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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뒤에 숨긴 주먹’ 콘돌리자 라이스의 ‘변형외교’

  •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미소 뒤에 숨긴 주먹’ 콘돌리자 라이스의 ‘변형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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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은 2003년초 이라크 침공을 둘러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을 때 프랑스-러시아-중국의 반대로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어지자 “유엔은 돈만 낭비하는 기구”라며 유엔 무용론을 주장한 인물이다. 그의 유엔 관련 어록에 “유엔본부 건물 몇 층을 없애도 아쉬울 게 없다” “유엔 같은 건 없다”는 등 극단적 발언이 많다.

미국의 대외 강공책을 앞장서 부르짖는 네오콘 가운데서도 극단으로 치우쳐 있는 인물이 볼턴이다. 그런 그를 부시 대통령은 지난 3월 유엔대사로 지명했으나, 인준권을 지닌 미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미 의회의 여름 휴회를 틈타 대통령 직권으로 그를 전격 임명, 많은 이에게 놀라움을 안겼다(미국 대통령은 의회가 휴회 중일 때 상원 인준을 거치지 않고 공직자를 임명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이 있다). 1948년 유엔이 창설된 이래 미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절차 없이 직권으로 유엔대사를 임명한 것은 최초다.

부시 대통령이 무리수를 써가며 볼턴을 유엔대사로 임명한 배경은 무엇일까. 워싱턴 정가 관측통은 네오콘 강경파가 부시 대통령을 움직여 초강경파인 볼턴으로 하여금 ‘유엔 개혁’이란 명분 아래 유엔을 무력화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볼턴은 국무부 국제기구 차관보로 있으면서 팔레스타인이 유엔의 한 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저지했다. 그뒤 국무부 군비통제 차관 때는 국제형사재판소가 미국인을 전쟁범죄자로 기소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미 네오콘의 나팔수 격인 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칼럼니스트들을 비롯해 볼턴을 지지하는 네오콘들은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뭐가 문제냐”며 볼턴을 싸고돈다.

대안 마뜩찮은 대북정책



국무부는 라이스의 다자주의 성공사례로 미국이 6자회담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과연 그럴까. 1기 부시 행정부의 분위기는 북한과의 대화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김정일 체제를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길 정도였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6자회담에 나선 배경은 대화와 외교를 중시해서라기보다 북한을 이라크처럼 무력으로 제압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워싱턴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센터(CSIS) 선임 연구원 제임스 맨이 2004년 출간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불카누스의 성장 : 부시 전쟁내각의 역사(Rise of the Vulcanus : The History of Bush’s War Cabinet)’에서도 드러난다. ‘불(火)과 대장장이의 신’을 뜻하는 ‘불카누스’는 강공책으로 미국의 대외적 이익을 지키려는 부시 행정부의 강공파 세력을 일컫는다. 관련 내용을 일부 옮겨본다.

…2002년 후반 북한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연료봉에서 봉인을 떼어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요원들을 추방했다. 그리고 핵무기확산방지조약(NTP) 탈퇴를 선언했다. 문제는 불카누스의 새로운 독트린(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세력을 선제공격한다는 부시 독트린)이 이라크에는 먹혀들 수 있지만, 북한에는 먹혀들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이라크가 주변국들과 복잡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혼돈스러운 이슬람권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면, 북한은 경제적으로 번성하는 주변국가들로부터 고립돼 있다. 불카누스의 눈에 비친 북한은 이라크처럼 군사적 해결수단을 쓰기엔 마땅치 않다. 만약 전쟁이 터진다면, 북한은 남한을 공격할 것이고 서울에 큰 해를 입힐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 때도 영변 핵시설물을 겨냥한 족집게식 제한공습을 검토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침공한 명분 가운데 하나는 후세인 정권이 WMD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었다. 문제는 WMD 개발에 관한 한 북한이 이라크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라는 점이다. 이라크 침공 전인 2002년 10월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 당국자에게서 “북한이 곧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는 말을 들었다. 켈리의 방북 뒤 북한은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연료봉에서 봉인을 떼어내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요원들을 추방했다. 그리고 핵무기확산방지조약의 탈퇴도 선언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부시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북한 공습에 나서기도 어려웠다.

이라크 침공 뒤인 2003년 8월부터 미국이 6자회담에 참여한 것은 그런 딜레마를 겪으면서 대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뒤였다. 그렇지만 북한과 어떤 협정을 맺으려고 서두르지는 않았다. 미국은 북한 경제사정이 아주 어려워져 김정일이 미국에 손을 벌리면서 핵개발을 포기하길 기다렸다. 앞서 살펴본 북한 관련 발언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오늘의 라이스 국무장관도 북한이 백기를 들길 은근히 바랄 것이다.

지난 1월 국무장관 인준을 위한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라이스는 다자주의적 국제관계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이제는 외교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말을 남겼다. 듣기에 따라서는 그와 같은 라이스의 발언이 1기 부시 행정부 때 나타난 오만한 일방주의를 청산하고, 아울러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협력에 미국이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듯했다. “사실상 이라크의 수렁에 빠졌다”는 소리를 듣는 미국이다. 그런 미국은 말 그대로 ‘외교’를 필요로 한다. 올해 2월 라이스가 첫 해외 나들이로 유럽을 택한 것은 이라크 침공과정에서 틀어진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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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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