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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부정 의혹에 흔들리는 국기(國技) 태권도

“단증 발급 비리? 죽은 사람에게 물어보쇼”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부정 의혹에 흔들리는 국기(國技)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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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정관에 따르면 원장 또는 이사장의 임기는 4년이다. 다만 보선으로 취임한 경우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임기다. 김운용씨의 임기 만료일은 지난 9월23일. 따라서 엄 원장의 임기도 그때까지다. 그런데 국기원 이사회는 이보다 넉 달 전인 지난 5월 현 원장인 엄운규씨를 차기 원장으로 서둘러 선출함으로써 시비를 자초했다.

두 사건에 대해 국기원측은 인사에 불만을 품은 일부 세력이 개혁을 빙자해 현 지도부를 음해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진정 내용의 대부분은 근거가 없거나 허위사실이며, 원장 재선출 건의 경우 지난 9월 이사회를 다시 열어 적법한 절차를 밟았기에 별문제가 안 된다고 반박한다.

진정 내용의 핵심은 단증 부정발급이다. 대상자는 모두 7명인데 상당수가 태권도계의 지도층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서에 따르면 이들은 국기원측에 돈을 주고 가짜 단증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정 승단은 확인됐는데…”

단증 부정발급 의혹은 지난 1월 대한태권도개혁위원회 소속 태권도 관장과 사범 수십명이 서울 역삼동 국기원 건물 앞에서 벌인 시위와 기자회견을 통해 불거졌다. 이들은 엄운규 원장에 대해 단증 장사를 통한 부당이득, 비리를 저지른 측근인사 중용, 국기원 예산 횡령 등 8가지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그에 앞서 오용진씨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국기원측은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오용진씨를 비롯한 대한태권도개혁위원회 관계자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맞서 개혁위원회측도 지난 3월 김상필 의장 명의로 김운용, 엄운규 두 전·현직 국기원장을 단증 부정발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명예훼손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가, 엄 원장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은 형사4부가 맡았다. 지난 9월 중순 형사4부는 피고발인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형사4부의 수사가 끝난 직후 형사2부는 오씨 등 개혁위 관계자 4명을 약식기소했다. 그 결과 두 사람에게는 각 300만원,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각 200만원의 벌금이 나왔다. 명예훼손이 인정된 것이다.

무혐의와 벌금형이라는 검찰 수사결과만 놓고 보면 개혁위측은 허위 주장을 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는 “허위 승단 등 단증 부정발급 사실은 확인했는데, 고발당한 사람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잡을 수 없었다”고 무혐의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말하자면 엄 원장에 대한 무혐의 결정과 별개로 국기원의 비리의혹은 사실로 인정된 것이다.

“허위 승단을 한 사람들의 진술이나 단증발급 업무 시스템에 비춰 김운용씨나 엄운규씨가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작아 보였다. (대상자 7명 중)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사람은 6명인데, 이들은 당시 국기원 실무자들과 접촉했을 뿐 김씨나 엄씨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부정 승단은 컴퓨터 조작을 통해 이뤄졌는데, 실제 고단자의 무력기록부에 이름과 사진, 생년월일 등을 바꿔 등록하는 수법이었다. 그런 방법으로 4, 5단이 8단으로 둔갑하는 등 가짜 고단자가 여럿 배출됐다.

부정 승단자들은 검찰에서 국기원 실무자들에게 수십만원 또는 상품권을 주고 가짜 단증을 발급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이들이 돈을 건넸다는 세 사람이 공교롭게도 모두 고인(故人)이라는 점이다.

태권도계의 한 관계자는 “뻔한 일 아니겠냐”며 관련자들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돈을 받았다는 세 명의 고인은 사건 당시 단증발급 업무와 상관없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 수사를 했던 검찰 관계자도 “관련자들이 입을 맞춰 진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의혹 제기에 공감을 나타내는 한편 “의심 가는 점은 있지만 다른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 이상 밝혀내기가 힘들었다”고 고심한 흔적을 내비쳤다. 새로 수사에 착수한 특수2부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뭔가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기원측은 단증 부정발급 비리를 검찰이 수사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조사해 밝혀낸 사실을 강조한다. 국기원 이근창 기획조정실장에 따르면 이 일이 불거진 것은 2002년 12월 대태협 기술심의위원회 김종오 부의장이 “위원들 중에 단증이 없는 사람이 있다”고 국기원에 확인을 요청하면서다.

국기원이 단증발급 전산기록을 확인한 결과 고단자 7명의 단증 발급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취임 직후 이 사건을 보고받은 엄운규 원장은 조사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조사가 시작되자 허위 전산처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산부장이 사직했다. 조사위원회는 부정 승단자 7명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네 차례나 내용증명을 보냈는데도 당사자들은 답변을 거부하거나 근거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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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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