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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외고

글로벌 인재의 산실인가 사교육 조장의 주범인가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뜨거운 감자,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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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고 폐지 논란이 뜨겁다. ▲특성화고 전환 ▲자율형 사립고 전환 ▲일반고 전환 ▲현행 유지 등 다양한 해법이 쏟아지면서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외고가 전교조나 야당은 물론, 교육에 있어‘자율과 선택’을 강조하는 한나라당 내 일부로부터도 개혁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 외고 논쟁의 현안을 짚어보고 선발권 폐지를 주장하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현 체제 유지를 주장하는 강성화 전국외국어고교장협의회장을 인터뷰했다.
뜨거운 감자,외고
지난해 4월 ‘뉴욕타임스’에는 대원외고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렸다. 2007년 미국 명문대에 133명을 진학시키자 기자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대원외고의 경쟁력’을 취재한 것이다. 2007년 11월 ‘월스트리트저널’도 대원외고의 입시 성과를 크게 보도했다. 하버드, MIT, 프린스턴 등 미국 상위 8개 대학 진학 실적이 세계 고교 가운데 13위라며, “뉴욕 명문 호레이스 그릴리 고교와 비교해도 4배나 높다”고 놀라워했다. 대원외고는 올해도 아이비리그 대학에 38명을 보냈다. 한국외대부속외고가 15명, 한영외고가 14명으로 뒤를 이었다. 예전 같으면 이 기록은 각종 매체를 장식하며 ‘외고 교육의 우수성’을 상징하는 증거로 활용됐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외국어고(이하 외고)는 활짝 웃지 못하고 있다. 화려한 영광의 기록이 도리어 부메랑이 돼 외고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10월 외고가 특혜와 편법으로 우수 인재를 독점하고 있다며 외고의 학생 선발권 폐지를 주장했다. 곧이어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고 학생을 시험 대신 추첨 방식으로 선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즉각 반발해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외고의 문을 닫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외고 폐지’ 논란은 현안으로 떠올랐다.

외고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긍정적인 쪽에서는 외고가 평준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우리 교육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서울·경기지역 외고의 아이비리그 합격생 수는 2007년 49명, 2008년 52명, 올해 74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2009년 서울·경기 지역 외고의 SKY대(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진학률은 41.1%다. 역대 법조인 수에서도 대원외고 322명, 한영외고 144명, 대일외고 95명 등으로 외고 출신은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공주대 역사교육과 이명희 교수는 “고교 평준화 속에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월성 교육을 원했다. 외고가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키워왔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잘 뽑았다 vs 잘 가르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교육시장이 팽창하고 초등학생까지 입시 경쟁에 내몰리게 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해 최근 2년간 대원외고 등 6개 외고 입시의 영어 듣기 평가 문항 난이도를 분석한 결과, 고교 1학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 창문여중 조영수 교사는 “정상적인 공교육만으로는 외고에 진학할 수 없기 때문에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학원에 다닌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학교보다 학원 수업에 집중하는 기현상이 나타난다”고 비판했다. 교육문제 칼럼니스트 김소희씨에 따르면 이들이 사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서울 강남지역 초등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3·4학년 때부터 외고 입시 준비를 시작한다. 원어민 영어회화, 영어·수학 선행 학습을 통해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최소한 중2~중3 수준의 실력을 만들어놓는다. 그래야만 중학교 때 본격적으로 외고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학원비 수준은 모든 과목을 다 듣는다고 할 때 매달 최소 70만~80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올해 서울지역 6개 사립외고의 수업료가 분기당 110만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외고 준비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등록금의 2배 이상을 학원비로 쓰고 있는 셈이다. 대원외고의 2009년 신입생 중 서울 강남·서초·송파 3구 출신이 50%를 차지한 것은 경제력이 외고 입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외고의 학생 선발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외고가 난이도 높은 시험을 통해 우수 학생을 독점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냈을 뿐, 정작 이들을 가르치는 데는 소홀히 해왔다고 비판한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수도권 외고 학생 130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1%(1195명)가 ‘연중 학원에 다닌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성천 부소장은 “외고가 진짜 잘 가르친다면 왜 이처럼 많은 외고 학생이 학원을 다니느냐”고 지적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강영혜 박사도 2007년 국어 점수를 놓고 분석한 결과, “외고가 단순 점수(원점수) 비교로는 일반고를 상당히 앞서지만 학생과 학교를 둘러싼 경제적, 문화적 환경 등을 모두 반영하면, 특별한 차이가 없더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강 박사는 당시 “특목고의 우수한 성과는 좋은 배경과 가만히 둬도 스스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뽑아 얻게 되는 ‘선발 효과’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고들은 학생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갖추는 등 치열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글로벌 명문으로 도약했다고 반박한다. 대원외고는 설립초기부터 우수 교사에게 상을 주는 방식의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학기마다 근무 성실성, 수업기술, 생활지도 등 교사의 업무수행을 평가해 상위 15~20% 교사에게 연구비 명목으로 100만~15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 부산외고 역시 2000년부터 교원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통해 교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였다는 주장이다. 여러 외고가 미국 대학에서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AP(대학과목 선이수제) 과정을 만드는 등 일반고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교육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외고발(發) 아이비리그 돌풍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많다.

시험이냐 추첨이냐

외고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지금처럼 외고에 학생 선발권을 줄 것이냐, 아니면 추첨으로 뽑도록 할 것이냐에 대한 대립으로 이어진다.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일각에서 내놓은 외고의 특성화고·자율형 사립고 전환 구상이나 민주당·전교조의 일반고 전환론은 외고에 더 이상 학생 선발권을 주지 말자는 의견이다. 반면 한국교총과 한나라당 일부는 선발제도 자체는 유지하자고 한다.

외고 관계자들은 “추첨 선발은 외고 교육 자체를 망가뜨린다”고 주장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외고를 ‘어학영재 양성을 위한 외국어 계열의 고교’로 정의해 사실상 ‘영재교육기관’으로 보고 있다. ‘영재’를 기르기 위해 학생선발권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게 이들의 설명이다. 대원외고의 한 교사는 “우리 학교 수업 가운데 상당 부분은 아예 영어로 진행된다.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은 이해조차 못 할 수 있다. 외고의 교육성과는 뛰어난 아이들이 모여 자극을 주고받으며 경쟁하는 데서 나오는데 학생들 사이에 수준 차이가 생기면 수월성 교육이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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