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호

한국 대기업 ‘임원학’

내일이 불안한 ‘별’들, 오늘도 전진 앞으로!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입력2007-03-08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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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기업 ‘임원학’
    함께 대학문을 나왔지만,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은 대부분 과장, 차장이거나 빨라야 부장이 됐다. 회사를 차려 사장 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도 있지만, 아직 대기업 임원 자리에 오른 친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들 꿈꾸고 있으리라. ‘별’을 달겠다는 욕심으로 마음과 실력을 가다듬고 있겠지. 친구들 중 누가 먼저 대기업 임원이 될 수 있을까. 또 그들 중 누가 최고경영자에 올라갈까.

    〈 1. 5대그룹 임원이 되려면… 〉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의 인사 관련 임원을 취재하면서 공통적으로 질문한 것이 있다. “저를 직장 후배라고 생각하시고, 임원이 되는 비결을 가르쳐 주세요.” 대답이 뻔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후배라고 생각하시고…’라는 대목 때문인지 모두 진지하고 성의껏 대답해줬다(이 질문이 제대로 먹혀들게 하려면 정말 선배님을 대하는 것처럼 표정 연기를 리얼하게 해야 한다). 이들의 답변을 정리해보니 그룹별 특색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현재 각 그룹이 당면한 문제도 숨김없이 드러났다.

    회사의 점(點), 회사의 핵(核)

    재계 1위 삼성의 인사담당 임원.



    “윤종용 부회장, 최도석 사장 등 삼성 임원의 공통점은 입사 기수 중에서 가장 건강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건강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이런 기본기는 늘 갖춰져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 나는 인사담당자지만 중국어도 공부하고, 심리학도 공부했다. 틈틈이 해외 글로벌 기업의 인재육성 사례도 수집했다. 그리고 주변 사람을 많이 도와줘라. 그러자면 부지런해야 한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언젠가 빚을 갚는다. 미래지향적인 사람은 늘 바쁘다.”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세상을 향해 자신의 생각을 보여준 책이 있다. ‘이건희 에세이’인데, 삼성이 원하는 인재상의 핵심적 시각이 들어 있다.

    “예스맨, 관료화한 인간, 화학비료형(생색내기 좋아하는) 인간에겐 공통점이 있다. 능숙한 말솜씨로 여러 가지를 말하지만 대개 1인칭이 아니라 3인칭 화법을 즐겨 쓴다는 점이다. ‘내가 하겠다’가 아니라 ‘사원이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런 사람은 회사의 점(點)으로 머물러 있다. 그러나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물음을 갖고 있는 사람은 회사를 이끌어가는 핵(核)이 된다.”

    다음은 재계 2위 현대차그룹 임원.

    “일하는 게 남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가령 팩스를 받아서 상사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았다고 하자. 제각각 들어오는 팩스를 업무별로, 영역별로 구별해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하지만 일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모습에 상사는 감명을 받을 것이다. 팩스를 전달하는 단순한 일에서도 프로가 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모방을 극도로 경계하는 회사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과 맞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대차는 독창적인 디자인, 빈틈없는 기술이 승부를 가른다는 사실을 절절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고급차를 선호하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으려면 현대차가 ‘분명히 다르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LG를 제치고 재계 3위로 뛰어오른 SK는 어떨까.

    “팀장이 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일단 임원 풀(Pool)에 들어간다. 팀장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사업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고, 자신의 전문성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며,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조화할 수 있는지 시험받는 것이다. 직장생활이란 늘 파도가 몰려오듯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다보면 어느 순간 임원이 돼 있을 것이다.”

    SK그룹은 팽창 중이다. SK(주)만 보더라도 2000년 50여 명에 불과하던 임원이 올해 107명을 넘어섰다. 사업의 거점을 해외로 확장하고, 다양한 신규사업을 창출하다보니 맹렬한 속도로 커가는 것이다. 이 스피드를 유지하자면 새로운 사업을 벌이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야 한다. 이렇듯 역동적인 회사에선 일거리를 찾아내고, 부서원을 조직해 각개전투를 벌이는 인재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팀장이 돼야 하는 것이다.

    ‘월드 베스트’와 갭 좁혀라

    전통적으로 인화(人和)를 강조하는 LG의 경우는 이렇다.

