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호

편안한 노후를 위해 꼭 챙겨야 할 ‘4개의 통장’

“개인연금 수익률 높이려면 하루 빨리 가입하라”

  • 최호열|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0-12-22 1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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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균 수명 80세, 의학기술의 발달로 수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은퇴 후 노후 기간이 20~30년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의 가장 큰 고민이 경제적 어려움이란 통계가 있다. 고달픈 노후가 아니라 여유롭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4개의 중요한 연금제도를 알아보았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꼭 챙겨야 할 ‘4개의 통장’

    4개의 연금제도를 잘 활용하면 여유로운 노후를 설계할 수 있다.

    겨울 한파가 몰아치던 12월 어느 날, 중견기업에 다니는 박 과장(43)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대학 5년 선배로, 자신을 이 회사로 이끌었던 김 부장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자리로 달려가 보니 벌써 짐을 챙기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게 결정된 모양이었다. 김 부장은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박 과장을 맞았지만 표정에서 씁쓸함이 묻어났다.

    당장 취직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김 부장은 “쉬면서 미래를 고민할 생각”이라고 말했지만, 박 과장이 생각해도 선배의 미래는 막막해 보였다. 김 부장은 그동안 ‘기러기아빠’로 지내며 월급 대부분을 자녀 유학비로 지출했다. 그 때문에 적금은커녕 변변한 보험 하나 든 게 없다. 가진 재산이라곤 살고 있는 소형 아파트 한 채가 전부. 더구나 몇 년 전 퇴직금 중간정산을 한 터라 그가 손에 쥘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은 퇴직금과 명예퇴직 위로금뿐이었다.

    “가진 돈이 없으니 당장 먹고살려면 뭐라도 해야겠지. 지금보다도 노후가 더 걱정이야. 미리미리 노후 준비를 해둘 걸…. 자넨 나처럼 후회하지 말라고.”

    짐을 정리해 떠나는 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박 과장은 문득 ‘나도 몇 년 남지 않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노후대책을 마련해야 할 텐데,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해졌다.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남성이 77.0세, 여성이 83.8세다. 그런데 직장을 퇴직하는 시기는 여전히 50대 초·중반이다. 나이 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갖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20년 이상 소득 없이 지내게 될 수도 있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2010 고령자 통계’를 보면 응답자의 61%가 노후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 결과, ‘건강’보다도 ‘경제적인 어려움’(41.4%)을 노후의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노후준비 부족으로 많은 고령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의 39.5%는 노후를 자녀에게 의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나마 지금 고령자들은 자식에게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으로 행복한 세대일 것이다. 50대만 해도 자식에게 기대기 힘든 게 현실이다.

    죽을 때까지 보장되는 평생 월급, 국민연금

    ‘노후를 위해 뭘 준비해야 하지?’ 박 과장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국민연금. 하지만 그림의 떡처럼 여겨졌다. 박 과장은 공무원으로 12년을 일하다 5년 전,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이곳으로 옮겼다. 그때 공무원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았는데, 그 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기억도 없다. 공무원연금은 20년 이상 납부해야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납입해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박 과장은 이제 5년 됐으니 앞으로 최소한 5년 이상 직장생활을 못하면 국민연금도 못 받게 된다. 공무원 출신 선배 중에는 공무원연금 19년, 국민연금 9년, 도합 28년을 넣고도 아무 혜택을 못 본 경우도 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하면 10년이 훨씬 넘는데 어느 것도 받을 수 없다는 게 억울하단 생각이 든 박 과장은 방법이 없을까 싶어 국민연금공단으로 전화를 걸었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꼭 챙겨야 할 ‘4개의 통장’
    국민연금공단 노후설계컨설턴트 이수경 주임은 “2009년 8월부터 공적연금 연계제도가 생겨 국민연금과 직역(공무원·사학·군인·별정우체국직원)연금 기간을 합산해 20년이 넘으면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아쉽게도 이전에 전직한 경우는 대상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최소 5년만 더 국민연금을 부으면 10년이 넘어 혜택을 볼 수 있으니 어떤 경우에도 국민연금은 꼭 넣으라”고 조언했다.

