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호

베일 속 ‘한국 7대 부자’ 차용규, 페이퍼컴퍼니 내세워 3000억대 부동산 보유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08-07-09 1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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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와이드컨설팅리미티드’ 실제 주인은 차용규
    • 파악된 8개 부동산 현 시세만 3000억 이상
    • 여의도 24억 펜트하우스, 2억짜리 외제차 소유
    • 맞고소 벌이는 등 이해관계자들과 갈등 빚기도
    • 차씨, 건영옴니백화점 나타나 직접 협상
    • 1조4000억 재산 여전히 행방 묘연
    베일 속 ‘한국 7대 부자’ 차용규, 페이퍼컴퍼니 내세워 3000억대 부동산 보유

    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가 최근 수년 동안 국내 대형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용규(車容圭·52)’란 이름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2005년 그가 영국의 억만장자 리스트에 오르면서였다. 카자흐스탄의 구리 생산업체 카작무스의 대주주이던 그는 카작무스가 영국 증시에 상장되면서 8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의 재산을 가진 세계적 부호로 떠올랐다. 당시 한국의 7대 부자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더구나 그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출발해서 갑부가 됐기에 ‘샐러리맨 신화’로 회자됐다. 그는 2007년 4월, 소유하고 있던 카작무스 주식을 전부 매각, 현금화했다.

    그런데 그의 성공신화 이면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게 ‘샐러리맨이던 그가 카작무스 지분을 산 돈의 출처가 어디냐’는 것이다. 한국 언론에선 삼성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을, 카자흐스탄 언론에선 자국 실력자의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직까지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주식을 팔아 현금화한 1조5000여 억원으로 그가 앞으로 뭘 하느냐도 관심거리였다. 한국에 투자한다면 재계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몇몇 언론에선 그가 대규모 기업 인수, 합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추측했다. 공기업 민영화 등과 맞물려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여의도 99평 펜트하우스 구입

    이런 궁금증이 풀리기는커녕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 등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행적이 드러나지 않자 마피아 납치설 등 갖가지 추측성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여러 언론에서 그의 국내 복귀설을 제기했지만 이를 입증할 단서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삼성과 카작무스 관계자들은 차씨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무응답과 ‘모른다’로 일관했다.



    기자는 몇 달 전부터 차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그가 한국에 돌아왔다면 고급주택에 살고 있을 것이라 보고 최고급 아파트 소유주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그러던 중 서울 여의도의 주상복합건물인 롯데캐슬IB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99평(327m2)형 펜트하우스인데, 2006년에 그의 이름으로 소유권이 이전돼 있었다.

    인근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멀리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등 조망권이 좋아 시세가 23억~24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차씨는 그곳에 살고 있지는 않는 듯했다. 한 주민은 “그 집엔 차씨의 동생과 어머니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출입구 인터폰으로 차씨 가족과 연락을 취해봤지만 응답이 없었다. 경비원을 통해 기자의 명함과 인터뷰 요청서를 전달했으나 역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차씨를 추적해온 모 주간지 기자는 “그는 현재 타워팰리스의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다. 그 집의 소유자는 삼성 최고위급 임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을 수는 없었다.

    차씨가 2006년 자신의 명의로 고급 외제차를 구입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내 판매 가격이 2억원을 호가하는 벤츠 S500 시리즈였다. 그의 명의로 된 집과 자동차가 있다는 건 그가 국내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

    그의 행적을 쫓던 중 서울 강남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차씨 이름이 나돌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경매를 통해 스포츠센터를 사들이면서 그곳 회원들과 갈등을 빚었는데, 부동산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 차씨라는 얘기였다. 이를 단서로 차용규와 관련된 회사와 부동산들을 추적해나갔다.

    얽히고설킨 6개 회사

    베일 속 ‘한국 7대 부자’ 차용규, 페이퍼컴퍼니 내세워 3000억대 부동산 보유

    차용규를 ‘샐러리맨 신화’로 만든 카자흐스탄 카작무스의 구리광산과 제철소.

