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집중 취재

출발부터 딱지 뗀 ‘초보운전’ 방위사업청, 브레이크 없는 ‘추돌사고’ 위험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출발부터 딱지 뗀 ‘초보운전’ 방위사업청, 브레이크 없는 ‘추돌사고’ 위험

2/6
12조원 들여 ‘구형 전투기’ 만든다?

출발부터 딱지 뗀 ‘초보운전’ 방위사업청, 브레이크 없는 ‘추돌사고’ 위험

모의 폭탄 투하시험을 하는 A-50. A-50을 개량하면 F-50 전투기를 만들 수 있다.

국방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수를 피하기 위해 택한 지혜가 권력분립이다. 민주국가에서 법은 입법부에서 만들고 집행은 행정부에서 하도록 권력분립을 택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방사청은 기관을 만든 사람이 실세로 들어왔으니 아무도 방사청이 하는 일을 견제할 수 없었다”고 비판한다. 그 무섭다는 기무사도 방사청 개청 과정에선 ‘종이호랑이’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방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256건의 군 전력증강계획 자료에도 문제가 많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공군은 창군(創軍) 이래 최대 규모인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을 벌이고 A-50 경(輕)공격기를 양산한다. 해군은 3000t급 중(重) 잠수함(KSS-Ⅲ)과 이지스 구축함(KDX-Ⅲ)을 세 척씩 건조하고, 차기 고속정(PKX)과 차기 호위함(FFX) 건조사업을 펼치며, 대형 수송함(LPX)을 추가 건조한다. 육군 사업으로는 무인정찰기(UAV) 및 130㎜와 227㎜ 다연장로켓(MLRS) 양산 계획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사실이 보도되자 일부 애국적인 시민은 환호했다. 특히 3000t급 중잠수함 건조 계획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 이들 중 일부는 ‘이 잠수함은 반드시 핵 추진함으로 건조돼야 한다’며 때아닌 핵추진 잠수함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일보 기자 역시 이 문제를 파고들다 방사청이 보안성 검토도 하지 않은 자료를 공개했다는 ‘월척’을 낚았다. 방사청도 이런 애국적 호응을 의식해 보안성 검토를 건너뛰는 실수를 범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환호하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이 계획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경제적인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행여 방사청은 황우석 박사의 경우처럼 검증되지 않은 장밋빛 미래를 나열해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해봐야 한다.



먼저 규모가 12조원에 이른다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부터 따져보자. 누가 뭐라고 해도 ‘세계 공군의 교과서’는 미국 공군이다. 미 공군은 F-15를 고급(high)으로, F-16을 저급(low)으로 삼아 전투기 전력을 운용하고 있는데, 고급과 저급의 비율은 대략 3.5대 6.5다. 이러한 비율은 온갖 전투를 치러본 미 공군의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그들은 전투기 전력을 이런 비율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강한 전력’을 갖추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지금 미 공군은 F-15와 F-16을 서서히 퇴역시키면서 F/A-22와 F-35로 그 뒤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F-15를 이을 차기 고급 전투기 F/A-22와, F-16을 이을 차기 저급 전투기 F-35의 개발을 완료해놓고 현재 시험비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 미 공군은 F/A-22와 F-35의 비율도 3.5대 6.5로 유지할 전망이다. 그리고 F/A-22와 F-35 다음 세대의 전투기는 조종사가 타지 않는 무인 전투기로 대체한다는 방침 아래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이 독자 개발하겠다는 한국형 전투기 KFX는 2020년쯤 개발이 완료될 계획이다. 그런데 이때쯤이면 미 공군이 F/A-22와 F-35를 양산해 일선에 배치하고 난 다음이다. F/A-22와 F-35가 세계 전투기 시장을 선도할 무렵 탄생할 KFX는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진 전투기일까. F-35 정도의 성능은 갖고 있을까. 답은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KFX는1990년대에 생산된 F-16의 성능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한다.

F-16은 지금도 미 공군에서 저급 전투기로 분류되는데, 한국은 15년이 지난 2020년에 이 정도 성능을 가진 전투기를 개발하겠다며 KFX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갑이 얇은’ 한국 공군이 미 공군과 같은 수준으로 놀 수는 없다. 미 공군이 F/A-22와 F-35로 무장할 때 한국 공군이 한 세대 뒤진 F-15와 F-16 체제를 갖추는 것은 납득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경제성과 시장성 관점에서 살펴보면 적잖은 난관이 발견된다. 항공업계에선 “새로 개발된 전투기가 본전(개발비)을 건지려면 최소 300대 이상은 팔려야 한다”고 말한다. 2020년 개발될 KFX는 과연 300대 이상 팔릴까.

‘대마불사’와 ‘도마뱀 꼬리 자르기’

한국은 이 전투기를 개발한 나라이므로 100대쯤 사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200대를 사줄 나라는 어디인가.

2/6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목록 닫기

출발부터 딱지 뗀 ‘초보운전’ 방위사업청, 브레이크 없는 ‘추돌사고’ 위험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