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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 받는 이병주 문학

신화, 월광(月光) 받으며 살아나다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재조명 받는 이병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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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올 4월 ‘이병주 문학관’, 작가 고향인 경남 하동에 개관
  • ● 30권 ‘이병주 전집’ 출판 계기로 애독자 관심 다시 쏠려
  • ● 일본유학·학병·6·25전쟁·독재정권 겪은 작가 삶이 대하소설
  • ● 박정희와의 악연, 2년 7개월간 옥고 치르고 40대에 데뷔
  • ● 문·사·철 아우르는 박학다식 박람강기로 독자 사로잡아
  • ● 한 달 평균 원고지 1000매 집필, 초인적 에너지 발휘
  • ● 장편소설 35편, 저서 100권 다작…일부는 범작이라는 평가
  • ● 언관(言官)과 사관(史官)을 지향한 언론인 출신 작가
재조명 받는 이병주 문학
중소기업 간부인 S씨는 올 여름휴가를 지리산에서 보냈다. 혼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떠났다. 아내는 친정 가족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갔고 대학생 아들, 딸은 여름 계절학기에 등록해 A+ 학점을 따겠다고 벼르느라 제 정신이 아니었다. S씨는 지리산 입구인 구례에서 민박을 찾아 1주일을 묵었다.

그가 지리산 휴가를 결심한 것은 서점에서 ‘이병주 전집’ 30권을 발견한 게 계기가 됐다. 새로 편집돼 나온 이 전집은 멋진 그림을 넣은 산뜻한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청년 시절에 그는 이병주 문학의 열혈 독자였다. 장대한 스케일의 ‘남성 문학’에 매료됐다. 그는 전집을 구입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병주 소설의 마력에 다시 사로잡혔다.

전집은 해방공간에서 젊은 지식인들이 겪은 좌우익 갈등을 그린 ‘관부연락선’(전2권), 빨치산의 치열한 항쟁을 다룬 대하소설 ‘지리산’(전7권), 이승만 정권의 탄생과 몰락의 시기를 그린 ‘산하’(전7권), 박정희 정권 18년을 소설로 형상화한 ‘그해 5월’(전6권), 나약한 소시민을 통해 1970년대의 암울한 사회상을 묘사한 ‘행복어사전’(전5권) 등과 중·단편 선집 3권으로 이뤄졌다.

S씨는 ‘관부연락선’을 읽고 “과연 이병주!”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과거에 읽던 맛과는 달랐다. “독자의 나이에 따라 감명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말이 실감났다. 전집의 3~9권인 대하소설 ‘지리산’을 펼치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거실 소파에서 읽을 수 없었다. 지리산 산자락에서 거대한 산의 기운을 느끼며 독파하고 싶었다. 하루 한 권씩 읽을 작정이었다. 소설 7권만으로도 배낭은 묵직했다.

S씨 같은 ‘이병주 마니아’들은 연령층으로는 대체로 40대 이상이다. 이들은 1970~80년대 청년, 중년 시절에 이병주 소설을 즐겨 읽었다. 작가가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할 때다. 당시엔 월간지의 영향력이 막강했는데 이병주는 월간지의 단골 작가였다. ‘신동아’에 ‘황백의 문’과 ‘그해 5월’을, 월간 ‘세대’에 ‘지리산’을, ‘문학사상’에 ‘행복어사전’을 연재했다. 조선일보에 연재한 ‘바람과 구름과 비’도 대중 독자에게 신문 연재소설을 읽는 묘미를 제공했다.

이병주 문학, 제대로 평가받아야

세월이 흐르면서 잡지와 신문에서 연재소설이 점차 사라졌다. 독자는 긴 글을 읽기 싫어하게 됐다. 또한 문학성을 갖추면서도 대중 독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장편 소설을 공급하는 작가가 드물어졌기도 했다. ‘이병주 마니아’들은 이병주 소설에 대한 향수(鄕愁)가 강렬하다. 이들은 이병주 문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아쉬워한다. 박경리, 이문열, 황석영, 박완서, 조정래 등 한국 소설문학의 거장들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짐을 안타까워한다. 문학평론가들이 이병주 문학에 대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서운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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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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