    취재 결과 월드와이드컨설팅리미티드(이하 월드와이드)를 중심으로 태성B&P, 그린데이타베이스, 에이프로비즈, 에이프로F&D, IPIC인크 코리아 등 최소한 6개 회사가 차씨를 중심으로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었다.

    월드와이드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상가 등 화제가 된 경매물건을 낙찰받아 몇 차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 회사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적을 둔, 자본금이 미화 1달러에 불과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라는 점. 조세 피난처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국내 검은 자본이 자유롭게 오가는 통로다. 월드와이드는 본사와 한국영업소가 같은 날(2000년 12월12일) 설립됐고, 사업목적도 부동산 관리 및 임대업으로 못 박은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국내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IPIC 인크 코리아 역시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본사를 둔, 자본금이 미화 10달러에 불과한 페이퍼컴퍼니다. 국내지점은 2002년 5월 설립됐다.

    태성B&P는 직업소개소이던 회사를 2007년 3월 인수, 부동산 개발관리회사로 바꿨다. 그린데이타베이스 역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이었다. 경영악화로 대표이사가 사임한 후 해산 직전의 법인을 2007년 4월 인수, 부동산 개발관리회사로 바꿨다. 에이프로F&D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이던 홍익소프트를 2007년 6월 인수하면서 상호변경과 함께 사업 분야도 부동산임대관리와 골프 콘도 스포츠클럽 회원권 분양 등으로 바꿨다.

    에이프로비즈는 2006년 11월22일 설립됐다. 부동산관리업, 체육시설업, 관광숙박업, 여행업, 부동산임대업, 다양한 컨설팅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6개 모두 부동산과 관련된 업무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인 셈이다.

    이들 회사의 관계를 살펴보면 사실상 한 회사나 다름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차용규씨의 이종사촌으로 알려진 최모(46)씨가 대표로 있는 월드와이드는 태성B&P와는 중계동 건영백화점 지분을, 그린데이타베이스와는 대치동 해암빌딩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태성B&P와 그린데이타베이스는 임원 명단과 등기부상 주소가 일치한다. 한 회사라는 이야기다.

    에이프로비즈, 에이프로F&D, IPIC 인크 코리아는 홍익대 전철역 근처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에이프로비즈는 월드와이드 소유의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인데, 네이버 지역검색에서 회사 주소와 전화번호가 ‘월드와이드’ 이름으로 등록돼 있을 정도다. 차용규씨의 동생 차모(49)씨가 임원으로 있는데, 그는 에이프로F&D의 감사이기도 하다. 또한 두 회사의 대표이사는 동일인물이다.

    IPIC 인크 코리아 대표인 이모씨는 에이프로비즈 이사이기도 하다. 이씨가 몇 달 전까지 사용한 명함엔 IPIC 인크 코리아 마크, 월드와이드가 소유한 시티콘 제주 마크가 함께 찍혀 있다. 또한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월드와이드 사장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차용규입니다”

    차용규씨의 동생과 이종사촌으로 알려진 인물이 관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회사들이 차용규씨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밝혀내기란 쉽지 않았다. 법인등기 어디에도 그의 이름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들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겨우 연결이 닿은 임직원들 역시 “할 이야기가 없다” “난 잘 모른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한 회사 사무실에서는 기자의 출입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다. 직원에게 “명함을 줄 테니 대표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래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며 거절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피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차용규씨가 월드와이드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사실을 건영옴니백화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건영옴니백화점 건물의 지분을 갖고 있는 옴니레포츠월드 지분연합회 회장은 “우리는 LIC건영으로부터 레포츠월드의 지분 일부를 인수한 태성B&P와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5월에 차용규 회장이 직접 나를 찾아온 일이 있다”고 말했다. 건영옴니백화점 상인들 역시 “차 회장이 지난 3월 이후 3차례 일반 분양자들과 만나 건물 리모델링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이들에게 “차용규 회장이 분명하냐”고 재차 확인하자 “안경을 쓰지 않았을 뿐 인터넷에 있는 차 회장 얼굴과 똑같았다. 또 그 사람이 차용규가 아니라면 왜 자신을 차용규라고 했겠나. 그럴 필요가 전혀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한 상인은 “카자흐스탄에서 마피아들과 싸우다 생겼다는 눈 밑 상처까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베일 속 ‘한국 7대 부자’ 차용규, 페이퍼컴퍼니 내세워 3000억대 부동산 보유

