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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의 마지막 보호감호자들

김길태가 불러온 新 보호감호…벌벌 떠는 87명의 하소연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청송’의 마지막 보호감호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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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송교도소에서 날아온 16통의 편지, 지금은 사라진 사회보호법에 삶을 저당 잡힌 감호자들이 ‘신동아’ 편집실에 편지를 보내왔다. 하나같이 “보호감호자가 아직도 있다는 걸 세상에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주장도 있었다. 얼마 전 발생한 김길태 사건은 우리 기억 저편에 잠자고 있던 ‘보호감호제’를 흔들어 깨웠다. 재범의 우려가 높은 사람들을 사회에 내보낼 수 없다는 여론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재소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인도 아닌 보호감호자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청송’의 마지막 보호감호자들

청송교도소 전경.

“처음에 이곳에 올 때는 희망이 보였지만 지금은 작은 희망도 보이지 않습니다. 1년이면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갈 줄 알았는데, 이제는 2년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시점에 왔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토끼 같은 딸이 있고 부모님이 고향에서 이 못난 아들이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40대인 허OO씨는 강도죄로 6년을 복역했고 현재 청송교도소에서 2년째 보호감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허씨에게 보호감호 조치를 결정한 사회보호법은 그가 수감돼 있던 2005년에 없어졌다. 인권침해와 이중처벌 논란을 빚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허씨는 현재 죽은 법이 내린 처벌을 받고 있다.

40대 초반의 중범죄 전과자인 윤OO씨도 마찬가지다. 준강도 및 절도죄로 여러 번 옥살이를 하고 보호감호를 받고 있는 그는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2003년 구속 전까지 함께 살던 사실혼 관계의 여인이 있었습니다. 이 여인은 2008년 8월 저의 징역형이 끝날 때까지 2007년에 22번, 2008년에는 18번 접견을 왔을 정도로 지극 정성으로 저의 곁에 머물러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인도 ‘보호감호가 언제 끝날지 몰라서 너무 힘들다’는 말을 남기고 작년 1월 눈물을 흘리면서 떠났습니다. 언제 출소할지 모른다는 것은 감호자에게나 가족에게 너무도 힘든 일입니다.”

보호감호를 받고 있는 중범죄 전과자들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저지른 죄는 사회적으로 용서받기 어렵고 재범 가능성 또한 높다. 그런 점에서 사회보호를 위해 보호감호를 결정했던 법의 정신은 존중돼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이들도 역시 사람이기 때문이다.

3월 말 현재 87명

보호감호는, 강력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지른 범죄자들이 징역살이를 끝낸 뒤 보호감호소에서 최장 7년까지 ‘보호’와 ‘감호’를 추가로 받게 하던 사회보호법상의 제도였다. 1980년 만들어진 이 법은 2005년 ‘사회보호법 폐지 법률’이 제정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 법 시행 전에 이미 확정된 보호감호 판결의 효력은 유지되고 그 확정판결에 따른 보호감호 집행에 관하여는 종전의 ‘사회보호법’에 따른다”는 내용의 ‘경과규정’(제2조)이 남으면서 사회보호법의 생명은 이어졌다. 교도소로 이름을 바꾼 ‘청송감호소’도 살아남았다.

2005년 사회보호법이 없어질 당시 이 법의 존폐를 두고 말이 많았다. “흉악범들이 사회에 쏟아져 나오면 범죄가 다시 들끓고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왔었다. 2005년 당시 대구지검장이던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전 법무부 보호국장)은 언론사에 ‘보호감호제를 위한 변명’이라는 글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상습범죄나 조직범죄의 발호 등이 예상되는 만큼 보호감호 폐지는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보호감호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으로 인해 과거 범죄와의 전쟁을 부르짖던 시절처럼 사형제도가 확대되고 법정형을 대폭 올리는 특별법 제·개정이 오히려 줄을 이을 것이다.”

사회보호법이 존재할 당시 청송에는 3개의 보호감호소가 운영되고 있었다. 그 중 1,2 감호소는 현재 각각 제1청송교도소, 청송기술훈련소 등으로 이름이 바뀌어 징역형을 받은 재소자들을 위한 수용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조두순 같은 흉악범들이 이곳 독방에 수감되어 있다. 보호감호 조치를 받은 사람들은 청송제3감호소로 불렸던 제3청송교도소에서 생활한다. 3월 말 현재 87명이 이곳에서 출소를 기다리고 있고 사회보호법 폐지 이전 보호감호가 결정된 재소자 100명 이상이 입소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월16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청송교도소를 방문했다. 김길태 사건(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으로 여론이 좋지 않을 때였다. 이날 이 장관은 폐지된 지 5년 된 보호감호제의 재도입 계획을 밝혀 논란을 불렀다.

“흉악범들을 사회와 격리하는 보호감호 제도를 다시 도입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형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입니다. 교정시설이 모여 있는 청송교도소를 흉악범의 교정 및 보호감호 시설로 활용할 것입니다. 형법에 규정된 상습범과 누범 가중을 폐지하고 그 대신 보호감호 처분을 신설한다면 위헌 논란을 빚지 않을 것입니다. 교화와 치료를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호감호의 취지를 살리겠습니다.”

이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법무부 측은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각계의 의견도 물어야 하고 입법과정도 거쳐야 한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회 여론을 감안해 아동 성폭행범과 상습적 성폭행범의 가석방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방침 정도는 세운 상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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