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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류층 사교모임

해외 갤러리서 정기 만남, 와인과 재즈가 ‘교양 척도’

  • 최항섭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jesuishs@kisdi.re.kr

대한민국 상류층 사교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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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경제력 달리면 ‘탈퇴 압박’

‘고전미술동호회’는 고전미술에 취미가 있는 상류사회의 멤버들이 고급 갤러리에서 만나 고전미술을 함께 감상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다. 구성원은 서울 메이저 대학의 교수(인터뷰 대상자에게 들은 바로는 이들은 부동산 등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 큐레이터, 기업 CEO급 인사들로 이뤄져 있다. 멤버 중에는 특히 E여대 출신이 많았다. 이는 모임의 회장인 K씨가 E여대 출신으로, 자신의 동창들을 모임에 하나 둘씩 참가시킨 데서 비롯된다. 서울 시내 고급 갤러리를 3개 이상 소유한 K회장은 모임장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등 이 모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이들 멤버의 특징 중 하나는 거의 모두가 서울의 메이저 대학 출신으로 미국 혹은 유럽 국가에서 유학을 했다는 점이다. 이 모임에서는 함께 와인을 마시고, 그림을 감상하기도 하지만 직업 시장과 관련된 정보 교환도 활발히 이뤄진다.

‘고전미술동호회’에서 고전미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회원은 K회장의 눈에 금방 띄게 되고 그에게 외면당해 자연스럽게 모임에서 도태된다. 이 모임은 또한 행사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을 계속 회원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형식상으로는 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얼마나 높은지 보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행사진행에 필요한 경비를 쉽게 부담할 수 있느냐를 체크해보는 것이다.

이 모임 멤버들은 1년에 2~3차례 유럽이나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하는데, 여기에 참가하려면 비즈니스석 항공권 요금, 특급호텔 숙박비, 전시회 행사 참가비 등 1주일쯤 해외에 머무는 비용으로 적어도 1500만원 이상이 든다고 한다. 해외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 의무조항은 아니지만, 1년에 적어도 한 번은 참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장에게서 ‘탈퇴 압박’ 전화를 받는다.



이것은 상류 사교모임이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하나인 영국의 ‘런던 시즌 모임’과 유사하다. ‘Doing the Season’이라고도 부르는 이 모임은 특히 상류층과 고위 전문직 여성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모임에서 상류층 남성 배우자를 찾거나 더 나은 취업자리를 소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임은 연회비가 6000파운드(약 1200만원)에 달한다. 처음 참석하는 여성 회원이라면 모임의 공식 드레스 값으로 최소 5000파운드(약 1000만원)를 지출해야 하고, 댄스파티와 식사비로 4만파운드(약 8000만원)를 별도로 내야 한다. 사교모임에 참석하는 데 9000만원 정도가 드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모임에 적합한 사람인가 아닌가는 참가비 지불능력으로 판가름이 난다.

부모는 대기업 CEO나 부동산 자산가

‘여성재즈와인동호회’의 특징은 구성원이 대부분 전문직이나 운영·관리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30대 초반의 미혼여성이란 점이다. 이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며, 거액의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대기업 CEO 출신인 부모를 배경으로 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모임은 약 2년 전 청담동의 한 와인카페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고교 동창생인 두 여성의 만남에서 출발했다. 이후 사람들을 서로 소개하면서 지금은 멤버가 20명 가까이 늘어났다. 1주일에 한 번 모이거나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경우도 있는데, 대대적으로 모이는 것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다.

요즘은 서울 시내에서 소문난 와인카페와 재즈카페를 돌아가면서 방문한다. 특히 고급호텔에서 종종 벌이는 와인축제에는 거의 모든 회원이 참석한다. 유명한 재즈 연주자들을 카페로 초청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 모임의 한 멤버를 간접적으로 알게 돼 직접 모임에 참가했다. 분위기는 ‘세련’ 그 자체였다. 멤버 전원이 외제 고급 승용차를 몰고 있었고, 옷과 시계 등은 대부분 유명 브랜드였다. 몇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시계는 보통 100만~200만원대라고 했다. 다들 미혼이길래 “가입할 때 기혼이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기혼 여성은 아무래도 함께 활동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멤버 중 단 한 명이 기혼 여성인데, 남편이 해외로 장기 출장을 떠난 이례적인 경우였다.

필자는 모임 회장에게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설문지를 돌린 지 약 2주일 후 16개의 답변서를 회수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김혜지(가명)씨와 유인주(가명)씨가 모임의 핵심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김혜지씨는 이 모임의 현재 회장이자 모임의 창설자. 올해 서른셋인 김씨는 아버지가 학원장이며, 어머니도 다른 학원의 원장이다. 김씨는 전문대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졸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도움으로 서울 강남에 유치원을 차려 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경영 비법을 전수받았고, 아버지의 인맥을 활용해 유치원을 키워나가고 있다. 현재 이 유치원은 강남 일대에서 꽤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는 워낙 성격이 활달하고 사람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졸업 후 1년 정도 유럽에서 유학하면서 와인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귀국 후 우연히 여고 동기 중 하나가 와인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그 카페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러다 김씨가 이 카페에 친구를 한두 명씩 데리고 오면서 자연스레 모임이 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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