    차용규씨 회사와 개인 지분권자들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는 건영옴니백화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씨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월드와이드의 한 직원은 기자에게 “차 회장이 이곳(건영옴니백화점)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이곳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월드와이드 소유의 건영옴니백화점에 대해 차용규씨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차씨가 월드와이드의 사실상 오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차씨가 월드와이드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얼마나 될까. 취재를 통해 확인된 부동산의 시가만 합쳐도 3000억원은 족히 넘었다. 그리고 대부분을 자본금이 단돈 1달러인 월드와이드가 소유하고 있었다. 눈길을 끄는 건 상당수 부동산을 경매를 통해 낙찰받았는데, 채무관계가 복잡하고 권리분석이 까다로워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특수물건을 주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

    가장 덩치가 큰 부동산은 강남구 대치동 해암빌딩이었다. 해암빌딩은 4701.3㎡(약 1420평) 부지에 지하 7층, 지상 17층의 주상복합건물이다. 사무실 부분과 아파트로 되어 있는데, 월드와이드와 그린데이타베이스는 아파트와 지하 2층을 제외한 사무실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경매, 혹은 매매를 통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집중적으로 이 건물 지분을 매입했다. 두 회사가 가진 해암빌딩 토지 지분은 약 3500㎡(약 1100평). 대치동의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일대 땅값이 평당 1억원을 호가한다고 하니 건물값은 차치하고 땅값만 쳐도 11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8개 건물, 3000억원대

    강남의 요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일부도 월드와이드 소유다. 2006년 2월 정태수 전 한보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은마아파트 상가 점포 23개 지분(대지 1308평, 건물 2954평)을 경매를 통해 낙찰받았다. 당시 감정가가 456억2126만4000원이었는데, 372억원에 낙찰받았다. 언론에서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 낙찰을 받은 데다 월드와이드가 조세회피지역에 적(籍)을 두고 있어 정 전 회장의 비자금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한보가 소유했던 상가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현 시세가 얼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대지지분을 공시지가(3.3m2당 3300만원)로만 따져도 감정가 정도는 된다. 게다가 이곳은 대치동 학원가의 중심인 데다, 은마아파트와 함께 상가도 재건축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10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추정했다.

    월드와이드는 노원구 중계동 건영옴니백화점 지분도 경매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다. 2006년 건영 지분(907.79평, 감정가 369억7000만원)을 201억1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이후 개인 분양자들의 지분을 일부 추가로 매입했다. 또한 태성B&P는 건영을 인수합병한 LIG건영이 보유하던 옴니레포츠월드 지분 190계좌(1계좌 분양가 약 4800만원)를 1계좌당 1600만원에 매입했다. 회원들로부터도 3000만~4000만원씩에 200여 구좌를 사들였다. 이로써 월드와이드와 태성B&P는 건영옴니백화점 전체 지분의 60% 이상을 보유하게 됐다.

    부동산 관계자는 “인근 대형상가 시세가 3.3m2당 2000만~3000만원이다. 건영옴니백화점이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단장해 경쟁력을 갖춘다면 두 회사 보유지분의 가치는 최소 700억원 이상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호텔형 콘도인 시티콘제주(구 현대텔콘)도 2005년 11월 경매를 통해 낙찰받았다. 대지 1928㎡(약 580평)에 지하 5층, 지상 17층인 이 건물은 총 345개의 객실과 부대시설로 되어 있다. 객실 가운데 32개는 우리은행 소유다. 감정가 375억3730만원이던 것을 141억100만원에 낙찰받았다.