    “자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는 어느 회사인지, 왜 최고가 됐는지, 그곳에서 일하는 자신의 경쟁자는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세계 최고와 자신과의 차이, 이 갭을 좁힐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첨언하면, 이런 차이를 좁혀가는 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알아야 한다. 일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LG 인사담당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선후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독불장군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인화를 강조하는 LG가 ‘월드 베스트’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장동료들로부터 협조를 얻어 당면한 문제를 풀어가되 눈은 세계 최고에 꽂혀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인상적인 것은 그것이 자신의 성장 궤도와 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일하는 에너지를 자신의 내부에서 끌어와야 오래간다는 뜻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계 5위 롯데. 롯데도 SK처럼 급팽창하고 있다.

    “목표치를 높게 잡지 말고 실현가능한 것을 추구하라. 중요한 것은 시장의 신뢰다. 뻥튀기는 언젠가 드러난다. 당신이 임원이 된다면 적어도 5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때 회사가 어떤 능력을 갖춘 임원을 발탁할지 아무도 모른다. 환경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팽창 중인 그룹의 기세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롯데는 과거 식음료와 유통 위주의 산업에서 석유화학, 건설, 금융 업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인도 등으로 지역 거점도 넓히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외국어 능력이나 업무처리 능력보다 변화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나친 가속을 경계하는 그룹 오너의 시각이 읽힌다. 속도가 붙은 조직을 적절하게 컨트롤하는 것은 시장의 평가라는 점을 강조한 점이 그렇다.

    한국 대기업 ‘임원학’

    GE의 핵심인재들이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 2. 세상에 공짜는 없다! 〉

    5대 그룹의 임원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을까.

    삼성은 상무보부터 그랜저TG와 SM7 같은 고급승용차와 유지경비 일체를 제공받는다. 연봉은 1억5000만원 안팎. 여기에 각종 수당과 복지혜택을 더하면 2억원을 훌쩍 넘는다.

    현대차 임원은 회사 소유의 골프 회원권, 휴대전화, 전담비서를 제공받는다. 부사장이 되면 에쿠스와 함께 전담 운전사도 생긴다. SK 임원은 그랜저2.7, SM7, 오피러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골프회원권을 받는다.

    LG 임원은 부장 시절보다 2배나 많은 연봉을 챙길 수 있고, 해외출장 때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 롯데 임원의 경우 연봉은 30%가량 오르고, 전용 사무실과 골프회원권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임원이 되는 날부터 실적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야 한다. 삼성, LG, SK에서 올해 신임 임원이 되거나 승진한 임원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LG전자의 인사담당자는 “임원이 되려면, 또 임원으로 살아남으려면 혹독한 시련의 과정에서 탈락하지 말아야 한다”며 “쉬었다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인사 담당자는 “실적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며 “성과에 따라 임원을 철저하게 평가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두산, 대한항공의 사외이사를 맡아 대기업 임원의 고충을 듣는 서울대 박오수 교수(경영학)는 이렇게 말한다.

    늘 ‘마음의 사표’

    “대기업 임원은 신분 불안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평가지표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늘 떠나지 않는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큰데, 실제로는 대기업일수록 단기간에 보여줄 것이 별로 없다. 때문에 이들은 늘 ‘마음의 사표’를 쓰고 있다. 우연히 단기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줬다고 해서 그게 임원의 능력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건 복합적인 요인과 운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따라서 회사는 임원에게 단기적 성과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인사와 조직관리 전문가인 박 교수의 말을 좀더 들어보자.

    “평가는 보상과 승진 때문에 하는 게 아니다. 평가를 잘 받으면 그 결과를 보상과 승진에 활용할 수는 있다. 평가는 건강검진을 받는 것과 같다. 임원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약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사부서의 일이 조직원의 자리배치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일은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1억원짜리 기계를 들여왔다면 아마 갈고닦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수억원짜리’ 임원은 그토록 오랫동안 육성해서 발탁했으면서도 왜 갈고닦지 않는가.”