    사실 박 과장은 그간 ‘연금은 손해’라고 믿고 있었다. 연금이란 게 오래 사는 사람에게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자신은 그렇게 오래 살 거란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현재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80세에 달한다. 의학기술 발달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60세부터 연금을 수령한다면 족히 20~30년은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연금이 없다면 그 긴 기간을 가난하게 살아야 할지 모른다.

    은퇴 후 필요한 노후 생활비는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은퇴 전 소득의 60~70%다. 국민연금에 30년간 가입했다면 은퇴 전 소득의 최소 30~35%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으니,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의 절반이 충당되는 셈이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평생 지급’과 ‘실질가치 보장’이다. 수령 시작 시점부터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안정적으로 지급된다. 더구나 매년 물가상승분만큼 연금액도 상승해 평생 동안 실질가치가 보장된다. 2003년에 월 65만원의 연금을 받았던 사람은 7년이 지난 지금, 물가상승분이 반영된 월 80만원을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입 기간 중 질병, 부상, 사망으로 인한 소득 감소분까지 보장해준다. 즉 질병이나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해질 경우 장애연금이, 국민연금에 가입한 당사자가 사망했을 경우 배우자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이 주임은 “국민연금 지급률이 계속 낮아지면서 일각에선 이러다 푼돈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현재 수익률을 계산해보면 연평균 7%다. 여느 민간연금이나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은 재테크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팁 하나를 알려줬다. 전업주부처럼 지금까지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가입하는 게 좋다는 것.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평균수명이 7년 정도 더 길어요. 남편 사망 후 혼자 생존해 있는 시기가 그만큼 길다는 이야기죠. 특히 마땅한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들로서는 노후준비가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수입이 없어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닌 분들도 최저 불입액인 월 8만9100원부터 납입할 수 있는데, 이 돈을 10년간 납부하면 만 60세부터 월 16만원 정도 받게 됩니다. 20년간 수령한다면 수익률이 연 12%에 달합니다. 여기에 물가상승률만큼 수령액이 더 늘어나니 실질 수익률은 더 높아지죠.”

    선진국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국민연금 기금은 구조적으로 언젠가 소진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2060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수경 주임은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정부에서 계속 연금을 지급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안심하고 국민연금을 바탕으로 노후를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고 했다. 은퇴했을 때 국민연금을 바로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지금은 60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2013년부터는 5년마다 1세씩 수급 개시 연령이 올라가 2033년이 되면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만일 직장에서 55세에 퇴직한다면 10년 동안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다. 이 기간에 사용할 자금을 따로 준비해둬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노후준비가 필요하다.

    “국민연금공단 노후설계컨설턴트(문의 번호 1355)를 통해 은퇴 준비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고, 인터넷 사이트 ‘내연금(http://csa.nps.or.kr)’을 이용하면 스스로 자신의 노후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한 재무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 많이 이용해주세요.”

    노후생활의 구원투수, 퇴직연금

    편안한 노후를 위해 꼭 챙겨야 할 ‘4개의 통장’

    개인연금은 종류가 다양하고 장점도 각기 달라 꼼꼼히 따진 후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갑자기 주위가 부산해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두리번거리는데, 안 대리가 “과장님, 퇴직연금 설명회 가시죠” 한다. 퇴직연금? 그러고 보니 사내 통신망에서 공지를 본 기억이 난다. 박 과장은 ‘그냥 퇴직금을 주면 되지, 퇴직연금은 또 뭐야’ 하고 툴툴거리며 설명회장으로 들어섰다.

    자리에 앉자 강사로 나온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 김동엽 센터장이 안내문을 나눠준다. DB형이니, DC형이니 하는 용어에서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박 과장이 삐딱하게 “편안한 퇴직금 제도를 왜 바꾸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김 센터장이 웃으며 말했다.

