1998년 창업 후 승승장구하며 안철수연구소와 함께 국내 컴퓨터 백신시장을 양분했던 유망업체의 상장 폐지라 시장의 충격이 작지 않았다.

최근 들어 코스닥 시장이 활기를 되찾으며 자금난에 시달리던 벤처업계의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일부 우량 기업에 한정된 것일 뿐 대다수 업체엔 여전히 남의 나라 얘기다. 은행 같은 제도금융권에서 외면당한 이들이 발길을 돌리는 곳은 살인적인 고리(高利)를 물어야 하는 서울 명동의 사채시장.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기업인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채업자와 거래를 트면서 이들이 원하는 대로 엄청난 대가를 보장해주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고리사채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또다시 사채를 쓰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코스닥 기업주와 사채업자의 이 같은 거래는 선량한 소액투자자들에겐 알려지지 않아, 사건이 터졌을 때는 일반투자자들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사채시장 기웃거린 하우리

코스닥 기업인 삼키는 사채업자들

권석철 전 하우리 사장은 사채시장에서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해 결국 회사에서 퇴출됐다.

하우리가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것은 지난 3월. 하우리는 창업 이래 기록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창업 이듬해인 1999년 4월 출현한 ‘CIH바이러스’에 발빠르게 대응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외국계 백신업체를 제치고 안철수연구소와 함께 국산 백신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2002년 코스닥 상장 직후부터 하우리는 이상징후를 보였다. 등록 직전엔 사상 최대의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듬해부터는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무리한 해외 현지법인 설립, 영화관 매입계약 등이 원인이었다. 그 결과 2002년 7억원이던 적자 규모는 2003년 28억원으로 불어났고, 2004년엔 90억원의 손실을 봤다. 결국 회계장부에 ‘허수’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더니 회계법인에서 ‘의견 거절’을 받고 상장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주목해야 할 것은 권석철 전 하우리 사장이 실적 악화 탓에 회사 운영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사채시장을 기웃거렸다는 점이다. 은행이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힘들어지자 대출금의 수배에 이르는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쓴 것이다. 이에 대해 권 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개인적으로 코웰시스넷(유선통신기기 제조업체)에 자금을 단기 대여하기 위해 (하우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며 “당초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던 코웰시스넷에 대한 대여금 문제가 시간을 끌고, 또 (하우리) 주가가 하락하면서 채권자들이 주식을 판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림의 떡 ‘시장 활성화’

하우리는 권 사장을 회사 돈 84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그가 어떻게 사채업자들과 거래하다 망신을 당하게 됐는지는 검찰 조사결과 밝혀지겠지만, 권 사장은 경영진이 사채시장에서 빌린 자금을 제때 갚지 못해 주가가 급락하고 경영 일선에서 퇴출되는 전형적인 행태를 몸으로 보여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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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익태 머니투데이 기자(사채시장 담당) epping@money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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