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호

학원가-특목고 검은 거래 현장고발

“시험문제 유출 약속한 외고 교장, ‘거래’ 당일 더 세게 베팅한 학원에 넘겨”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입력2008-01-08 2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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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가-특목고 검은 거래 현장고발
    최근 사석에서 학원업계 종사자들을 만났다. 이날 대화의 주제는 김포외고 문제유출 사태였다. 학원 관계자들은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오랜 병폐이자 언제 터질지 모르던 시한폭탄이 폭발했을 뿐”이라며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예정에 없이 동석한 학원 관계자가 “올해 (경기권) 외고 입시 원서를 쓸 때 교장과 학교 담당자가 학원에 찾아와 ‘잘 부탁한다’면서 ‘(학원) 선생님들 식사하시라’고 봉투를 건넸다”고 했다. 경기도 소재 외국어고 교장으로부터 직접 봉투를 받은 그는 봉투 속에 수십만원이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초면인 그에게 하는 일에 대해 묻자 경기도 소재 한 외고 전문 입시학원 고위관계자라고만 밝혔다. 더는 묻지 말라고 했다. 학원계에 몸담은 지 10년이 넘었다는 그는 학원 소재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그는 “그날 (외고) 교장 등이 학원을 방문해 시험 출제 경향에 대한 정보를 흘렸다”며 “그 정도는 돈 거래 없이 학교측이 학원에 ‘인사치레’로 제공하는 것이 관례”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에게 “외고 교장의 ‘잘 부탁한다’는 말에 담긴 뜻이 무엇이냐”고 묻자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기네 학교를 많이 지원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고를 비롯한 특목고 원서는 학교에서 써주지 않는다. 지원자 스스로 작성해 해당 특목고에 제출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목고의 입학서류 작성 및 진학상담은 학원 몫이 된 지 오래다.

    “합격 가능한 외고, 우리 학원이 추천”



    대원·한영·대일외고 등 학생들이 ‘알아서’ 몰리는 서울권 외고를 제외한 경기권 외고들은 학생 유치 경쟁이 심하다. 학교측이 학원에 몸을 낮추는 것은 지원자가 많이 몰려 경쟁률이 세야 학교 인지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12월14일 오후, ‘교육특구’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특목(외고) 전문학원으로 유명한 학원에 전화를 걸어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을 둔 학부모”라고 둘러대고는 외고를 지원할 때 학생과 학부모가 준비할 점은 뭐고 입학원서는 어떻게 쓰는지 물었다.

    “우리 학원에서는 매달 모의고사를 통해 학생의 성적을 관리한다. 입학원서는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을 바탕으로 상담해 쓴다. 특히 외고 입학원서를 쓸 때는 학생이 합격 가능한 외고를 우리 학원이 추천해준다.”

    상담자의 설명 중 유난히 ‘추천’이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추천. 이 두 글자가 학교와 학원 관계를 돈독하게 연결하는 고리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학원이 추천하는 학교에 입학원서를 넣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에 응시해야만 합격할 확률이 높다”는 학원측 조언을 무시하고 소신껏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는 ‘간 큰’ 학부모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학원가-특목고 검은 거래 현장고발

    2007년 10월30일 치러진 김포외고 입시문제를 사전에 빼돌려 학생들에게 배포한 서울 목동 종로엠학원.

    신생 특목고는 사활을 걸고 학생 모집에 열을 올린다. 졸업생이 없어 대학 진학률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는 학교일수록 학원과의 밀착관계가 심하다. 김포외고가 대표적인 예다.

    온 사회를 경악케 한 김포외고 일반전형 입시문제 유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김포외고 시험 당일인 2007년 10월30일 목동 종로엠학원 수강생 120여 명이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학원측은 이 학생들에게 프린트물을 나눠줬는데, 여기에 있는 문제 중 상당수가 김포외고 입시에서 그대로 출제됐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데는 학생들이 주고받은 몇 마디가 실마리가 됐다.

    시험 도중 쉬는 시간에 남학생 몇 명이 “아침에 (버스에서) 나눠준 문제하고 똑같지 않냐”고 말하는 것을 한 여학생이 우연히 들은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여학생은 시험이 끝난 뒤 문제가 유출됐다는 의혹을 품게 됐고, 또 다른 김포외고 지망생과 11월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김포외고 일반전형 문제사건 해명 시위’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이후 시험 당일 버스에서 프린트물을 접한 학생 2명의 양심고백이 이어졌고 교사와 학원의 검은 연결고리는 학생들에 의해 꼬리가 밟혔다.