    “흔히 그렇게 생각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퇴직금에 대한 근로자의 수급권 보장이 제도적으로 미흡한 실정입니다. 실제 퇴직금 체불액이 2007년 2896억원, 2008년 3563억원, 2009년 4696억원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많은 회사가 퇴직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별도로 적립하고 있지 않아 회사가 도산하면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맞는 말이다. 대학 동창도 다니던 회사가 부도 후 폐업하면서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 했다.

    “퇴직연금제도는 간단합니다. 크게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이 있는데, DB형은 기존 퇴직금제도와 유사합니다. 일반적으로 퇴직시 평균 30일치를 기준으로 여기에 근속연수를 곱해 산정하죠. 그런데 퇴직적립금의 60%를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예치해놓기 때문에 회사가 망해도 퇴직금의 최소 60%는 받을 수 있어요. 퇴직금제도보다 더 안전한 거죠.”

    반면 DC형은 퇴직적립금액과 퇴직연금 사업자의 운영성과에 따라 나중에 받는 연금 액수가 달라진다. 근로자가 운용 성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손해를 볼 수도 있어 언뜻 위험이 큰 것처럼 보이지만 김 센터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때 원리금 보장을 위해 예금이나 국채 등을 하나 이상 포함해야 하고, 주식투자 등에는 40% 이상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 물론 DC형을 선택한 근로자는 DB형보다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무래도 운용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보통 연차가 낮을 때는 임금상승폭이 컸다가 일정 연차가 넘어서면 작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젊은 직원들은 DB형이, 나이 든 직원들은 DC형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완전한 연봉제를 실시하는 회사나 안정적이지 않은 소규모 회사 직원들에게도 DC형이 유리합니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100% 보호되니까요.”

    퇴직연금제도는 매달 일정액을 운용사에 맡긴 뒤 일정 요건(10년 이상 납입, 55세 이상)에 이르면 운용성과를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받는 제도다. 이때 회사가 납부한 퇴직연금 부담금은 근로자 소득에서 전액 공제되므로 세금을 더 내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운용 수익(이자, 배당, 자본이익)에 대한 세금이 퇴직급여를 받을 때까지 이연(移延)됐다가 나중에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가,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따라서 일반 과세 금융상품과 수익률이 같더라도 복리 효과로 인해 세후 수익률이 더 높다.

    DC형은 회사에서 납부하는 부담금 이외에 근로자가 추가 납부도 할 수 있다. 근로자가 납부한 추가 부담금은 개인연금저축 납부금과 합산해 연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2011년부터는 소득공제 한도가 연간 400만원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퇴직연금은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하는 게 유리한 점이 많다. 우선 세금을 한꺼번에 납부하지 않고, 매년 연금소득세로 분할 납부할 수 있다. 또한 연금을 수령하는 동안 남은 적립금은 세제 혜택을 유지한 채 운용해 수익률을 높일 수도 있다. 이외에도 은퇴 이후 소득을 예측할 수 있어 규모 있는 노후생활이 가능하다. 특히 종신연금으로 수령한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사는 ‘장수위험’까지 해결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퇴직하지 않은 경우 인출에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 해지하지 않고도 일정 범위 내에서 적립금을 활용할 수 있다.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할 때, 가입자나 그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할 때, 기타 천재나 사변 등으로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도 인출이 가능하다. DC형은 예상급여액의 50% 범위 내에서 담보대출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2005년 12월1일 시작된 퇴직연금제도는 5년이란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07년 말 적립금액 2조7567억원, 가입자 53만8000명이었지만 2010년 9월말 현재 국내 퇴직연금사업자(은행, 보험, 증권) 53곳이 운용하는 적립금 규모가 20조원을 돌파했고 가입자 수는 183만7445명에 달합니다. 3년 만에 적립금액은 6배, 가입자는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죠.”

    고개를 끄덕이며 김 센터장의 이야기를 듣던 박 과장은 한 가지 걱정이 떠올랐다.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받게 될 돈은 어떻게 할까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 센터장은 개인퇴직계좌(IRA)를 활용하라고 충고했다.

