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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국제결혼, 학대받는 외국인 아내들

“비싼 ×이 돈값도 못해”…막가는 인신매매형 짝짓기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급증하는 국제결혼, 학대받는 외국인 아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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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국제인신매매방지전문가회의 참석차 한국에 온 국제이주기구(IOM)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의 수석의무관 네넷 모투스 박사는 “베트남에서는 국제결혼 알선단체가 빈곤층 가정에 1인당 500~1000달러를 주고 어린 여성을 데려다 대만, 일본, 한국 등으로 결혼시키려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으로 많이 가는데, 문제는 그들 중 대부분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제결혼한 한국 남성은 외국인 아내가 다른 문화에 익숙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인권을 지켜달라는 호소였다.

2003년부터 급증한 국제결혼이 야기하는 갖가지 사회 문제는 국내 통계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제결혼 가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언어폭력과 신체적 폭력 등 가정폭력을 경험한 외국인 이주여성은 10명에 3명꼴이었고, 성적 학대에 시달리는 이도 23.1%를 차지했다. 최근 한국인권재단이 주최한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한국살이’ 세미나에서 이주여성인권연대 김민정 정책국장이 소개한 이주여성의 성 학대 사례는 충격적이다.

“남편이 요구하는 성관계를 거부하면 머리채를 잡아 끌고 강제로 베란다로 내쫓았고, 추운 겨울에도 이불 한 장 없이 그곳에서 자라고 한다. 옷을 다 벗게 하고 입으로 해달라고 요구하거나 성기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등 이것저것 요구했다. 음란 비디오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똑같이 해달라고 요구한다. 싫다고 거부하면 때리고 옷을 다 찢어버린다. 너무 무서워서 무릎 꿇고 빌기도 여러 번 했다. 남편이 동물 같다.”

“입국한 지 사흘 만에 남편이 때렸다. 술 마시고 성관계를 요구했는데 싫다고 하자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때리고 침을 뱉었다. 생리 중에도 성관계를 요구해서 거부하자 생리대를 얼굴에 집어던졌다. 계속 때려서 어쩔 수 없이 응한 적도 있다.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 너무 싫고 무섭다.”

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기를 꺼리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면 자기 나라로 쫓겨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신고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 경찰에 신고해봐야 말이 통하지 않아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도 한 요인이다. 김민정 국장은 “한국 여성들도 가정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주여성들은 거기에 더해 편견으로 인한 또 다른 종류의 폭력까지 당한다. 의사소통이 원만하지 못하고 친구나 친정식구 등 지지자가 가까이 없으므로 가족 내 역학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당한다”고 지적했다.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된 결혼중개자

최근 위장결혼 사례가 늘면서 무작정 자신의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항상 아내를 감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결혼중개업자들은 결혼 전 남편에게 “신분증을 남편이 보관해라” “같은 나라 여성들과 전화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귀띔하기도 한다. 심지어 밖에 외출도 못하게 하고 친정에 전화 연락도 못하게 하는 등 여성을 감금하다시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이주여성은 “시어머니는 내 친구들이 전화하면 내가 옆에 있는데도 화장실에 있다면서 바꿔주지 않았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지도 못하게 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이혼으로 연결되어 심각한 가정해체를 불러온다. 국제결혼 커플이 증가하는 것 못지않게 이혼율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 2003년 583건이던 이혼은 2004년 1611건으로 세 배가량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2444건으로 다시 한번 크게 증가했다.

국제결혼 커플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겪는 어려움도 ‘불행한 가정’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또래 집단에서 무시를 당하고 따돌림을 받거나,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감이 되기 일쑤다. 9월4일 부산에서는 한 대안초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아시아공동체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곳에는 한국인 부부가 낳은 아이들은 없고, 대신 한국인 아버지와 아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2명의 ‘코시안’만이 수업을 받고 있다. 한국 아이들과 함께 섞이지 못하고 ‘그들만의 학교’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이들을 대하는 인식이 어느 수준인지를 가늠케 한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은 단순한 국내 문제가 아니다. 그로 인해 외국 여성의 출신국가와 마찰을 빚거나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했던 국제이주기구 한국사무소 고현웅 소장은 “상업화한 국제결혼 중개 시스템이 이들 커플들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낳는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초 민간에서 시작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이 지자체 주도로 변하면서 국제결혼이 크게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국제결혼이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2000여 개에 이르는 국제결혼 중개업체가 난립했고, 이들에 의한 인신매매성 결혼 중개가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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