    김포외고 입학시험 문제는 통째로 유출됐다. 유출된 문제는 학원뿐 아니라 불구속 입건된 교복 납품업자 박모(42)씨 외에 또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포외고 입시문제 유출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양천구 목동 종로엠학원 강사팀장의 컴퓨터와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 메모리 등에 대한 복구작업을 벌인 결과 유출된 문항 수는 당초 알려진 38문항이 아닌 53문항으로 확인됐다고 11월30일 밝혔다. 김포외고 입시에는 모두 80문항이 출제됐으며 이 중 20문항은 영어듣기였다. 경찰은 유출된 문항 수를 축소해 허위 진술한 이 학원 강사팀장 이모(36)씨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 엠학원으로부터 문제를 넘겨받은 학부모 임모(53·여·교수)씨와 이모(47·회사원)씨 2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임씨 등은 김포외고 입학시험 날인 10월30일 새벽 목동 종로엠학원장 권모(41·구속)씨의 연락을 받고 자녀들을 학원으로 데려가 유출된 문제를 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임씨 등은 “실제 출제될 문제가 아니라 예상문제인 줄 알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학교와 거래 안 하면 적중률 떨어져”

    일부 학원이 일부 특목고와 손을 잡는 것은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특목고 입시 문제를 빼내 특목고 합격생을 다수 배출하면 특목 전문학원으로 단번에 소문이 난다. 학원에 수강생이 몰려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특목 전문학원의 경우 특목고 합격생의 많고 적음이 학원 운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학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이 바로 ‘몇 명을 입학시켰다’고 하는 실적이기 때문이다.

    2007년 10월, 경기도 소재 한 외고 교장은 모 특목학원 원장과 문제 유출을 사전에 합의했다. 원장이 입시문제를 받기로 한 날은 외고 입학시험이 치러지기 직전인 10월○○일. 거래액은 ○○○○만원. 그러나 거래 당일 교장은 원장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원장의 입에 침이 말랐고 속이 바짝 타들어갔다. 원장의 거듭된 전화에도 교장은 응하지 않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다른 학원 원장이 교장에게 자신이 제시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허탈해했다고 한다.

    이 사건 내용을 잘 아는 모 인사는 “문제 유출은 학원 내에서도 아주 은밀하게 진행된다”며 “유출된 문제는 대체로 시험 하루나 이틀 전에 마지막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되는데, 다른 문제들과 적절히 섞어놓고는 집중적으로 풀게 한다”고 설명했다.

    학원가-특목고 검은 거래 현장고발

    서울 강남 모 학원에 비치된 보충교재.

    문제 유출은 극비리에 이뤄진다. 학원 강사들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다. 강사들은 오늘은 동지이지만 학원을 떠나면 ‘적’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와 학원 간 거래에 대해선 외부에 일절 발설하지 않는 것이 학원가의 철칙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문제 유출시 5배수 또는 10배수의 문제를 제공한다. 만약의 경우 문제 유출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물타기’ 수법인 셈이다.

    학원과 학교 간 뒷거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학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학의 경우 어느 단원에서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온다고 ‘자세히’ 알려주는 정도였다. 영어와 달리 수학은 교과과정에서 배우지 않은, 창의성을 묻는 문제가 주로 출제되기 때문에 학교측과 거래하지 않으면 입시문제 적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얼마 전부터는 문제가 통째로 유출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광고 전단지에 ‘OO외고 적중률 OO%’라고 홍보하는 몇몇 특목고 전문 학원은 학교측과 유착관계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김포외고 문제 유출 사건이 불거지자 오랫동안 학원업에 종사한 한 관계자는 “목동 종로엠학원이 재수가 없어 걸려들었다”며 “그동안 입시문제 유출에 뛰어난 ‘작업 능력’을 통해 거대 학원으로 성장한 A학원(기사에 등장하는 이니셜은 학원 명과 무관함)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몸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대치동의 B학원이 경기권의 ○○외고와 손잡은 후 급성장한 것은 학원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C학원 원장은 그 방면에서 수완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가 들려준 얘기에 대해 대치동과 삼성동 등 강남 8학군에 사는 학부모 3명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동의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특목고와 학원이 밀접한 관계임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일부 학원은 학교측과 별다른 거래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학원 홍보를 위해 거짓으로 소문을 내는 경우도 있다”면서 “돈벌이에 급급한 학원이 별짓을 다해 학생을 모집한다”고 꼬집었다.

