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호

검찰 내사 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배병렬

부실기업 대출 압력, 대출 청탁 금품수수 의혹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9-04-08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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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촌 회사에 대출압력 의혹 검찰 내사 중
    • “인사 개입, 골프 치고 접대받았다”…전 농협간부 진정
    • 농협 감사, 음주 교통사고…수년간 각종 구설
    • “대출 어렵자 ‘이런 것도 못하냐’며 식사 중 밥상 엎어”
    • 농협, “징계해직된 직원의 악의적인 주장”
    검찰 내사 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배병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62) 전 NH-CA자산운용(구 농협CA투자신탁운용, 이하 CA자산운용) 상임감사가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2005년 자신의 삼촌이 회장으로 있던 회사가 농협에서 수십억원대의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개입,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배씨가 이 과정에 부적절한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정을 접수, 내사를 벌이고 있다. 이 의혹은 지난해 12월 ‘주간동아’(666, 668호)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당시 주간동아는 T개발에 대한 대출을 담당했던 경남 김해시 소재 농협 내외동지점 부지점장 출신인 김OO(53)씨, T개발과 사업관계에 있던 S건설(대전 소재) 박OO 대표가 지난해 농협중앙회장 앞으로 보낸 진정서와 그들의 증언을 보도한 바 있다. 진정인 김씨와 박 대표는 검찰 내사와 관련 “최근 검찰에 각종 자료를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진정사건처럼 이 사건의 이면에도 배씨와 진정인들 간의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김씨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T개발에 대한 대출은 배씨를 믿고 한 것이다. 배씨가 모든 책임을 진다고 해서 시작됐다. 하지만 그 대출 때문에 나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문제의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업체 대표로부터 1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징계해직됐다. 징계에 앞서 시작된 검찰조사에서도 금품 수수 사실이 확인돼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 김씨는 “당시 나는 T개발을 살리기 위해 개인 돈 수천만원을 빌려줬다가 떼인 사람이다. 그런 내가 1000만원 가량의 뒷돈을 받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른 걱정은 하지 마라”

    김씨 주장에 따르면, 배씨는 자신의 삼촌 배OO이 회장으로 일하던 T개발이 부산 남구 용호동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농협 대출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대출을 담당한 농협 김해 내외동지점과 심사를 맡은 농협중앙회 등에 압력을 행사해 대출이 가능토록 했다. 당시 T개발은 이 대출건 이외에도 18억원가량을 이미 대출받은 상태였으며 농협 측으로선 대출금이 회수되지 않아 추가대출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씨는 당시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배 전 감사를 만났고 압력에 가까운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김씨의 설명이다.

    “대출을 준비하던 2005년 설 직전 배 감사를 직접 만났다. (T개발) 고OO 대표와 (배씨의 삼촌인) 배OO 회장과 함께 배씨 자택을 찾았다. 시가 25만원 상당의 남성 화장품세트를 선물로 가져갔다. 배씨는 내게 ‘T개발 대출건 잘 좀 처리해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면 내가 너한테 맡기겠느냐’고 했다. 대출만 되면 다른 문제는 본인이 해결한다고 했다. 나는 당시 이 대출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배씨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러지 말고 박연차 회장에게 부탁해서 처리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20억~30억원이면 해결할 수 있는데요’라고 했다. 나도 그렇고 배씨도 박 회장과 잘 아는 사이다. 그랬더니 배씨는 ‘너는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대출에만 신경 써라’고 했다.”

    당시 T개발에 대한 대출이 문제가 있었음은 이 대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농협 인사들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당시 대출심사를 맡았던 경남본부 이OO 부본부장(신용대출 부문 책임자)은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용등급, 회사의 재무상태, 기존 대출금 미회수 등이 모두 문제였기 때문에 추가대출은 절대 불가능했다. 대출 규모나 성격상 지역본부가 결정할 사안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5년 초 지역본부의 반대로 대출이 진행되지 않자 배씨가 김해의 한 식당에서 경남본부장, 김해지부장을 직접 만나 불만을 토로하고 압력을 행사한 일도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 내사 받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배병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 전 NH-CA자산운용 상임감사.