    “IRA는 근로자가 받은 퇴직급여에 대해 퇴직연금의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저축계정입니다. 회사를 이직했을 때 과거 다니던 회사와 이직한 회사의 퇴직연금사업자가 다를 수 있어요. 이 경우 퇴직연금을 새로 가입해야 하고 이전 퇴직연금은 직접 수령해야 합니다. 이처럼 이직이나 중간정산 등으로 퇴직금을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퇴직금을 받고 60일 이내에 IRA 계좌에 넣으면 퇴직소득세가 유예됩니다. IRA 계좌에 적립해놓은 퇴직금은 DC형처럼 근로자가 직접 운용방법을 선택하게 되는데, 55세가 돼 연금으로 받을 수도 있고, 언제든 중도 해지해 사용할 수도 있어요. 그때까지 세제 혜택은 유지됩니다.”

    노후생활의 윤활유, 개인연금

    강의를 들은 박 과장은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얼추 계산해보았다. 지금 화폐가치로 따져도 최소 월 200만원은 필요할 듯하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론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이가 개인연금을 드는구나 싶었다. 박 과장은 미래에셋생명 은퇴설계컨설팅팀 이호원 팀장을 소개받아 그에게 개인연금에 대해 물어보았다. 과거 설계사들로부터 개인연금에 대한 설명을 듣긴 했지만 ‘연금신탁’이니 ‘연금펀드’니 ‘연금보험’이니 하는 게 복잡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들 상품은 어떻게 다르고, 나에게 맞는 상품은 무엇일까.

    이 팀장은 “개인연금은 크게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이 있다. 이 둘은 같은 듯하면서 다르기 때문에 선택할 때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요모조모 따져봐야 한다”며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연금저축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에서 모두 판매합니다. 반면 연금보험은 보험사에서만 판매해요. 또한 연금저축은 어느 금융기관에서 가입하더라도 연간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연금보험은 소득공제 혜택이 없습니다. 대신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죠.”

    편안한 노후를 위해 꼭 챙겨야 할 ‘4개의 통장’


    같은 연금저축이라도 금융기관에 따라 납입 방법, 연금 수령 방법, 투자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은행은 연금신탁, 증권사는 연금펀드, 보험사는 보장 기능이 들어간 연금저축보험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연금신탁이나 연금펀드는 매월 일정 금액(분기별 300만원 한도)을 정해 정기적으로 납입할 수 있고, 분기 내에 300만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도 있다. 반면 연금저축보험은 매월 일정 금액을 정해 적립식으로 납입해야 한다. 따라서 매월 정기적으로 납입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은 연금신탁이나 연금펀드를 선택해 목돈이 생길 때마다 납입하면 된다. 납입 방법에서는 연금신탁, 연금펀드가 연금저축보험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셈이다.

    연금저축보험은 납입 방법 측면에서는 유연성이 떨어지지만 다른 장점이 있다. 보험 특유의 보장 기능이 있는 것은 물론, 생존해 있는 동안 계속 연금을 받는 종신연금형이 가능하다. 연금신탁이나 연금펀드의 경우 10년, 20년 등 기간을 확정해 연금을 수령하기 때문에 확정된 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연금을 받을 수 없다. 수입이 없는 말년에 연금마저 사라지면 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지금처럼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 시대에는 연금저축보험의 종신연금형이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다.

    투자 방법에 있어 연금펀드는 주식, 채권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연금신탁이나 연금저축보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도 감수해야 한다. 연금신탁은 채권형과 주식에 일부 투자하는 안정형이 있어 중도적 투자 성향을 지닌 사람에게 적합하다. 연금저축보험은 공시이율 상품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안정적 투자 성향을 지닌 사람에게 알맞다.

    연금저축은 은행, 증권사, 보험사 가운데 어느 하나의 금융기관에만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분기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은행, 증권사, 보험사로 나눠 각각 가입할 수 있다. 1개의 금융기관을 선택하기 곤란한 경우 나눠서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현재 가입 중인 연금저축의 수익률이나 금융기관의 서비스가 좋지 않을 경우 은행, 증권사, 보험사 간 자유롭게 옮길 수도 있다. 이를 ‘개인연금 이동 제도’라고 하는데, 이전할 때 불이익은 전혀 없다.