    〈 3. 다들 GE, GE 하는데… 〉

    놀자고 모인 친목계 사람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임을 끌고 가자는 부류와 당장 해야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부류로 나뉜다. 대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발전전략에 동의하면서도 단기적인 성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다는 쪽과 오늘에만 치중하면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쪽의 대립. 한국에선 전자의 승리다. 확실히 실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회사가 생존하는 길이라면 서로 타협할 수 있지 않으냐고 하지만, 선진 기업에선 ‘성과’와 ‘가치’로 명확하게 구분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과보다 가치를 더 중시한다. 성과가 다소 좋지 않아도 가치를 잘 지키는 조직원을 임원으로 발탁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 임원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미국 기업 GE의 사례를 보자. GE에는 ‘GE의 가치’라는 것이 있다. 최고가 되려는 열정,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 장벽이 없는 사고, 공정성, 솔직성, 개방성, 도덕성, 다른 의견의 수용, 모든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는 것 등이다. GE는 이것을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GE는 영업성과와 가치에 대한 경중을 어떻게 저울질할까. 성과와 가치관이 둘 다 훌륭하면 승진은 물론 최고로 보상한다. 둘 다 미달할 경우 해당 인력을 신속하게 교체한다. 성과는 우수하나 가치관이 결여된 경우는 장기적으로 조직을 파괴할 우려가 있으므로 교체한다.

    반대로 성과는 미달이나 가치관이 확실한 경우는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한다. GE는 가치관을 확립한 조직원을 더 아낀다. GE코리아 회장을 역임한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은 “실적은 좋으나 가치관 평가가 낮은 임원은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조직의 가치관을 파괴할 수 있기에 교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망하는 조직과 흥하는 조직은 인재에 대한 관심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모든 조직원에게 회사의 핵심 인재가 되는 길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제시할수록 번영하는 회사의 조건을 제대로 갖춘 것이다. 이젠 한국의 대기업도 예전보다 훨씬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을 갖췄다.

    ‘회사의 혈맥’을 짚어야…

    삼성은 인력개발원 창조관에서 신임 임원을 대상으로 삼성의 가치를 공유하고 리더십 역량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둔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경쟁력을 배양하는 게 교육의 목표다. 현대차는 전략경영, 마케팅, 재무회계 등 미니 MBA 과정을 개설해 임원을 교육한다. 상무급 임원은 리더십과 협상능력을 키우는 과정에 등록하기도 한다.

    SK는 마케팅, 인사 등 직무역량을 높이는 강좌와 리더십 역량을 키우는 강좌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임원을 교육한다. LG는 전략적 사고, 인맥 관리,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경영자 과정을 개설했다. 롯데는 서울대 경영대와 6개월 MBA 과정을 공동 운영하면서 임원이 경영전략과 리더십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임원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차세대 인재를 육성하는 시스템은 있다고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모호하다. 회사로부터 체계적인 관리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약하기 때문에 한국 대기업의 차·부장급은 여전히 미래가 불안하다. 임원이 되는 것은 ‘운’에 달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GE에는 신임간부부터 최고경영자 양성까지 명확한 과정이 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유능한 사원은 ‘Hi-Pot(잠재력이 높다)’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일단 1차 지도자 군(群)으로 발탁된 셈이다.

    GE는 핵심인재 양성에 활용하는 두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그중 하나는 전세계 GE 사업장의 회계·경영 감사팀으로 파견되는 CAS (Corporate Audit Staff)이다. 감사는 회계 감사, 경영시스템 감사, 경영혁신 감사를 총괄한다. CAS팀은 각 사업부의 업무감사뿐 아니라 성공사례를 발굴해 사내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2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엔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부서를 찾아 간다. 여기서 일한 사람은 회사의 핵심 인재로 알려져 있어 각 사업부에선 서로 끌어가려고 경쟁한다. 핵심인재에겐 자부심을 심어주고, 사업부에는 훌륭한 인적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엔지니어 출신의 인재에겐 회계와 감사 기법을 익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임원이 되면 자금의 흐름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회사의 혈맥’을 제대로 짚어내야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있다는 얘기다.

    “헬리콥터 높이에서 보라”

    두 번째 프로그램은 전략 기획과 신사업개발의 경험을 쌓는 게 목적이다. BD(Business Development)라고 하며, 각 사업부의 유능한 직원이 참가한다. 이들은 회사의 사업부에 배속돼 사업부 경영자의 참모로 활동한다. 사업부의 중장기 전략을 세우며 신규사업개발에 참여하는 등 경영자의 시각과 위치에서 일한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GE에서 성장한 직원뿐 아니라 매킨지와 BCG 같은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컨설턴트도 참가한다는 점. 이들은 GE의 컨설팅을 맡았다가 GE에 영입된 인재들이다.

