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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美 명문 사립고 인맥

금융계 주름잡는 초우트·앤도버 출신, 효성家는 사촌끼리 세인트폴스 동문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한국의 美 명문 사립고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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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보딩스쿨 거쳐 아이비리그 졸업하면 ‘성골 중 성골’
  • 인촌 가문은 앤도버, 한화 가문은 세인트폴스
  • 국제 비즈니스, 금융계, 외교 분야에서 두각
  • 탁월한 개인기, 글로벌 네트워크로 취약한 국내 기반 뛰어넘어
  • ‘Non Sibi(나를 위하지 않는다)’ 정신 가르치는 엘리트 교육
한국의 美 명문 사립고 인맥
“1990년대 중반 주(駐)싱가포르 대사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를 방문했죠. 미국 대사는 제가 부시 대통령과 같은 고교(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출신인 것을 알고, 저와 부시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했어요. 부시 대통령이 절 보고 ‘앤도버 동문을 만났다’며 어찌나 반가워하던지…. 저를 유독 편하게 느끼던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손명현 전 주스웨덴 대사)

“해외 여러 기업과 비즈니스를 할 때, 특히 고교(미국 세인트폴스 스쿨) 인맥이 큰 힘이 됩니다. 고교 시절 클래스메이트 중 듀폰(DuPont) 집안 자제가 있었어요. 그 친구 덕분에 기업의 대표 변호사를 거치는 복잡한 절차를 밟지 않고, 듀폰 회장님과 직접 사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죠. 글로벌 화학업체인 듀폰사와 효성그룹은 사업상 협력할 부분이 많거든요. 세인트 폴스 덕분에 도움을 받는 일이 많아서, 늘 모교에 고마운 마음입니다.” (조현준 효성 부사장)

“초우트 로즈메리 홀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줬습니다. 고교 재학 시절엔 뛰어난 친구들과 무시무시한 경쟁을 치르느라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뒤돌아보면 그 경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어요. 미국의 투자금융계나 언론계를 비교적 쉽게 접촉할 수 있다는 것도 초우트 졸업생이 갖는 메리트입니다.”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대표)

‘KS 라인’은 가라!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파워 엘리트는 흔히 경기고-서울대로 대표되는 ‘KS 라인’으로 여겨져왔다. 이들은 끈끈한 학연으로 뭉쳐 서로 밀고 끌어주며 정·재계 및 법조계의 요직을 차지했다. 이러한 명문고-명문대 출신의 인맥에 권력이 집중된 데 따른 위화감 조성의 폐해가 문제점으로 지적될 정도였다.

그러나 세계화가 화두인 지금, 한국에 국한된 학연은 더는 큰 이점이 없다. 이미 한국 사회 최상층의 정점 연합을 형성한 집단 가운데 하나는 세계 최고 고등교육기관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하버드대 출신들이다. 특히 앞서 소개한 세 사람처럼, 미국 사회에서도 상류층만 입학할 수 있다는 명문 보딩스쿨(사립 기숙학교)을 거쳐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성골 중의 성골’로 분류된다.

미국의 명문 보딩스쿨은 미국의 웬만한 유명 사립대보다 더 입학하기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학비(기숙사비 포함)가 3만~4만달러(3000만~4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고, 선발 인원도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 과거 유복한 백인자녀의 엘리트 교육을 위해 생겨난 보딩스쿨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층 구분을 없애고, 인종 다변화와 성차별 폐지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각국의 상류층 자녀들이 명문 사립고로 몰려들면서 이들 학교는 정상급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생산하는 기제가 됐다.

미국 명문 보딩스쿨의 강점은 학문뿐 아니라 문화, 스포츠 등 여러 영역을 두루 섭렵한 엘리트를 키운다는 것이다. 커리큘럼, 교사의 질, 교육 환경 면에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유학상담 전문업체인 세계로유학원 김종애 원장은 “미국 명문 사립고를 무조건 ‘귀족학교’로 매도할 것이 아니라, 선진 교육을 받은 이들이 국가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더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에서 운영되는 미국 명문 사립고 동문회의 역사는 10년이 채 안 됐거나, 재학생의 학부모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조기유학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중반 이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소수의 미국 명문 사립고 출신들이 현재 외교, 경제, 학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화 시대가 요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유창한 영어 실력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여러 명문가(家)가 특정 미국 명문 사립고와 깊은 인연을 맺으며, 형제 혹은 부자지간이 고교 동문이 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10대 명문 보딩스쿨을 꼽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사립고 순위를 평가하는 기관마다 그 기준도 다르고, 해마다 각 고등학교의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률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순위를 놓고 펼치는 학교간 자존심 싸움도 팽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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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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