    설명을 듣던 박 과장은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연금저축이 일반 저축이나 펀드, 보험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반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동안 그 돈을 묶어놓아야 한다. 그 사이에 더 좋은 조건의 금융상품이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3년이나 5년 만기 일반 금융상품에 들어놓고 만기가 될 때마다 재가입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렇게 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충고했다.

    “단기 상품에 가입하면 매번 만기 때마다 번거롭게 재가입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죠. 또한 만기 때마다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다시 가입할 때는 이자소득세를 제한 나머지 금액만 재투자하게 됩니다. 반면 연금저축은 ‘과세 이연 효과’가 있어 연금 개시 전까지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재투자돼 복리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적립 기간에 연 3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이 있고요.”

    그런데 연금저축은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입해야 한다. 연금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일 경우 종합소득세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세제 혜택이 없는 보험사의 연금보험이 큰 장점을 지닌다. 연금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이 있어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나 종합소득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먼저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 상품에 가입해 월 25만원씩 저축해 연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고, 나머지 여윳돈을 보험사의 연금보험 상품에 저축하는 게 절세효과를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개인연금 선택 방법이라고 이 팀장은 설명했다.

    편안한 노후를 위해 꼭 챙겨야 할 ‘4개의 통장’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의 성별, 연령별, 실제 사망률과 생존율을 근거로 작성한 경험생명표를 기준으로 연금액을 결정하는데, 최근에는 경험생명표를 3년에 한 번씩 수정하고 있어요. 그때마다 늘어난 평균 수명을 반영해 동일한 액수를 불입했을 경우 연금액은 계속해서 줄어듭니다. 2009년 10월 변경된 경험생명표만 해도 연금액이 이전보다 13~15% 줄었어요. 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은 하루라도 빨리 연금에 가입하는 겁니다. 경험생명표는 연금을 처음 가입할 때 것을 적용하거든요.”

    노후생활의 마지막 보루, 주택연금

    퇴근을 준비하던 박 과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버지였다. “무슨 일이지? 생활비를 보내드리는 날은 아직 남았는데…” 하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일까, 아버지는 뜬금없이 “앞으로는 생활비를 보낼 필요 없다”고 말했다. 지금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오는 길이라는 것이다. 주택연금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으로 알고 있던 박 과장은 순간 화가 났다.

    “자식들이 보내주는 생활비가 적으세요? 뭣하러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요.”

    집은 아버지에게 하나 남은 자존심이었다. 자식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큰 유산이라고 생각했다. 집이 있기에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생활비를 받으면서도 당당했다. 그런데 생활비 때문에 아버지의 마지막 자존심을 포기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왔다.

    “그렇게 받는 돈이 얼마나 된다고요. 게다가 아버지 돌아가시면 집 소유가 은행으로 넘어가는 거 아니에요? 살아생전 얼마나 받는다고, 손해 보는 일을 왜 하세요. 은행예금이자하고도 별 차이가 안 난다는데, 차라리 집을 팔아 그 돈을 저축은행에 넣어놓고 쓰시지 그러세요.”

    답답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자 안 대리가 다가왔다.

    “주택연금은 노후준비가 안 되어 있는 고령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도예요. 제 부모님도 지난해 가입하셨는데, 아주 만족하고 계신 걸요.”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총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6.8%에 달한다. 미국, 일본보다 2배 정도 높은 수치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가구는 85.2%에 달한다.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자가 점유율이 72.9%(국토연구원 2007년도 주거실태조사)라고 하니, 노인 가구 상당수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전 재산인 셈이다. 박 과장 부모처럼 뚜렷한 노후 준비가 안 된 상태의 은퇴자에게, 보유 주택을 담보로 노후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주택연금은 중요한 노후 대책이 될 수 있다.

    주택연금은 정부가 노후 대책의 일환으로 2007년 7월 도입했다. 미국의 정부 보증 역모기지론(Home Equity Conversion Mortgage·HECM)을 벤치마킹한 것인데, 미국에서는 출시 이후 가입 건수가 3년간 1565건에 그친 반면 우리나라 주택연금은 비교적 빠르게 정착하고 있는 편이다.