    “섭섭하지 않게 해주겠다”

    외고 입시를 준비 중인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최모(41)씨가 들려준 학원 선택 경험담에는 학부모가 학원을 선택하는 기준이 잘 드러나 있다.

    “강서구에 마땅한 외고 전문 특목학원이 없어 아이를 양천구 목동 학원에 보냈다. 엄마들 사이에 OO외고를 보내려면 OO학원, 과학고를 보내려면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건 기본 정보다. 유난히 특정 외고에 많은 학생을 보내는 학원이 있다. 그 학원이 문제를 잘 빼내 적중률이 높다는 소문은 들어서 잘 알고 있다. 내신과 실력이 비슷하다면, 문제 유형을 제대로 찍어주는 학원에서 공부한 학생의 (외고) 합격 가능성이 높은 건 당연하지 않은가.”

    김포외고 사태를 접한 경기도 분당의 한 학부모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문제 유출 사실을 소문으로 들어 다 알고 있는데, 교육청만 나 몰라라 하고 뒷짐 지고 있었던 것 같다”며 “알고도 모른 체하는지 정말 몰랐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교육청이 출제 과정 및 보안을 수능출제 과정과 동일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와 학원 간 검은 거래는 주로 특목고 관련 학원에서 개최하는 입시설명회가 발단이 된다. 학원이 입시설명회에 학교 관계자를 초청해놓고 학부모에게 입시요강 등을 설명한다. 대다수 학교 관계자는 학교 홍보를 위해 참석하지만 일부는 학원 관계자와 ‘안면’을 익힌 뒤 뒷거래를 하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이후 술자리를 통한 은밀한 ‘협상’이 이어진다.

    경찰 수사 결과 김포외고 관련 사건도 2007년 9월 목동 종로엠학원의 입시설명회에 김포외고 입시홍보부장 이모(51) 교사가 참석한 게 발단이었다. 당시 이 학원의 곽모(41) 원장이 이 교사에게 “학생이 많이 지원하게 할 테니 시험문제를 줄 수 있느냐. 보내주면 섭섭지 않게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이 교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대치동에서 살다 최근 도곡동으로 이사한 한 학부모는 대치동뿐 아니라 목동, 중계동, 송파, 압구정동 등지의 학원가 소식에 정통하다. 어느 학원의 강사가 원장과 싸워서 학원을 그만두고 나와 인근에 학원을 차렸다는 소식이며, 유명 학원의 명강사들이 학원측에서 제대로 대접하지 않자 담합해서 학원을 그만두는 바람에 수강생이 반토막 났다는 소식까지 모르는 게 없다. 그는 얼마 전 문을 닫은 한 학원의 사례를 소개했다. 대치동에서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라는 설명과 함께.

    “두 사람이 동업을 해서 영어학원을 차렸다. 두 명의 공동원장 중 한 사람이 학교측과 접선해 문제를 잘 빼냈다고 한다. 학원은 은근슬쩍 그 내용을 학부모들에게 퍼뜨렸다. 소식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학원이 짧은 기간에 성장했다. 그런데 학원의 수익배분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났다. 문제를 빼낸 원장이 더 많은 수익금을 가져가겠다고 한 것이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이 결별해 학원 문을 닫았다.”

    학원과 학교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선 일부 학부모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학원을 선택하느냐가 특목고 합격을 가늠하기 때문이다.

    교사에 30%, 서점에 10% 이윤 떼줘

    대학입시에서 내신을 강화하겠다는 교육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특목고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공부하는 자세가 잡혀 있는 학생이 모여 있는 데다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는 게 학부모들이 특목고를 선호하는 이유다.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할 경우 직장 동료와 친구, 친인척에게 한턱 내던 관행이 특목고 합격에도 적용되는 추세다. 특목고 입학을 ‘특별대접’하는 풍토인 것이다. 특목고 진학 열풍은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불고 있다.