    “(배씨가 경남본부장 김OO에게) ‘본부장 하고 싶다면서 내 집에 사흘이 멀다하고 찾아오기에 딱해서 본부장 시켜줬더니 내 삼촌과 관련된 부탁도 안 들어주느냐’며 밥상을 뒤집어엎었다. 그날 일에 대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었다.”

    T개발 대출은 농협중앙회의 심사를 통해 2005년 11월 이뤄졌다. 하지만 정상적인 과정은 아니었다. 대출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업무취급 확약서’도 등장했다. 확약서에는 “이 대출과 관련해 부실이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대출 신청 지점이 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김해 내외동지점장이었던 도OO씨는 “농협에 30년 근무하면서 업무취급 확약서라는 것을 그때 처음 봤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확약서가 부당대출의 대표적인 증거라고 주장한다. 배 전 감사의 대출압력, 부실화가 예상되는 대출임을 알고서도 부실대출의 책임을 지점에 떠넘기기 위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괴문서라는 것이다. 내외동지점 직원 4명의 서명이 들어간 확약서는 지금도 농협중앙회에 보관돼 있다.

    그러나 ‘확약서를 만든 사람이 누구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내외동지점에 근무한 농협 직원들과 중앙회 측은 서로 “내가 만든 문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과연 이 괴문서는 누가 만든 것일까.

    부실기업이던 T개발에 대출된 돈은 결국 상환되지 않았다. 농협은 이 대출을 2007년경 슬그머니 손실 처리했다. 김씨는 자신이 부실대출에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이른 2006년 가을경 여러 차례에 걸쳐 배씨에게 편지를 보냈다. “대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내용이었다.

    “1000만원 줬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 대출건은 처음부터 배씨가 주도적으로 계획, 진행했다. 배씨는 ‘문제가 발생하면 본인이 다 해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래서 배씨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낸 진정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T개발 등이 배씨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분이다. 김씨는 T개발이 시행한 아파트 건설에 시공사로 참여한 D건설 관계자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D건설에서 자금을 담당했던 염OO 본부장은 “T개발 측에서 여러 번에 걸쳐 배씨에게 가져다줄 돈이라며 돈을 요구했다. 인사를 해야 한다거나 접대를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당시 우리 회사는 충북 제천에도 공사현장이 있어서 은행 대출이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배씨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1000만원을 만들어 고OO 사장에게 주면서 ‘배 감사에게 잘 좀 얘기해달라’고 말한 적도 있다. 돈이 건너가고 얼마 안 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배씨, 배OO 회장, 고OO사장과 만나 저녁을 함께하면서 대출 문제를 의논했다. 당시 내가 전한 돈이 배씨에게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배씨가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배씨는 노무현 정부 5년 내내 이런저런 구설에 시달렸다. 배씨의 딸 정민(33)씨는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2년 12월25일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36)씨와 결혼했다.

    배씨 관련 의혹의 시작은 그가 사돈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CA자산운용 감사가 된 때부터였다. 2004년 초에는 CA자산운용 감사 자격으로 농협에서 받은 50평형 전세 아파트가 문제가 된 일도 있다. 이 아파트에 노건호씨 부부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2004년 초 ‘주간동아’를 통해 확인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일었다. 2006년에는 음주 교통사고도 터졌다.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이 사건은 경찰과 청와대의 은폐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제법 큰 사건으로 비화했다. 배씨는 음주측정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위기가 많았지만 배씨는 최근까지 자리를 지키다, 지난해 연말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관련 의혹으로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건평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구속되자 슬그머니 사표를 냈다. 법인등기부에서 이름이 빠진 건 올해 1월31일.

    ‘신동아’는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 T개발 대출 의혹과 관련해 배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배씨, 배OO회장, 고OO사장 등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농협측은 배씨 의혹과 관련, “징계해직된 한 직원이 낸 악의적인 투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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