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정훈 기자의 ‘딥 인사이드’

개교 60년, 바람 잘 날 없는 서울대 어디로 가나

‘폐교론’에 맞서는 비장의 카드 ‘사립 서울대학교’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개교 60년, 바람 잘 날 없는 서울대 어디로 가나

1/11
“서울대, 강남, 동아·조선일보, 법조계, 재벌은 新五賊, 그중 핵심은 서울대…”

가장 비효율적인 ‘공무원 조직’과 ‘대학 조직’이 모여 있는 곳

하버드 발전기금 25조, 예일 14조, 프린스턴 12조, 서울대는 3500억

도쿄대, 칭화대에도 밀리는데 서울대를 폐교하라고?

370년 역사의 하버드 총장은 27명, 60년 연혁의 서울대 총장은 23명

숙명여대의 성공, 서울대의 답보. 총장·학장 나눠먹기론 대학 발전 요원

한국 현실 외면한 文·史·哲, 그틈 파고든 운동권

공대생 15%가 의과대로 다시 진학, 인문사회계열엔 고시 열풍

모두가 잊어버린 서울대의 교육 이념 ‘弘益人間’

서울대 교수 봉급, 고려대 교수의 70%

교수 봉급 차별제 도입하고, 조교수 탈락률을 30%까지 끌어올려라


개교 60년, 바람 잘 날 없는 서울대 어디로 가나

서울대 개혁을 주도한 정운찬 총장(작은사진).

요즘 한국 교육계의 화두는 ‘센추리(Century, 世紀)’인 것 같다. 지난해 연세대가 창립 120주년, 고려대가 개교 100주년을 맞더니 올해엔 이화여대 120주년과 숙명여대·동국대 100주년 기념 행사가 있었다.

근대 교육 역사가 일천한 우리로서는 세 자릿수 연혁을 가진 학교의 등장이 대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선진국의 근대 교육 역사는 훨씬 길다. 영국의 옥스퍼드대는 하도 오래돼서 정확한 개교 연도를 알지 못한다. 1096년 옥스퍼드에서 교육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900년은 넘었다”는 게 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1209년 설립된 케임브리지대는 개교 800주년을 맞는 2009년까지 10억파운드(약 1조7000억원) 기금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세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대는 미국 건국보다 140년 앞선 1636년 개교해 370개의 성상(星霜)을 넘겼다. 예일대는 1701년, 프린스턴대는 1746년 개교함으로써 역시 미국 역사보다 긴 305주년과 260주년의 연륜을 쌓아왔다. 서울대와 자주 견줘지는 일본의 도쿄(東京)대는 1877년 출범해 올해 129주년을 맞게 되었다.

한국 학교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랜 것은 성균관대다. 성균관대는 조선 건국 직후인 1398년 세워진 성균관을 뿌리로 하므로 608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그러나 ‘세기’는 서양적인 가치 기준이다. 동양에서는 60년마다 돌아오는 ‘갑자(甲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올해 8월22일 국립서울대학교가 설립 6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서울대는 10월15일을 개교기념일로 삼고 있어, 60주년 행사는 가을학기인 10월 중에 주로 펼쳐진다. 세기와 갑자를 맞은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한국은 근대 교육의 출발이 늦은 만큼 두터워진 연혁에 안주할 수가 없다. 신흥 경제강국답게 신흥 명문학교를 배출해야 한다.

서울대는 ‘新五賊’의 핵심?

서울대는 그간 30주년을 주기로 큰 변화를 맞았다. 서울대가 출범할 때 ‘국대안(國大案) 파동’이 있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뒤의 상자 기사 참조). 1946년 서울대는 경성제대의 후신인 경성대 등 10개의 학교가 통합해 출범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흐른 1975년부터 4년에 걸쳐 의대, 치대, 간호대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를 지금의 관악 캠퍼스로 옮겼다(농업생명과학대는 가장 늦은 2003년 관악캠퍼스로 이전). 그리고 또 30년이 지난 지금 서울대는 ‘한국 속의 국립대로 남아 있을 것이냐’ ‘세계 속의 서울대로 나아갈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을 맞았다.

변화는 발전을 전제로 할 때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에서 서울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변화를 요구받았다. 이 정부 초기 우리 사회에서는 “노 정부는 서울대와 강남, 법조계, 동아·조선 등 보수 언론, 삼성·현대차 등 재벌을 ‘신오적(新五賊)’으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리고 나온 것이 ‘서울대 폐교론(廢校論)’이다. 서울대 폐교론은 신오적의 핵심이 서울대라는 데서 비롯됐다.

서울대 출신들은 돈을 잘 벌므로 주로 서울 강남지역에 산다. 법조계와 보수 언론, 재벌회사에도 많이 진출한다. 이들의 자녀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한 만큼 서울대에 진학해, ‘서울대 패밀리’를 형성한다. 서울대 출신이 한국의 거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 모임에서, “기득권층의 모순을 혁파해 사회를 변혁하자는 운동권까지 서울대 출신이 장악하고 있어…”라며 혀를 찬 바 있다. 이른바 ‘서울대 싹쓸이’가 서울대 폐교론을 불러온 핵심 원천이다.

권력의 매질은 오히려 견딜 만했다. 서울대가 진짜 아파한 지적은 학문의 세계에서 나왔다.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인데, 왜 서울대의 경쟁력은 세계 32위이냐”는 것. “밥값 좀 해라”는 말처럼 따가운 야단도 없다. ‘대한민국 수재를 뽑아 범재를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 지적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들은 괴로워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수재가 서울대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도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민족사관고와 대원외고, 한영외고, 서울과학고, 과학영재학교 등 특목고에서는 요즘 서울대는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미국의 명문대 입학을 노리는 유학반을 운영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해외에 주재하는 한국인의 자녀 가운데 똑똑한 아이들은 현지 명문대학에 바로 들어가고 있다. 재력과 재능을 타고난 일부 한국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때 유학을 가 해외 명문대학에 입학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최고 엘리트가 서울대에 입학한다고 단언하기 힘들어졌다.
1/11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목록 닫기

개교 60년, 바람 잘 날 없는 서울대 어디로 가나

댓글 창 닫기

2018/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