    두 프로그램에 끼지 못했다고 해서 임원이 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업부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차세대 핵심인재군에 편입된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통해 육성한 인재군과 사업부에서 발탁한 인재군이 GE의 임원이 되는 것이다.

    GE의 임원이 되면 회사의 톱클래스로 가는 과정이 놓여 있다. 이사와 상무급 임원을 위한 BMC(Business Manage-ment Course), 최고경영자를 양성하는 EDC (Executive Development Course)가 있다. 이 중 EDC는 GE 전체 조직원 중 34명만이 참가하며 1년에 한 번 열린다. GE 전체 조직원이 40만명이니, 이들은 1만 대 1의 경쟁을 뚫고 올라온 핵심 중의 핵심이다.

    한국의 많은 대기업이 GE의 프로그램을 들여왔지만, 흉내나 내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사실이다. 본질은 보지 못한 채, 겉모습만 따라 하는 대표적인 것이 ‘액션러닝(Action Learning)’이다. 이는 BMC나 EDC에서 실행하는 것으로 핵심 인재들이 회사의 중요한 문제를 놓고 실제 해결방안을 만들며 GE의 최고경영자들이 이를 책임지고 실행한다.

    예컨대 EDC 멤버들은 6명씩 1개조를 이뤄 GE 사업부의 핵심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교육기간 동안 제안한다. 문제도 회장이 직접 선택하지만, 해결 방안도 회장이 직접 경청하는 게 특징이다. 이는 한국 기업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5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사의 진짜 문제점을 내놓으면 회장에게 약점을 잡힐까봐 그렇게 하지 못한다”며 “문제점 해결방안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회장은 참석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이 또한 각 사업부의 사장이 회장에게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GE는 다양하면서도 명확한 인재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세계를 경영할 수 있는 안목을 체득한다. 다음은 강석진 회장이 경험한 GE 임원의 특징이다.

    “이들은 어려운 일을 맡겨도 기꺼이 책임진다. 고난을 겪으면서 도전정신을 배우고, 성공의 보람을 느껴야 임원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고경영자는 다양한 사업 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며 그룹의 문제점을 넓게, 깊이 볼 줄 안다. GE에선 이런 시각을 ‘헬리콥터 뷰(헬리콥터에서 지상을 내려보는 시각)’라고 한다. 경영자는 너무 높아도 안 되지만, 너무 낮게 봐도 지형과 현장을 정확하게 볼 수 없다.

    또한 이들은 어느 부서에 가더라도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인간관계나 인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어딜 가도 옛 동료를 찾아 문제점을 토론한다. 이들은 하루 일과의 70%를 인재양성에 힘쓴다. 내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뛰어나야 회사가 존립한다고 믿는다. 리더가 자기의 자리를 걱정하면서 인재양성에 게으르면 결국 회사가 망하는 것이다.”

    〈 4. 리더십? 창의성? 그게 뭔데? 〉

    한국 대기업의 임원들 앞엔 두 가지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알 것 같으면서도 전혀 모르는 것이 리더십과 창의성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임원은 없다.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 있던 한국의 대기업이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맞닥뜨리는 문제가 리더십과 창조경영이다. 거의 매일 새로운 조직이 생기면서 임원들은 함께 일한 적이 없는 직원을 모아 전쟁터에 나가려니 리더십의 문제와 맞닥뜨리는 것이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과거엔 무조건 직위에 승복하는 분위기여서 후배를 휘어잡을 필요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창의성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대기업이 세계 1등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1등이 되고보니 따라 할 모델이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새로운 기술로 신제품을 내놓고 고객에게 접근하려면 생각이 창의적이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모방(Imitation) 경제’에서 ‘혁신(Innovation) 경제’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리더십과 창의성이란 게 벼락 치듯 공부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건전지 갈아 끼우듯 이런 능력이 솟아나는 것도 아니다. 리서십과 창의성의 요체는 무엇일까.

