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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대북 비전’ 담은 통일부 미공개 문건

“필요하다면 평화를 사야 한다… 북한 경제 지원에 2020년까지 108조원 투입”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노무현 정부 ‘대북 비전’ 담은 통일부 미공개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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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협의 비용 문제뿐 아니라 내용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시장원리를 모르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 말만 왔다갔다 한다. 지금 중요한 건 공단을 어디에 만드느냐가 아니다. 적자가 나지 않고 이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을 국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설득하고 설명한 것 중 핵심이 북에서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두 정상이 합의한 항목들이 건별로 분절적으로 도출됐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협 내용이 구체적인 점 등 오랫동안 준비한 흔적이 있고 공동선언과 경협 합의 내용에는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된 특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북핵 이슈의 약화, 경협 이슈의 강화’로 설명된다. 일부 대북 전문가는 “노무현 정부가 종합적-체계적 대북관계 비전을 세워 그 원칙에 맞춰 여러 가지 실무적 합의내용을 꿰어 나간 듯하다”고 분석했다.

정상회담의 공과(功過)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정상회담 합의 내용이 차기 정부에서 충실히 계승돼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에 임한 노무현 정부의 ‘실질적 전략’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와 관련, 통일부 주변에선 이번 정상회담을 포함해 노무현 정부의 대북 비전을 담은 ‘밑그림’ 중 하나로 ‘평화경제체제 형성 전략’이라는 내부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통일부의 의뢰로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이 북한 전문가, 경제학자 등을 동원해 2006년에 제작한 방대한 분량의 용역물로, 이번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참고가 됐다고 한다.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발언이나 공동선언문 등에 빈번하게 등장한 두 가지 화두가 ‘평화’와 ‘경제’인데 공교롭게 이 문건 제목과 같은 용어다.

“기반조성→발전→심화”



‘신동아’는 이 보고서 작성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보고서의 핵심 방향과 주요 내용을 알아보고자 했다. 취재 결과 보고서 용역에는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실 조민(曺敏·52, 고려대 정치학 박사,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서울 송파갑 후보) 선임연구위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남북 경협을 연계한 3단계 평화경제체제 형성 전략을 제시했다. 1단계는 북핵 문제의 교착 상태, 2단계는 북핵 문제의 합의 상태, 3단계는 북핵 문제 해결 이후의 상태로 규정한 뒤 1단계에선 평화경제체제의 기반 조성, 2단계에선 평화경제체제의 발전, 3단계에선 평화경제체제의 심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어 단계별로 에너지 확보, 사회간접자본망 구축, 기업 진출, 북한 산업화 등 세부적 대북 경협사업을 제시하면서 각 사업의 비용도 추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연상시키는 3단계를 거쳐 15년 뒤 북한을 정상적 산업국가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북핵 문제와 남북 경협사업의 분리에 반대한다는 점, 북핵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연계해 남북 경협의 강도도 더 강화하라고 주문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보고서는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경우 북한 경제의 성장으로 2020년까지 북한 주민 1인당 연간 2330달러의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2020년까지 대북사업에 대략 최대 108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조민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 내용은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 상당한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참고자료로 활용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보고서 내용에 대한 조 선임연구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통일부의 ‘평화경제체제 형성 전략’ 보고서가 정권 내부에서 주목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가.

“이 보고서는 대북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차기 정부도 보고서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는 대북 평화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나와 있다. 북한 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 경협을 해야 하는 논거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보고서는 단편적, 세부적 대북사업들을 다루는 동시에 경제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거시적 플랜을 3단계 대북 접근의 틀 안에서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 보고서에서 제시한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무엇인가.

“보고서의 핵심 콘셉트는 ‘북한 사회에 시장경제체제를 이식해 한반도 평화 체제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체제의 이식은 ‘대북 투자’의 형태로 이뤄진다. 다른 말로 하면 ‘평화를 구매하자’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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