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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진보’가 거머쥔 대한민국 문화권력

“인민군이 남한 점령해도 이렇게는 못한다”(모 연극인)

  • 홍찬식 동아일보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코드 진보’가 거머쥔 대한민국 문화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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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부 장관에서 행정·지원·연구기관까지 싹쓸이
  • 문화부 관리 “우리는 지금 혁명을 하고 있다”
  • 우파 이론가 “(좌파가) 문화예술 판도 장악하려는 거대한 의도 있다”
  • 현 정권 문화계 실세는 민예총과 문화연대
  • ‘보은’과 ‘연줄’로 얼룩진 문화부 산하 기관장 인사
‘코드 진보’가 거머쥔 대한민국 문화권력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의 경질 파문이 불거진 8월31일, 문화관광부는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국립국악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두 자리 모두 전임 원장과 관장이 그대로 재임명됐다. 김윤수(70)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철호(54) 국립국악원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2003년 9월5일 임명됐다. 이번에 재임명됨으로써 3년 임기를 마치고 ‘3년 더’ 임기가 연장 된 것이다.

이들의 재임명이 눈길을 끄는 것은 3년 전 문화계에 ‘편파 인사’ 파동을 일으킨 주역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이 이들을 임명하자 문화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전국대학 국악과 교수 포럼’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국악원장 임용 철회와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120명의 국악 교수 가운데 6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국악인의 집단 반발은 사상 초유의 일. 곧바로 연극계 인사들이 ‘연극인 100인 성명’을 발표했다. 연극인들은 문화관광부 소속 기관과 산하 단체장 인사가 편파적이라며 항의했다.

이들이 말하는 ‘편파 인사’란 노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진보 진영 사람들이 문화단체의 요직을 ‘접수’해버린 것을 일컫는다.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국립국악원장 임명은 현 정부가 취임 초부터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인 문화계 ‘새 판 짜기’의 완결편이었다. 먼저 노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이창동씨가 문화부 장관에 임명되어 문화행정의 최고 책임자 자리에 올랐다. 문화계의 돈줄을 쥐고 있는 문예진흥원(現 문화예술위원회)은 원장에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인 소설가 현기영씨가 임명됐고, 사무총장에는 작가회의 소속 시인 강형철씨가 임명됐다. 문화관광부 산하 정책 연구기관인 문화관광정책연구원장엔 시민단체인 문화연대 소속의 미술이론가 이영욱씨가 취임했다. 문화행정, 지원, 이론 연구기관을 장악한 데 이어 실무적인 문화기관에 해당하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국악원까지 진보 진영이 싹쓸이한 것이다.

문화계 새 판 짜기 완결편

당시 연극인 100인 성명에 관여한 한 인사는 “인민군이 남한을 무력 점령하더라도 민심 수습을 염두에 둔다면 이처럼 무모하고 안하무인식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를 터뜨렸다. ‘코드’에 맞춰 단체장들을 임명하느라 바쁘던 문화관광부 관리들의 입에서는 주저 없이 “우리는 지금 혁명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나머지 문화계 인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편파 인사에 항의하는 목소리는 서서히 잦아들고 말았다.

이들의 재임명은 마침 유진룡 전 차관이 ‘낙하산 인사’를 폭로하면서 파문이 인 시점에 이뤄졌다. 어떤 과정을 거쳐 재임명됐는지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심사했던 인사들에게 물어봤다. 심사는 9명의 심사위원이 5시간에 걸쳐 8명의 후보를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3명이 가나다 순으로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추천됐다. 심사위원장은 한국화가인 이종상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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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동아일보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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