    2007년 △△외고에 합격한 정모(17)양은 부산 출신이다. 정양은 2006년 8월초부터 3개월 동안 일요일 새벽마다 서울행 KTX 열차를 이용해 이름이 알려진 모 학원을 다녔다. 정양의 어머니 이모(44)씨는 “△△외고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데다 입시문제 적중률이 높다는 정보를 듣고 그 학원에 보내게 됐다”며 “아이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합격하기 전까지는 학부모나 학생 모두 불안하기 때문에 입시문제 적중률이 높은 학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원비와 교통비를 포함해 한 달에 60만원가량 쏟아부어 학원에 보냈는데,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비슷한 문제조차 출제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한마디로 그 학원의 적중률은 ‘꽝’이었다.”

    학부모들 사이에 입시문제 적중률이 높기로 소문난 ‘잔칫집’이었지만 ‘먹을거리’가 시원찮았다는 것이다. 이씨는 그 학원의 적중률이 제로에 가까웠음에도 외고 입학생이 많은 이유에 대해 “△△외고 적중률이 높고 합격생이 많다고 소문나 전국적으로 우수한 학생이 잔뜩 몰려들었기 때문에 합격생이 많았던 것 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나중에 대치동의 한 학원에서 (2007년 입시) 몇 문제를 알아맞혔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방법으로 적중률을 높였는지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 단지 문제 적중률이 높았다는 점 하나 때문에 그 학원에 2008년 외고를 준비하는 학생이 몰려들었다.”

    교육사업 관련 뒷거래는 비단 특목고에만 있는 게 아니다. 4년 전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두 곳에서 학원을 운영한 K씨는 관내 두 군데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들과 ‘거래’를 한 적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현재 강남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그는 “내가 운영하는 학원에서 발행한 책을 보충교재로 써달라고 교과 담당주임에게 부탁했다”며 “그 대가로 교사에게 책값의 30%를 ‘채택비’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학교에서는 교과서 외에 보충교재를 채택한다. 교사가 교재를 채택하는 데 따른 비용이라고 해서 업계에서는 ‘채택비’로 통한다. 보충교재로 채택되면 학생들이 그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그 교재에서 내신 문제가 거의 출제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직접 학생에게 팔면 아예 교사 몫인 채택비를 뺀 책값을 받는다. 나는 학교 앞 서점에 보충교재 판매를 위탁한 후 교사에게 30%, 서점에는 10%의 이윤을 떼줬다. 보충교재 가격이 비싼 이유는 채택비 때문이다.”

    K씨는 2년여 동안 교사에게 채택비를 지급하고 학원에서 발간한 책을 공급했다고 한다. 그는 “보충교재를 발간하는 일반 출판사도 나와 비슷한 방법으로 영업을 하고 교사에게 채택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재작년부터 채택비 지급을 중단했다는 K씨는 “요즘 공식적으로는 채택비가 없어졌다고 하는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거래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털어놓았다.

    “수강료 싼 온라인 학원이 지배할 것”

    채택비 중단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현재 각 학교에서 교과서 외에 보충교재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강남의 한 국어학원에는 인근 고등학교가 채택한 보충교재가 책장에 비치돼 있다. 이 학원뿐 아니라 인근 학원에서는 내신 시기가 되면 보충교재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예나 지금이나 보충교재에서 내신 문제가 출제되는 경향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원 등 교육 관련 사업은 ‘돈 되는 사업’으로 통한다. 일단 창업하기만 하면 장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2000년 1월 신규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1만3229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7년간 사업유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대로 건설업은 가장 단명하는 산업으로 조사됐다. 교육서비스업의 경우 2000년 가입된 4442개 업체의 94.2%인 4186개 업체가 7년이 지난 2006년 4분기에도 문을 닫지 않았다.

    학원들이 문제 유출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몸집을 키우기 위해 혈안이 된 데는 2004년 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메가스터디(2007년 12월14일 현재 주당 29만2500원, 시가총액 1조8546억원)의 영향이 컸다.

    전 EBS, 메가스터디 강사 출신인 (주)메타에듀 대표이사 유국환(46)씨는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 외형을 키운 학원의 맞수는 알차고 수준 높은 강좌 및 강의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기업이 될 것”이라면서 “조만한 교육사업은 학원이 아닌 값싼 교육비로 수강이 가능한 온라인 학원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재 중에 만난 한 학원 관계자는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은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 준비보다 자식 교육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는 학부모 수요가 줄지 않는 한 학원이 문제 유출 등 부당한 방법으로 성장하는 풍토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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