    한국리더십센터 조성용 대표는 현대건설 출신으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를 지냈다. 역경을 극복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꾸준히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리더십센터로 직장을 옮긴 이유도 자신의 관심사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그를 만나보니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범상치 않다. 흔히 남의 얘기로 자신의 논지를 풀어 나가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은 신뢰하기 힘들다. 자신의 몸으로 걸러내지 않은 남의 경험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경험담으로 시작해서 자신의 경험담으로 끝을 맺는다. 한국리더십센터에서 리더십 공부를 하는 대기업 최고경영자나 임원들이 많은 이유도 이런 그의 태도에 있을 것이다. 그가 겪은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에 대해 들어보자.

    “내가 뭘 도와줄까”

    “1970년대 후반 현대건설에 입사해서 중동으로 발령을 받았다. 아무것도 모르던 때라 가서 보니 기가 막혔다. 군대가 차라리 편했다. 오로지 일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했는데, 일로 스트레스가 쌓이니까 미칠 것 같았다. 자재 공급을 담당했는데, 상사였던 과장에게 매일 혼났다. 공사장에선 필요한 자재가 들어오지 않는다며 아우성을 쳤고, 필요한 자재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침도 먹지 못하고 출근한 어느 날, 과장에게 또 한 소리를 듣자 나는 그만 울어버렸다. 멀쩡한 사원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으니 과장이 측은하게 여겼던 것 같다. 그 과장이 처음으로 내게 ‘내가 뭘 도와줄까’라고 물었다. 자재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그는 두 가지 구체적인 과제를 줬다. 첫째, 공사장에서 요구하는 자재부터 구입하라. 둘째, 공사장에 있는 동기를 찾아가 어떤 공정이 남아 있는지 물어보라. 그에 맞춰 자재를 구입하면 된다고 했다. 그때부터 일에 재미가 붙었다. 일을 쉽게 만들어준 과장이 고마웠다. 그를 신뢰하다보니 일이 하고 싶어졌고, 일을 찾아서 하고 싶어졌다. 이런 사람이 좋은 리더다.”

    한국 대기업 ‘임원학’

    SK(주)는 회사 22층에 ‘하모니아’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경력이나 생활문제 상담을 받기도 한다.

    이번엔 그가 겪은 나쁜 리더.

    “하루는 상사가 회의를 소집했다. 1시간30분 동안 꼬박 듣기만 했다.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었지만 좋은 말이려니 하며 메모를 하면서 들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어느 기업에서 할 강연을 우리를 대상으로 연습한 것이었다. 우리를 이용했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때부터 나는 그 상사가 시키는 일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하는 척했지만, 자발적으로 한 일이 아니어서 일의 효율성도 떨어졌다.”

    조 대표는 “좋은 성품을 가져야 좋은 리더가 된다”며 “조직원의 마음을 얻는 게 리더십의 요체”라고 했다. 조직원의 마음을 얻는 비결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창의성을 발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삼성경제연구소 김은환 수석연구원과 함께 대안을 찾아봤다. 그는 창조경영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본인은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내가 가진 틀을 벗어나는 게 핵심이다. 나는 장문의 시(詩)를 암송하고 있다. 시인의 철학에 따라 한 줄, 한 줄 시가 배열돼 있다. 이 배열을 외우자면 내 생각의 틀을 흩뜨려야 한다. 내 논리를 깨고 시인의 논리를 받아들여야 외울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것을 관리하라

    그에 따르면 회사원의 창의력이 가장 활발할 때가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까지라고 한다. 입사한 뒤 대략 회사의 분위기를 파악할 때면 슬슬 창의적인 머리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발휘하면서 상사에게 인정을 받고, 그 덕분에 부장까지 진급한다. 그러나 40대를 넘기면서 차츰 기력이 떨어지고, 직장생활의 긴장감도 떨어질 때쯤 임원이 된다. 김은환 수석은 “임원이 되면 창의력을 발휘하기 힘든 나이가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창조경영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 직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지 말고 직원들이 내도록 해야 한다. 그가 전하는 창의적 관리자의 전형을 들어보자.

    “부하 직원이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이게 쉬울 것 같지만 현실을 보면 전혀 딴판이다. 직원들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키다보니 때로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 ‘이거 별거 아닌데, 좀 해줘’라고 지시한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일을 하지 않는다.

