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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선생님’ 실태 보고

“말끝마다 ‘씨발’ ‘존나’ 애들이 무섭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매 맞는 선생님’ 실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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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 처진 어깨, 긴 한숨. 요즘 교사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교실 붕괴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교사들은 학생 지도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한다. 욕설을 퍼붓거나 위협을 하는 데서 나아가 물리적 폭력을 가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매 맞는 선생님’ 실태 보고
경기도 한 인문계 고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A씨는 2010년 7월 제자에게 구타를 당했다. 청소 시간에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꾸짖었더니 갑자기 얼굴과 가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가해 학생은 목격자가 없는 걸 악용해 주위에 “선생님이 먼저 때리는 걸 방어하다가 우발적으로 생긴 일”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A씨는 병가를 내고 한동안 학교를 쉬었다.

대구의 B교사는 2010년 8월 학부모에게 매를 맞았다. 장기 무단결석, 급우 폭행 등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던 고2 학생을 전학시키려 하자 아버지가 학교로 쫓아온 것. 술에 취한 채 교장실에서 난동을 부리던 그는 교장과 다른 교사들이 보는 앞에서 B교사를 마구 때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교사가 학생·학부모에게 폭행 또는 폭언을 당했다며 신고한 사례는 2001년 12건에서 2009년 108건으로 크게 늘었다. 현장 교사들은 이 수치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상당수 교사가 폭언을 듣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해도 쉬쉬하며 넘어가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의 B교사도 학교 행정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찾아오자 “학교 안에서 해결하겠다”며 이들을 돌려보냈다. 서울 한 여고에서 학생주임을 맡고 있는 C교사(46)는 “교사는 자존심으로 산다. 소문나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고, 되도록 사건을 조용히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교사 사회에서 ‘계속 이렇게 두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교실에 들어가는 게 무섭다”

최근 교총은 폭력에 시달리는 교사 보호를 위한 특별팀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전·현직 교원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추천한 전문가 등으로 ‘교권(敎權) 119’를 구성해 교사 폭행 사건이 접수되는 즉시 출동하겠다는 것이다.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학교에서 교사들이 상시적으로 위협당하고 있는데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정부와 교육 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으니 우리라도 나서서 선생님들을 지키자는 취지”라고 했다. 실제로 교사들이 활동하는 비공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생들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 같은 질문이 곧잘 올라온다. ‘신동아’와 만난 교사 대부분은 “교사에 대한 폭행이 ‘자경단(自警團)’을 꾸려야 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C교사는 말없이 문자보관함을 보여줬다. ‘씨×, 너나 똑바로 해’ ‘매일 여자 다리만 보고 다니는 변태××’ 따위의 욕설 문자가 가득했다. 발신번호는 불명이지만 그는 발신인이 누구일지 대략 짐작한다. 며칠 전 복장지도에서 치마 길이를 지적당한 학생이다.

“옆 학교에서는 학생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며 ‘너무 길다. 좀 자르라’고 지적하던 교사가 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요즘 그런 일이 빈발합니다. ‘너나 나나 똑같은 사람인데 잘난 척하지 말라’는 거지요. 거기서 조금만 상황이 나쁘게 흘러가면 신문에 나올 만한 폭행 사건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서울 한 여중에서 근무하는 D교사(32)는 실제로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그는 “이런 얘기를 하는 것조차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했다.

“수업 시간에 딴 짓 하는 아이에게 집중 좀 하라고 하자 ‘×나 짜증나’ 하면서 욕을 하더군요. ‘선생님 앞에서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며 다가가 볼을 한 대 툭 쳤더니 갑자기 제 머플러를 움켜쥐는 겁니다. ‘××년, 지 성질에 못 이겨서 짜증을 내네’ 하면서 머플러를 잡고 흔드는데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더군요. 힘 줘서 머플러 자락을 빼앗고, 일단 학생에게서 떨어졌지요.”

학생을 더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학급 전체를 향해 “‘×발’ ‘존×’도 욕이니 사용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이후 한동안 학생 지도를 해야 할 때마다 그 사건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위축됐다고 한다.

27년간 교직에 있었다는 한 중학교 교사가 교총에 보낸 편지는 요즘 교단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준다. “학생들이 교사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수업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해서 매를 들면 인터넷에 올리겠다,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하고), 교사 차(타이어)를 송곳으로 뚫어버리고 동전을 위층에서 던져 유리를 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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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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