    인근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제주도는 최근 부동산 시세가 전에 비해 보합 내지는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노형동은 제주도에서도 가장 좋은 상권이기 때문에 현 시세가 감정가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차용규는 누구?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억만장자로 변신


    차용규씨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물산에 입사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의 운명이 바뀌게 된 것은 1995년 카자흐스탄 알마아티 지점에서 근무하면서였다. 카자흐스탄은 당시 몰락 위기에 놓인 국영기업 카작무스를 삼성물산에 위탁경영시켰다. 차씨는 삼성물산 위탁경영팀의 핵심인력으로 활동하면서 1998년 부장, 1999년 상무이사보로 고속승진했다.

    그의 고속승진 원동력은 뚝심이었다. 삼성물산 알마아티 지점 근무 당시, 소총으로 무장한 러시아 마피아가 차씨와 동료들에게 들이닥쳤다. 마피아들이 삼성물산의 위탁경영 사실을 알고 카작무스가 자신들에게 진 빚을 받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마피아의 협박이 몇 달째 이어졌지만 차씨는 지점을 끝까지 지켰을 뿐 아니라, 마피아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카작무스를 세계적인 구리 생산업체로 자리 잡게 하는 등 성공적으로 회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은 자회사인 삼성홍콩과 함께 카작무스 지분을 매입해 2000년 7월 기준 42.55%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지분 매입에 소요된 자금은 약 1억6300만달러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카작무스의 최대주주가 된 후, 카작무스 공동대표를 맡았던 차씨는 2003년 갑작스레 회사를 그만두고 잠적한다.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2001년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던 카작무스 지분의 일부(15%)를 주당 16만8918원에 매각한 바 있다. 그런데 2004년 8월 나머지 지분을 주당 1만9051원의 헐값에 전량 매각했다. 2003년 말 기준 주당 순자산가액 4만9617원은 물론, 매각 당시 카자흐스탄 증시에서 거래되던 평균가격 3만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더구나 당시 구리 값이 상승추세였고, 카작무스가 런던 증시 상장계획을 발표하고 런던에 지주회사인 KCC인터내셔널을 설립하는 등 호재가 많은 시기였다.

    삼성물산이 이때 헐값에 매각한 지분은 공교롭게도 차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던 페이퍼컴퍼니 ‘페리 파트너스’로 넘어갔다. 차씨가 삼성물산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사용한 자본의 출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삼성의 헐값 매각과 차씨의 구입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계속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주주가 된 차씨는 이후 카작무스의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회사를 세계 굴지의 구리 생산업체로 키웠다. 카작무스는 국제 구리 가격이 치솟던 2005년 10월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100억달러가 넘는 세계 9위의 구리회사가 됐다. 이와 함께 차씨가 보유한 지분(15.6%)의 시가 총액이 1조5000억원으로 평가받으면서 그는 세계적 부호 리스트에 올랐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스테이 세븐 프리미어호텔 건물도 2006년 3월 경매를 통해 낙찰받았다. 대지 774㎡(약 234평)에 지하 2층, 지상 13층으로 세워진 이 건물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4월 문을 열어, 레지던스텔로 운영되고 있다. 경매 당시 감정가가 146억1501만1800원이었는데, 88억100만원에 낙찰받았다. 여의도의 부동산 컨설턴트는 현재 이 건물의 시세가 최소한 2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드와이드 한국사무소 본점이 있는 대전시 오류동 건물도 자기 소유다. 대지 2637.7㎡(약 800평), 지하 6층 지상 16층의 대형건물. 2002년에 매입한 것인데,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곳의 땅값은 공시지가로는 3.3㎡당 600만원 정도이지만 실거래가는 1500만원가량이라고 한다. 땅값만 12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강남구 도곡동 우성캐릭터199 지하에 있는 스포츠센터(4188.64㎡, 1270평)도 2003년2월 매입했는데, 현 시세는 15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현대타워랜드의 8층, 9층, 10층도 월드와이드 소유였다.