    ‘이 일은 조직의 사활이 걸려 있다’거나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윗분에게도 보고했다. 기대가 된다’고 말해보라. 부하의 눈빛이 달라진다. 무채색의 일에 색깔을 입히는 것도 시도해보라.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자극해보라. 또 목표를 줄 때는 부하 직원이 성장할 수 있는 도전적인 것을 줘라.”

    창조는 괴짜의 전유물도 아니고, 밀실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기업에서 원하는 창의성은 ‘예기치 못한 것에 대한 관리’를 말한다. 3M의 ‘포스트잇’이 실수로 나온 획기적인 상품이듯, 실패나 오류에서 나온 것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김은환 수석은 “선진 기업에선 상사가 후배의 아이디어를 자르면, 후배가 그 위의 상사나 다른 부서의 상사에게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재심(再審)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직원의 창의성을 키워주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3M은 직원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15% Free’라는 제도를 시행한다. 직원들에게 업무시간의 15%는 자신의 분야를 떠나서 자유롭게 상상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 것. 하던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겼을 때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GE에선 ‘무정형의 시간(Unstructured Time)’이라고 해서 일과 중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 5. 세계로, 세계로! 그 흐름을 타라 〉

    한국의 대기업은 세계로 가는 급행열차에 탔다. 말로만 글로벌을 외쳐대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이젠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적응하지 못하면 열차에서 내려야 한다. 대기업 임원이 되는 전통적인 과정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임원이 되는 정해진 길 따위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 30대 초반의 엔지니어, 컨설턴트 출신, 조직원이 한 명도 없는 임원이 탄생하는 새로운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삼성의 인사담당자로 일하다가 다른 그룹으로 옮긴 한 임원은 최근 GE 임원과 식사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GE 임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4∼5년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어서다. 혹시 임원이 되고 난 이후의 평균 근무 연수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활발하게 외부에서 핵심인재를 영입한다는 얘기다.

    그에게 들은 얘기를 5대 그룹 인사 담당자에게 들려줬더니 다들 “한국 기업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예전엔 있는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는 게 고민이다. 외부 수혈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기업이 글로벌화한다는 의미는 해외 사업장에 현지인 출신의 임원이 나온다는 것을 뜻한다”며 외부 인사 영입 증가를 예상했다.

    “3년 후 미래만 얘기하라”

    대기업 경영현장에선 이런 추세를 엿볼 수 있다. 올해 SK(주)의 투자회사관리실장(사장)이 된 박영호씨는 SK에 입사한 지 7년밖에 안 된다. 그는 포스코경영연구소에 근무하다가 2000년 SK 전무로 영입됐다. SK텔레콤 윤송이 상무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벤처기업에 근무하다 2004년 SK텔레콤에 입사했다. 근무연수로 치면 3년이 안 된다. LG전자는 처음으로 3명의 외국인을 임원으로 발탁했는데, 근무연수는 평균 6∼7년이다.

    이는 회사가 찾는 인재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엔 평사원부터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를 선호했다. 그러나 이젠 기업에 닥친 ‘오늘의 과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찾게 됐고 이에 따라 외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대기업 임원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고, 모 그룹의 경제연구소에서 인사관리를 연구했던 양백 배움닷컴 부사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대기업의 대리나 과장은 임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정하지 말고 내 경력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야 한다. 조직에 순응하기보다 글로벌 환경에서 적응하며 일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양 부사장의 지적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조직의 변화를 보지 말고 시장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장차 회사의 핵심인재가 되는 지름길임을 암시한다. 이 같은 능력을 갖췄을 때는 굳이 자신의 회사에서 임원이 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한국 대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모방하려는 아시아의 다국적 기업 임원으로 갈 기회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 출신 임원들은 아시아 현지 기업들의 주요 영입 대상이다.

    조직원이 한 명도 없는 임원이 탄생하는 것도 새롭다. LG는 연구개발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연구원에게 상무급 연구위원이란 타이틀을 달아주고 있다. P·G나 모토롤라 같은 외국 기업에선 이처럼 보직이 없는 임원이 많다. 조직이 있는 임원과 그렇지 않은 임원으로 나눠 각자의 업무 영역을 존중하는 것이다.

