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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노인 길거리 성매매 新풍속도

‘박카스 아줌마’와 함께 콜라텍 가고, 무료 전철표 이용해 온양온천 여행까지…

  • 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노인 길거리 성매매 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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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종묘광장 등 노인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쉼터에 나타나 성매매를 유혹하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지 오래다.
  • 그러나 이들의 행태는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나날이 진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정해진 일당을 받고 노인전용 극장과 콜라텍 등에 동행해 데이트를 해주거나 함께 지방 온천 여행을 다니는 등 달라진 ‘박카스 아줌마’의 형태를 취재했다.
노인 길거리 성매매 新풍속도
약속 시각까지 여유가 있어 종묘공원에 들렀다. 지난해와 달리 도로가에 펜스가 쳐 있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었다.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들의 영업 때문이란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촬영한 사진을 되돌려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인기척을 내면서 아줌마 한 명이 다가왔다.

“아저씨 음료수 한 병 하실래요?”

“예? 음료수요? 뭐가 있는데요?”

그때만 해도 아무런 선입관 없이 마음이 풀어진 상태여서 무심코 대꾸했다. 내 말에 아줌마가 다짜고짜 옆에 앉으며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놓는다. ‘혹시 말로만 듣던 박카스 아줌마? 심심한데 농담 따먹기나 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나가던 노인 한 분이 일갈하셨다.

“젊은 사람이 왜 여기 와서 이런 사람들하고 말을 섞어? 사진 찍으려면 길 건너에 좋은 전시회가 있으니 거기나 가봐.”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죄지은 사람처럼 엉거주춤 있는데 “이 늙은 영감쟁이가 왜 남의 영업을 방해하고 XX이야. 할 일 없으면 너나 가서 실컷 구경해!” 짜증이 만발한 소프라노 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여자의 고함을 듣고 어디선가 대여섯 명의 아줌마가 몰려와 노인을 가운데 놓고 삿대질을 해가며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마구 해댔다. 노인이 감당하지 못하고 도로 쪽으로 몸을 피하자 여자들이 뒤쫓으며 욕을 퍼부었다.

지난 3월, 종묘광장에서 봉변을 당한 한 네티즌(초막거사)이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이다. 그의 글은 요즘 종로 일대에서 벌어지는 노인 성매매 현상의 일단을 보여준다.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종묘를 찾았다. 짙은 안개가 끼어 우중충한 일요일 오후의 종묘광장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노인으로 북적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왼편에 위치한 종묘광장관리사무소 앞쪽으로 노인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넓은 자리를 차지한 채 둘러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수백 명이 일대일로 마주앉아 동시에 바둑 대국을 벌이는 시합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외로워”

좀 더 깊숙이 발을 들이자 사람들 발길이 뜸하고 후미진 곳에선 돗자리를 펼쳐놓고 술판을 벌인 노인들 무리가 눈에 띄었다. 그곳에는 어김없이 50~60대로 보이는 여자들이 한두 명씩 끼어 있었다. 두세 명씩 무리 지어 자리를 잡고 앉은 여자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얘기를 주고받는 광경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그들에게 눈길을 주면 어김없이 곱지 않은 시선이 날아왔다. 얼른 딴 곳으로 눈길을 돌리자 저만치 홀로 떨어져 선 채 멍하니 사람들을 구경하는 60대 후반의 노인이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강원도 정선에서 부인과 단둘이 사는 그는 1년에 몇 달씩 의정부에 있는 아들집에서 머문다고 했다.

“여기는 일주일에 두세 번 나와. 심심하고 외로우니까 놀러오는 거야. 친구 만나서 술 한잔하고 놀다 오후 대여섯 시 되면 전철 타고 집에 가지.”

그가 말하는 술친구는 이곳에서 안면을 튼 또래 노인과 더불어, 일명 ‘박카스 아줌마’로 불리는 성매매 여성들이었다.

“여자 한둘에 노인네 서너 명이 같이 술 마시다 맘이 맞으면 재미 보러 가는 일도 있지.”

얘기 도중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50대 여자가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노인의 팔짱을 끼며 “오빠가 전화했지? 오늘 뭐하고 놀 건데?”라며 교태를 부렸다. 기자를 보며 ‘웬 여자야?’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당황해하는 노인의 표정을 읽고 얼른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가 떠나자 가까이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노인이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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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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