    이해관계자들과 갈등 빚기도

    월드와이드는 부동산을 경매로, 그것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물건들을 주로 구입했기 때문인지 뒷마무리를 깨끗하게 하지 못하고 관계자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건영옴니백화점이 대표적이다. 건영옴니백화점 지분은 복잡하다. 건영이 38%, 옴니레포츠월드 지분연합회 지분이 43%, 백화점상가를 개인분양 받은 사람들로 구성된 구분권자연합회가 18%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월드와이드는 경매를 통해 건영 지분을 낙찰받았고, 이후 개인분양자들로부터 구분권을 사들였다. 또한 태성B&P가 LIG건영이 보유하고 있던 옴니레포츠월드 지분과 개인들의 지분을 사들여 전체 레포츠월드 지분(781.609)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건영옴니백화점 전체 지분의 60% 이상을 확보했다.

    올해 초, 태성B&P는 옴니레포츠월드에서 자신들의 지분이 50%를 넘는다며 옴니레포츠월드 지분연합회 임시총회를 개최, 새 임원진을 선출했다. 반면, 개인 구분권자들은 건영LIG가 소유하고 있던 190지분은 경영권과 의결권이 없는 것이라며 별도로 정기총회를 개최해 기존 임원진을 유임시켰다. 양쪽은 상대측 총회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업무상 방해, 횡령, 협박·감금 등으로 맞고소까지 벌이고 있다.

    태성B&P 측이 옴니레포츠월드 임원진을 장악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건영옴니백화점은 관리단에서 중요사항을 결정하는데, 월드와이드 측 4명, 옴니레포츠월드 측 5명, 구분권자협의회 측 3명 등 총 12명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옴니레포츠월드 몫 5명을 확보해야만 과반수를 넘겨 사업을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와이드 측은 옴니레포츠월드 지분권자뿐 아니라, 개인분양자인 구분권자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개인구분권자들은 “월드와이드가 낙찰을 받은 후 상가를 빨리 정비해 백화점을 활성화하지는 않고 오랫동안 비워놓는 등 상인들의 장사를 방해해왔다. 또한 차용규 회장은 이곳에 홈플러스를 입점시키겠다고 허위공약을 하기도 했다. 이젠 또 건물을 리모델링하겠다고 하는데 믿을 수 없다. 공사를 핑계로 언제까지고 재개장을 안 하면 우리 같은 영세상인은 죽을 수밖에 없다. 장사를 못하게 해 우리가 구분권을 헐값에 넘기게 하려 한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며 강한 불신을 표시했다.

    월드와이드 측의 주장은 달랐다. 홈플러스 입점을 위해 노력한 것은 사실이고, 차용규 회장도 인근에 있는 홈에버가 홈플러스로 매각되기 전날까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것. 월드와이드 관계자는 “사람들은 삼성 출신인 차 회장이 그걸 몰랐다면 바보고, 알고도 상인들에게 그렇게 말했다면 교활한 사기꾼이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 부분은 바보처럼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우리들이 타협점을 찾기 위해 하나를 양보하면 상인들은 자기들의 이익을 더 얻기 위해 새로운 요구를 해 와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양측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고, 감정까지 상한 터여서 쉽게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보였다. 양쪽 주장대로 ‘같이 죽는 길로 가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월드와이드는 은마아파트 상가에서도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은마아파트 상가는 A동과 B동, 그리고 복지상가로 이뤄져 있다. 월드와이드는 이 가운데 B동 3층 전체와 A동 3층 일부, 그리고 복지상가 대부분의 지분을 경매를 통해 낙찰받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B동 3층은 원래 용도가 새마을회관으로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이것을 정태수씨가 불법으로 세를 놓았는데, 이를 인수한 월드와이드가 또다시 세를 놓으려 해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상가 지하 1층은 대피시설이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데도 학원에 임대했다가 주민들의 민원으로 학원이 문을 닫기도 했다.

    상가 관리실 관계자는 “B동 3층 공사를 허가도 없이 일방적으로 하는가 하면, 관리비도 3억원 가까이 밀려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 외에도 월드와이드는 경매를 통해 강남의 스포츠센터를 낙찰받은 후 기존의 스포츠센터 회원권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1조5000억원의 재산을 가진 갑부로 알려진 차용규씨가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내세워 국내 부동산에 투자한 돈은 2000억원이 채 안 돼 보였다. 그나마도 매입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실 투자액은 더 적을 것이다. 여전히 1조4000억원 가까운 돈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그의 향후 행적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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