    올해 삼성 인사에서 화제를 모았던 이재용 전무도 조직이 없는 임원이다. 그가 받은 직책은 CCO(Chief Customer Officer)로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서울대 박오수 교수는 “한국의 임원들은 자리에 연연하는데, 앞으로는 자리보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새로운 직책이 많이 신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6. 성과경영에서 마음경영으로 〉

    외국 기업이든 한국 기업이든 리더십의 요체는 부하 직원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더십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청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례는 기억할 만하다. 그는 1993년 삼성의 신경영을 선포하면서 임원들에게 이런 주문을 했다.

    “앞으로 직원들을 상대로 얘기할 때 조직의 3년 후 미래만 얘기하라. 다른 말은 하지 말라.”

    이 얘기를 들은 임원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어떤 의미인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직원들에게 3년 뒤 미래에 대해 말하려고 하니 자신이 아는 게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할 이야기가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고 한다. 또 잘 모른다는 자각 때문에 책을 읽게 되고, 모르는 분야를 찾아서 공부하게 됐다고 한다. 조성용 한국리더십센터 대표는 “열심히 들으면 직원들의 마음을 알게 되고, 그러면 그들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청하고, 경청하라

    SK도 경청의 중요성에 대해 일찍부터 인식하고 임원들이 이를 실행하도록 하고 있다. SK는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이를 실천한다. 예컨대 지난해 SK(주)는 회사 설립 이래 최초로 엔지니어 출신 차화엽 상무를 인사담당 임원으로 발탁했다. 차 상무는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SK에 입사했다. 엔지니어로서 생산부서에서 일했으며, 기획과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 바 있다.

    그의 인사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다. 우선 회사는 임원의 ‘생각의 틀’을 깨서 새로운 기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뒀을 것이다. 그를 인사담당 임원으로 앉힌 것은 SK가 여러 가지 새로운 사업을 벌이고 있는 때, 필요한 인력을 선입관 없이 적기에 공급하자면 경청하는 임원이 인사부서에 있어야 함을 뜻한다.

    삼성은 지난해 ‘부하들의 마음을 관리하는 법’이란 사례집을 만들어 돌렸다. 사례집에 따르면 훌륭한 상사는 부하 직원의 생일이나 입사 기념일에 메시지를 보내는 등 1대 1 관리에 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상사는 외국 출장길에도 생일을 맞은 후배에게 메시지를 보내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는 것. 또 부하들을 면담할 때 이들로부터 들은 장래희망이나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을 꼼꼼히 적어 생각날 때마다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 보기도 한다.

    부하의 마음을 얻는 상사는 피드백을 확실하게 해준다. 칭찬과 격려뿐 아니라 꼼꼼한 개선책도 제시해준다. 후배들은 선배가 진심과 성의를 갖고 자신을 대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훤히 안다. 자신을 알아줄수록 후배는 선배를 따르게 마련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나도 그렇지만 요즘 임원들은 후배들의 성과관리에만 신경 쓰지, 마음관리는 할 줄 모른다”며 “마음관리에 성공하면 부하가 상사보다 목표 달성 의욕이 커진다”고 했다.

    SK는 직원들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 ‘하모니아’라는 공간을 회사 22층에 마련했다. 외부 전문가들이 이곳에 나와 직원들의 자기계발, 재테크, 스트레스 해소법 등에 대해 듣고 상담해준다. 여기서 나눈 대화는 절대 비밀을 유지하며 회사는 직원의 만족도만 조사한다. 한 달 이용자가 1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으며 다른 기업에서 견학을 오기도 한다.

    〈 7. 그런데, 행복하세요? 〉

    이제 긴 여행의 종착역에 이른 것 같다. 임원이 되려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시작했던 취재가 구불구불 돌고돌아 여기까지 왔다. 근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친구들아, 임원이 되면 행복할까? 이 생뚱맞은 질문에 대해 조성용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리더십센터로 직장을 옮기면서 연봉은 반으로 줄었다. 나는 이곳으로 오면서 연봉이나 복지혜택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전에 있던 직장에선 행복하지 않아서 나왔고, 이곳은 행복할 것 같아 왔기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남의 성공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 모습,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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