    박 과장은 안 대리로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부 김찬년 팀장을 소개받아 주택연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주택연금은 정부가 보증하는 역모기지론으로, 부부 모두 만 60세 이상이고 9억원 이하의 1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택을 담보로 가입자 및 배우자는 주택금융공사의 지급 보증 아래 평생 거주와 평생 연금 지급을 보장받는 거죠. 다시 말해 지금 살고 있는 자신 소유의 집에서 죽을 때까지 살면서 연금을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주택연금 가입 대상 주택은 아파트, 단독주택, 빌라, 다세대주택, 실버주택이며 오피스텔, 상가주택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출금리는 CD금리(91일)에 가산금리 1.10%포인트가 합해진 변동금리(2010년 12월1일 현재 3.9%)로,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등록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국민주택 채권매입 의무 등이 면제돼 초기 비용이 저렴한 데다 재산세 25% 감면, 대출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연금 지급 방식은 수시인출 한도 설정 없이 월 지급금을 평생 받는 종신지급 방식과 수시인출 한도를 설정하고 나머지 부분을 월 지급금으로 받는 종신혼합 방식이 있다.

    정액형을 선택하면 평생 월 지급금이 고정되며, 이용 초기에 많이 받는 방식인 감소형을 선택하면 월 지급금이 매년 3%씩 감소한다. 해가 지날수록 지급 금액이 늘어나는 방식인 증가형을 선택하면 월 지급금이 매년 3%씩 증가한다. 월 지급금 옵션은 지급 방식과 관계없이 종신지급 방식과 종신혼합 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연금 수령액은 가입 시점의 연령과 집값이 높을수록 많아지며, 부부의 경우 적은 나이를 기준으로 연금액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일반 주택으로 주택 가격이 3억원이고 70세에 주택연금에 가입했을 경우 매월 약 106만원의 연금을 받게 되며, 동일 조건에서 75세에 가입했을 경우에는 약 133만원을 받는다. 가입자 의사에 따라 언제든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으며, 가입자가 사망해도 배우자에게 주택연금이 계속 지급된다.

    가입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했다고 주택이 은행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지급한 연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하면 상속인에게 주택이 넘어가고, 그렇지 않을 경우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주택을 매각해 대출금과 이자를 회수하고, 남은 차액을 상속인에게 지급한다. 만약 주택을 매각한 대금이 대출금 잔액(월 지급 연금액, 이자, 보증료 합계액)보다 적은 경우에도 상속인에게 부족분을 청구하지 않는다.

    김 팀장은 “주택연금 월 수령액은 가입 시점의 주택 가격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요즘처럼 집값이 떨어지거나 향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때에 이용하면 유리하다. 가입 후 주택 가격이 떨어져도 연금수령액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71세 된 분이 계셨어요. 지난해 9월 처음 주택연금 가입 상담을 한 후 차일피일 미루다 올 4월에 가입하셨죠. 지금 어르신이 받는 주택연금액은 169만원이에요. 지난해 9월에 바로 가입했다면 175만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사이에 집값이 4000만원 떨어진 탓에 주택연금액이 준 거죠.”

    이야기를 듣고 보니 주택연금은 노후에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보루란 생각이 들었다. 박 과장은 더 이상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2008년 아파트를 처분하고 전세를 선택했다. 그 사이 전세보증금이 5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노후를 위해서라도 아파트를 남겨둘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박 과장은 지금까지 주택을 재산증식을 위한 재테크 수단, 또는 상속해야 할 유산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집이 자녀의 부양 부담을 덜어주고, 자신의 노후를 보장해주는 소유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됐다.

    박 과장은 그동안 자신이 노후 준비에 대해 너무나 불성실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노후를 좀 더 풍요롭게 지낼 수 있게 대비했을 거라는 생각에 후회도 됐다. 이제라도 노후를 위한 4개의 든든한 연금통장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 이 통장들을 착실하게 불려나가야겠다고 결심한 박 과장의 얼굴엔 희망의 미소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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