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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조선업

최악의 수주 가뭄에 중국의 역습까지

  • 장창민│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cmjang@hankyung.com│

위기의 한국 조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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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때 국내 조선업은 ‘달러박스’였다. 수출 호조로 달러가 너무 많이 들어오면서 원화강세 현상이 나타나 정부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조선업체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주가 뚝 끊기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수주 가뭄이 계속되면서 앞으로 2,3년 후가 더욱 두려운 조선업체의 현황을 짚어본다.<편집자>
위기의 한국 조선업
2009년 12월 최근 서울 계동 현대 사옥.

14층과 15층은 밤이 늦도록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해외영업본부 임직원들이 늦도록 퇴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상선이나 플랜트 수주 상담을 위한 전화 통화는 밤새 이어진다. 영업팀 직원들이 인터넷에서 선박 발주와 관련된 외신을 뒤적이는 일도 잦아졌다. 하지만 매번 수주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현대중공업과 함께 세계 조선 ‘빅3’를 차지하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대형 조선업체 영업팀 직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만 쳐다봤다.

“입찰 공고 뜰 때가 지났는데….”

이곳저곳 살펴보지만 입찰 소식은 없고 불안한 뉴스만 눈에 띈다. 페트로브라스가 국정조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부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까지.

“이러다 올해를 넘기는 것 아냐?”

브라질발(發) 대형 호재를 기다리던 국내 조선업체들은 이제 발주 소식을 기다리다 지쳐 포기했다. 수십조원짜리 초대형 수주를 터뜨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던 페트로브라스가 점점 안개 속으로 빠져들면서 이마저 포기하는 형국이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이처럼 대형 발주 소식을 목을 빼고 기다린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달러박스’의 수주 가뭄

국내 조선업계의 2009년 선박 수주 실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대형 조선업체마다 연초에 세웠던 수주 계획의 5분의 1도 달성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2009년 초 166억달러 수주 계획을 세웠지만, 경비함 등 지금까지 고작 20억달러어치의 선박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각각 100억달러의 수주 목표를 세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6억8000만달러짜리 LNG-FPSO(천연가스 생산 및 저장시설) 한 척을 수주한 데 이어 얼마 전 크루즈선 건조에 진출하며 간신히 체면을 살렸다. 대우조선해양은 3억달러 상당의 여객선과 유조선을 몇 척 챙긴 게 전부다. STX조선해양도 최근 유럽 선사로부터 옵션 계약분을 포함해 탱커선 몇 척을 수주한 것이 2009년 실적의 전부다.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등 중견 조선업체들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그동안 해양부문이나 특수선 등에서 수주 명맥을 겨우 이어왔지만 대부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생 중소 조선사들은 이미 문을 닫기 시작한 지 오래다. C·중공업 녹봉조선 진세조선 등은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를 추진했지만 이마저 불투명한 형편이다.

1년 가까이 수주가 끊기면서 대형 조선업체들조차 단기 유동성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넉넉한 여유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온 대형 조선업체들의 현금흐름에도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것. 신규 수주가 끊기면서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는 데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의 건조대금 결제마저 늦춰지면서 현금성 자산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어서다. 조선업체들의 ‘돈 걱정’은 이미 실제 상황이 됐다. 언제쯤 수주 물꼬가 트일지도 불투명하다. 조선업을 둘러싼 금융환경은 점점 꼬여만 가고 있다.

보통 대형 조선업체는 후판(선박 건조용 강재) 구매비용 등으로 분기당 1조~2조원 이상의 신규 운영자금을 투입한다. 이 돈은 대부분 신규 계약을 따내는 즉시 수주금액의 20%에 달하는 선수금과 네 차례로 나눠 받는 중도금으로 스케줄에 맞춰 충당한다. 하지만 신규 수주가 끊기면서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는 데다, 이미 수주한 선박의 건조대금 결제마저 발주사의 요청으로 늦춰지면서 단기자금 운영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대형 조선업체들의 현금성 자산은 대폭 줄어드는 반면 매출채권은 늘고 있다. 매출채권은 매출이 일어났지만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외상’을 뜻한다. 2008년 회사마다 1조~2조원대에 머물던 대형 조선업체들의 매출채권 규모는 4조~5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의 현금성 자산은 바닥을 드러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신규 수주가 사실상 끊기면서 선수금 유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9월 말 4조원을 웃돌던 현금성 자산이 최근 1조원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현금성 자산도 같은 기간 바닥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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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민│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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